-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조수영, 박태상
- 설립
- 2013년
- 주소
- 서울 성북구 화랑로32길 68-1 (석관동) 1층
- 연락처
- 070-4204-4218
- 이메일
- st.suspicion@gmail.com
오조제제
건축주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젊은 부부였다. 2층짜리 구옥에 살면서 남는 공간을 손수 이리저리 꾸며 임대로 주고 있었다. 셰어하우스 이름은 남편 별명 ‘오조’와 아내 별명 ‘제제’를 합쳐 ‘오조제제 하우스’. 인테리어부터 창호, 화장실, 옥상방수까지 부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건축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보통이 아니었는데 얘기를 나눠보니 새집을 짓기 위해 찾고 고민한 시간이 수년을 넘었다고 했다. 여기저기 유명한 설계사무소에서 상담도 받은 모양이었다. 건축가가 마법사는 아니라는 점을 깨달은 상태여서 반가웠다.
땅이 가진 만큼만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당연한 사실부터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 주택설계의 고단한 부분이다. 별다른 수를 찾아 헤매는 기간을 극복하고 왔으니 시간 절약도 이런 절약이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인가에 대한 건축주의 대답은, 몇 가지 이유에 더해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대지는 중곡동에서도 중랑천 쪽에 가까이 있어 조금 걸어 나가면 천이 있고, 잘 알려지지 않아 조용한 동네에 자리하고 있었다. 건축주 부부가 원래 살던 곳은 아니었고 몇 년 전 충동적으로 자리 잡은 동네로, 취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지 면적은 103.80㎡. 마법사를 찾고 싶은 크기이기도 했다. 작긴 하지만 아예 포기하기는 힘든, 무슨 수가 나지 않을까 미련이 남는 규모였다. 서울시의 제2종일반주거지역에서는 필로티 포함 5층이 기본이지만 땅 크기가 이러면 층수와 용적률을 다 찾기 어렵다. 3층 협소주택으로 가기에는 남고, 5층은 부족하니 4층이 적정선이었다. 지난 수년간의 상담을 통해 부부가 내린 결론도 용적률을 포기한 4층 건물이었다. 1층 필로티 주차장, 2층 원룸 2가구, 3층~4층 주인집 구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건축주의 합리적인 계획에 안도가 됐지만 동시에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는 정말 무슨 수가 없나, 하는 위험한 생각이 자라나고 있었다.
△ 대지가 위치한 동네 풍경
△ 3면이 도로로 둘러싸여 있는 대지
작은 땅에서 층수와 면적을 다 찾기 어려운 이유는 대개 일조사선 때문이다. 일조를 위한 높이 제한이 대지 내부로 치고 들어와 높은 층에서는 그 층을 올라가기 위한 계단을 빼고 나면 딱히 바닥이랄 게 없는 평면이 나오게 된다. 이 땅도 비슷한 상황이었고, 다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북쪽 두 개 도로를 포함해 대지의 3면이 도로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일조사선의 출발이 대지 경계가 아니라 도로 건너편 경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높은 층에서는 확실히 여유가 생긴다. 반면 도로 3면 중 측면 두 개 도로가 소요너비 4미터에 미달해 대지 일부를 도로로 내줘야 했고 교차로의 모서리 또한 도로로 편입되어, 이렇게 도로로 내주는 면적을 빼고 나면 땅 크기는 84.84㎡로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 3면인 도로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 층별 공간구성 다이어그램
이에 우리는 먼저 4개 층 안에서 최대한 면적을 찾기 위해 1층 필로티의 주차대수를 1대로 줄여 나머지를 실내로 사용하는 대안을 고민했다. 원래도 셰어하우스 자리였으니 가구별로 주차대수를 산정하지 않고 전체 면적으로 산정하는 다중주택이 좋은 선택인 것 같았으나, 건축주의 반대와 지자체의 사실상의 불허로 기각되었다.
두 번째로 어떻게든 5층까지 올려 허용된 용적률을 다 찾는 안을 궁리했다. 건물을 최대한 뒤로 물러 배치하면 두 개 도로에서 시작되는 각각의 일조사선 사이에 삼각형의 공백이 생긴다. 이 공백에 계단을 배치하면 5층 평면이 괜찮게 나올 듯했다. 그에 따라 기존의 층별 구성 또한 손봐야 했다. 기존 구성에서도 건축주 부부는 베란다에 접한 4층 전체가 주방과 식당이기를 바랐다. 남편 건축주 취미가 요리로, 셰어하우스 운영 중에도 비정기적으로 하우스 밀을 세입자에게 제공할 정도로 열심인 취미였다. 따라서 4층은 그 취미를 지인들과 나눌 일종의 파티룸으로 기능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기존 4층 구성에서는 3층에 안방을 배치해야 하다 보니, 안방을 통과해 파티룸으로 가는 손님 동선이 어색했다. 반면 5층으로 구성할 경우 5층에 안방을 배치하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그리고 주거로 쓰는 층수가 3개 층으로 제한되는 다가구주택이니 용도가 남는 2층은 근린생활시설이 된다. 아내 건축주의 상당히 본격적인 취미인 와인 수집을 위한 저장고가 2층 어딘가에 들어서면 되겠다 싶었다. 5층 위 다락은 수납과 서재를 섞은 모습을 상상했다. 결국 이 두 번째 안이 건물을 5층까지 올려 허용된 용적률을 다 찾고, 층별 구성 적당하며, 없던 2층 상가도 생기고, 부부 각각의 취미생활을 적절히 수용하는 방법이었다. 건축주 부부는 기쁘게 우리의 대안을 받아들였다. 설계 초기에는 그저 위험한 생각을 하는 정도였지만 끝나고 보니 정말 무슨 수가 났다. 땅이 가진 가능성이 생각보다 컸던 것이다.
△ 1층 필로티 주차장 ⓒ수상건축
2층 상가와 3층 원룸 가구
1층에는 2대의 주차장과 주인과 세입자들이 사이좋게 나눠 쓸 창고들이 있다. 도로를 향해 크게 열려있는 2층 상가는 설계 중에 아내 건축주의 단골 네일샵이 예약을 걸었다. 창이 충분히 크니 2층이지만 도로와 따뜻하게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 3층에는 원룸 2가구가 있고 4층부터 시작되는 주인집의 현관 부분이 내려와 있다. 원룸 가구 계획 시 가장 중점으로 둔 부분은 충분한 수납공간을 제공하고, 창문 배치를 통해 세입자가 재미있게 바깥과 만나기를 바란 점이다. 도장 마감과 독일제 콘센트, 이태리제 타일과 매립 수전이 동원된 임대 원룸 마감은 건축주 부부의 의지였다.
△ 2층 상가
△ 301호
△ 301호
△ 302호
△ 302호 욕실
△ 계단실 다이어그램
3층까지의 공용계단은 같은 자리에서 맴맴 도는 보통의 계단실과 다르게 길게 늘여져 건물 외곽을 따라 돈다. 작은 땅에서는 조금만 평면의 비례가 무너져도 실내 구성이 어려워진다. 계단을 외곽으로 치우면 가운데가 통통해서 평면이 잘 나온다. 승강설비를 넣기 어려운 상황이라, 자주 사용하게 될 계단실의 지겨움을 덜어내는 작업도 중요했다. 각 계단의 시작과 끝에 놓인 창문을 통해 매번 다른 방향의 바깥과 만날 수 있고, 중간중간 예쁜 팬던트등을 달았다. 바닥에는 건축주와 건축가가 두말없이 동의한 핑크색의 콩자갈이 깔려있다. 핑크색은 대문 바깥 주차장부터 시작돼 계단을 따라 쫓아온다.
△ 2층 계단실 팬던트등 / 3층 계단실 팬던트등 ⓒ수상건축
△ 3층 계단실과 복도 ⓒ수상건축
△ 주차장부터 시작돼 계단을 따라 핑크색 콩자갈로 마감한 바닥 ⓒ수상건축
4, 5층 부부가 사는 집
은근히 자리를 차지하는 현관까지 아래층(3층)으로 치우니 4층부터는 제대로 주인집이 시작된다. 큰 창을 통해 베란다와 닿아있는 주방과 식당은 집이 아니고 놀러 나온 어딘가 같다. 바닥도 따뜻하기보다는 중성적이고 거친 느낌의 타일로 마감했고 주방가구 역시 주거공간이 아닌 상업공간처럼 연출했다. 스테인리스 상판과 유리블록, 그리고 조명이 결합한 주방 아일랜드는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집중한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건축주 부부의 섬세한 취향으로 선택된 가구와 소품들이 장소의 온도를 조절하리라 믿었다.
△ 주인세대 공간구성 다이어그램
△ 3층에서 시작되는 401호 현관
△ 4층 다이닝 공간
△ 4층 다이닝 공간
△ 4층 주방
△ 스테인리스 상판과 유리블록, 그리고 조명이 결합한 주방 아일랜드 (주경)
△ 스테인리스 상판과 유리블록, 그리고 조명이 결합한 주방 아일랜드 (야경)
△ 4층 베란다
△ 5층
안방에 해당하는 5층은 조금 더 가정적이다. 목재 바닥과 귀여운 조명들이 안정감을 준다. 침대가 놓일 침실 영역은 완전히 막혀있고, 소파가 놓일 거실 영역은 다락까지 크게 열렸다.
삼각형의 계단을 통해 안쪽에 숨은 가장 큰 공간에 도착하는 여정은 어느 유명한 벽돌 건물 흉내이다. 2층에서 한번 크게 열리고 3층에서 숨을 고르던 창문은 4층과 5층을 만나 다시 만개한다. 베란다로 나가는 창문은 작을 이유가 없다. 부부가 꿈꿔왔던 조망을 찾아 여기저기 창문을 더하니 4층은 더욱 파티룸 같고 5층은 전원주택스러워졌다. 도심지 주거로서 자제할 필요도 있었지만 건축주의 결정을 따라 집이 완성되었다.
△ 삼각형의 계단
△ 5층
△ 5층 욕실
△ 다락
△ 내부계단
△ 5층 베란다
△ 정면
북쪽 정면의 인상은 1층 주차장의 깊이와 2층의 큰 창이 결정했다. 정면과 우측면에 걸쳐 뚫린 상층부의 창들은 주인세대 구성을 밖으로 드러내고 있다. 주인집 베란다들과 삼각형 계단실의 덩어리가 모이는 좌측면이 건물의 모든 장면 중 가장 달콤하다. 땅의 가능성을 추적한 결과 보통의 모습과 달라졌으니 보람도 있다. 마침 대부분 이쪽을 보면서 건물로 다가오기에 건물을 드러내기에 알맞다 할 수 있다.
△ 우측면
△ 건물의 메인 모습이 되는 좌측면
낮은 층의 외장은 타일로, 중간부터 위로는 스타코로 마감했다. 덩어리를 순수하게 전시하기에 스타코만한 재료도 없다. 낮은 층의 타일은 내구성을 위한 선택이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덩어리로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두 재료를 백색 계열로 통일했다.
결국 건물의 좋고 예쁜 부분은 모두 주인집이 차지했다. 면적으로도 다락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주인집인 건물이다. 임대성을 최대로 찾은 구성에 주인이 얹혀사는 요즘 빌라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이다. 원룸 2가구와 상가 1호가 임대니, 낭만만을 추구한 협소주택도 아니다. 다른 장르에서 스포츠세단이라고 부르는 범주와 닮았다. 실용성을 버리진 않지만 멋과 재미도 챙긴 집이다. 그중에서도 멋과 재미에 조금 더 치우쳐 있다. 부부는 집을 '오조제제 아지트'라고 부르고 싶어 했다. 아지트는 러시아어 아지트푼크트에서 유래한 말로 본래 빨치산의 거점을 뜻한다. 노터치가 노다지가 된 것처럼 굴곡진 현대사가 낳은 우리말로 비밀기지라는 뜻이다. 그들은 애초에 집이 아니라 비밀기지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집 이름은 '오조제제'가 되었지만 오조제제 아지트는 부부의 SNS 계정으로 아직도 남아있다.
세계적으로 혼란이 가득했던 2022년에 진행된 다른 현장들처럼, 이 건물도 완공까지 글로 옮기기 힘든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고생의 흔적이 곳곳에 남았지만, 고생을 이겨낸 흔적도 많은 건물이라 유난히 사랑스럽다. 이 현장을 겪으며 우리도 많이 배웠다. 건축가가 건물을 짓는 머리라면 시공자는 건물을 짓는 손이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배운 바는, 건축주는 건물을 짓는 심장이라는 것이다. 남편 건축주는 게임회사의 디자이너이고 아내 건축주는 스타트업 회사의 중간 관리자이다. 각자의 직업대로 설계와 시공에 깊숙이 참여했다. 설계 중 게임디자이너가 우리와 스케치를 통해 나눈 대화는 말 그대로 디자이너들 사이의 협업 그 자체였고 시공 중, 특히 현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보여준 중간 관리자의 관리능력은 눈부실 정도였다. 그 모든 것이 건물을 끝까지 뛰게 만든 심장이었다. 어쨌거나 그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건물은 제대로 지어진다.
부부의 소망대로 밖으로 나갈 일 없이 안에서 놀고 안에서 쉴 수 있는 집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큰 즐거움에 작은 즐거움도 겹칠 수 있도록 여기저기 열심히 그렸다. 처음의 결심대로 그들이 진정한 집돌이와 집순이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오조제제처럼 실용과 멋과 재미를 찾는 집이 늘어날수록 도시의 집을 향한 우리의 이해도 같이 커질 것이라 믿는다.
ⓒ수상건축
건축개요
위치 | 서울시 광진구 중곡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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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 지상5층 |
건축면적 | 50.74㎡ |
건폐율 | 59.81% |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
최고높이 | 16.70m |
시공 | 해원종합건설(주) |
용도 | 다가구주택, 일반음식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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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 | 84.84㎡ |
연면적 | 169.03㎡ |
용적률 | 199.23% |
주차대수 | 2대 |
사진 | 최진보, 수상건축(별도표기) |
설계 | 수상건축 |
자재정보
외부마감 | 바닥재 : 콩자갈 수지포장 / 벽: 아이코트 료와 타일, 스타코 외단열시스템, 후처리 노출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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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재 | |
마루 | 공용공간 바닥재: 콩자갈 수지포장(㈜드림케어컴퍼니) / 바닥: 포세린타일(윤현상재) |
주방가구 | 아일랜드: 쎄베스코리아 유리블럭+루베키친 |
욕실기기 | 아메리칸 스탠다드 |
현관문 | |
붙박이장 | 붙박이가구: 루베키친 |
내부마감 | 공용공간 벽: 도장(발페인트) / 실내 벽, 천장: 도장(발페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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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재 | |
실내가구 | |
욕실마감 | 포세린타일(윤현상재) |
조명 | |
실내문 | |
데크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