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없다는 것은 건축적인 스타일의 문제가 아닌,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는 동시에 누구든 자신의 색을 입힐 수 있다는 변화의 힘을 나타낸다.
건축가와 건축주, 시공자 그리고 다른 건축가들 간의 소통 속에서 만들어지는 빛은 공간에서 다양한 색으로 표현이 되며, 그 끝은 또다른 의미를 가진 무채색의 건축으로 발현이 될 것이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정선교
- 설립
- 2021년
- 주소
- 서울 중구 동호로12길 77 (신당동) 3층
- 연락처
- 02-6012-8015
- 이메일
- email@archromaky.com
방들의 집
“바로 그것입니다.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들에 달려 있습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 의존하지요. 그리고 여성들은 단지 이백 년 동안이 아니라 역사가 시작된 이래 항상 가난했습니다. 여성에게는 아테네의 노예의 아들보다도 지적 자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여성들은 시를 쓸 수 있는 일말의 기회도 없었던 거지요. 이러한 이유로 해서 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한 것입니다”
버지니아울프 - <자기만의 방>
누군가의 방
누구나 다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싶어 한다. 하나의 도피처가 필요하거나, 문을 닫는 순간 만들어지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공간을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버지니아울프의 말처럼 인류 역사상 차별과 폭력 속에서 움츠렸던 해방을 위한 상징적인 방은 비단 그들만의 것이 아닌 여태껏 방이 없었던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리라.
우리가 살고 있는 대부분의 방은 획일화되어 있다. 근대 이후 산업 자본에 의해, 혹은 전쟁의 후속 조치에 의해 만들어진 방들은 그 이전의 내밀화 된 공간이자 사적 영역으로 발달한 방의 개념을 무너뜨렸다. 누구나 들어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자의적인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방이 갖는 영역성 dimension만 특화되었다. 이에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서는 방의 개념을 영역으로서의 공간으로 한정시키지 않고, 각 방이 공간의 핵심으로서 주체적인 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함을 최우선시했다. 누군가의 방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을 끌어내는 것이다.
대지
대지가 위치한 전포동은 부산 경사지 주택의 고유한 특징을 보여준다. 주거의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욕망은 전쟁 후 산지 개발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지금에 이르러 또 다른 개발의 지형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는 해당 대지뿐만 아니라 부산 전 지역의 건축 행위에서 공통적인 제약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해당 사이트는 동북측의 왕복 4차선 도로에서 3미터의 좁은 골목을 통해 접근할 수 있고, 급한 경사로에 연접해 있어 차량 및 보행 동선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자가 교통 접근의 어려움은 건축 행위의 가장 큰 제약조건이 된다. 또한 보행 동선과 차량 동선의 레벨차를 극복하기 위한 건축적 제안이 전체의 기본적인 틀이 된다.
경관
르코르뷔지에가 젊은 시절 방문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대한 묘사는 실제 건축가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경관에 대한 경외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동시대부터 지금까지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줬다. 쇼와지의 피토레스크적인 경관 해석은 르코르뷔지에를 통해 내부 공간의 경관적 이동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고, 에이젠슈타인의 시퀀스에 대한 기술적인 영상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또한 이러한 경관적인 탐색은 이 프로젝트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했다.
사람의 공간과 사물의 공간
사람의 공간과 사물의 공간은 하나의 벽으로 나뉜다. 사람의 공간은 더욱 내밀화되고 사물의 공간은 그 내밀화된 공간을 확장한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공간은 더욱 분열되고, 다양한 맥락으로 파생된다. 사람의 공간에는 시각적인 다양함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각 구성원의 다양한 동선과 연계된 시나리오에서 비롯된다. 설정된 추상적인 시나리오는 공간이라는 구상체로 환원이 되며, 이는 공간의 기본적인 스케일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에 더해 사물의 공간은 공간 외연의 변화와 관계를 갖는다. 이질적인 재료의 만남, 땅과 하늘의 접합, 상이한 프로그램 간의 결합, 중간 지대인 전이 공간 등.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공간들이 만난다. 그 자체에 내재한 속성만으로 이루어져 사람의 공간과는 달리 단편적으로 분포할 수 있고, 단절의 연결 또한 사람의 공간에 의해 이루어진다.
빛
빛은 건축적 공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여기서 빛은 추상적인 상징보다는 공간을 인식케 하는 객관적 실체를 말한다. 공간의 절대 크기가 빛에 의해 상대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더불어 각 공간의 이동은 위에서 기술한 다양한 조건들에 부합하여 이루어진다. 단위 공간, 다시 말하면 방이라는 개개인의 공간에서 다음 공간으로 넘어갈 때 이루어지는 중간의 공간들은 실제로 각 방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경관이나 빛으로 중화시켜주는 중성화 공간이 된다. 이로써 각 방의 사용자들은 마치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넘어가는 인큐베이터를 거치는 듯한 경험을 할 것이다.
하나의 방과 하나의 창
방이 방 바깥과 소통하는 것은 문과 창이다. 여기서 문은 내부 공간의 경계성에 집중되고, 창은 그 경계를 흐리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문과 창의 역할 분담은 외부와 내부, 혹은 내부와 내부 사이에서 소통과 단절이라는 공간의 속성을 즉각적으로 표현해준다.
방문을 통과하면 우리는 반드시 하나의 창을 만난다. 이 창은 직접적인 경관을 보여주거나 빛의 반사와 산란으로 인한 공간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이는 문이 차지하고 있는 얇은 문 폭 너머의 영역에서 전이 영역으로 치환되는 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문을 여는 순간 경관과 빛을 만들어내는 창으로 인하여 공간의 내재한 속성이 드러나고, 공간 내부의 오브제들로 공간의 본질이 흐트러짐 없이 유지된다. 누군가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화하면서 생기는 무의식적인 행동은 창으로 인하여 환기되고, 의식적인 공간을 받아들여 자기만의 방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① 주차장 ② 정원
③ 현관 ④ 공부방 ⑤ 침실 ⑥ 베란다
⑦ 손님방 ⑧ 주방 ⑨ 식당
⑩ 침실 ⑪ 서재
건축개요
위치 | 부산광역시 진구 전포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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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 지상 3층 |
건축면적 | 82.15㎡ |
건폐율 | 57.71% |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
최고높이 | 12.44m |
시공 | 건축주 직영 |
용도 | 단독주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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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 | 142.36㎡ |
연면적 | 175.36㎡ |
용적률 | 123.18% |
주차대수 | 1대 |
사진 | 김희진 |
설계 | 아크로마키 건축사사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