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항 관공선 통합사무실
보령 업무시설

풍경 속 건축

건축은 항상 풍경 속에 자리 잡는다. 자연이 만든 풍경이든, 인간이 만든 풍경이든. 풍경 속에 자리 잡은 건축은 그 자체로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기에 건물의 형태에 따라 기존 풍경 또한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렇다면 풍경 속에서 건축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아야 할까? 대천항 관공선 통합사무실은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담은 프로젝트이다. 

보령의 끝자락, 뒤로는 생앵산이 자리하고 앞으로는 바다를 마주한 대지. 도시적 스케일에서 이곳은 바다와 산이라는 매력적인 자연 풍경을 갖추었지만, 인접한 주변 부지는 어구수선장 및 임시설치물들로 인하여 다소 난잡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프로젝트의 메인 주제로 삼은 것은 주요 도시적 맥락인 ‘바다와 산’이라는 두 자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동시에 주변의 어지러운 풍경에는 차분히 대응할 수 있는 정돈된 모습의 건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 대지 분석 다이어그램

분절된 건물

단면상에서 바라봤을 때, 대지 방향으로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생앵산과 대지 레벨보다 낮게 위치한 바다 사이에서 두 자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기 위한 적절한 건물 스케일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1층은 통합되어 있고, 2층은 바람길을 내어주기 위해 건물을 분절시킨 형태의 2층 건물로 구성했다. 또한, 건물 2층의 분절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1층은 콘크리트, 2층은 회색 벽돌을 사용하여 입면을 구성함으로써 비슷하지만 다른 질감을 가진 재료로 1층과 2층에 확연한 대비를 주었다.

분리된 2층 건물은 주변의 흐름을 이어주기 위한 건축적 제스처였지만 기능적으로도 분절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각 부서에 독립된 공간과 동선을 제공하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는 대지의 전면부가 서향이라 남쪽 채광을 받을 수 있는 면적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건물들 사이에 여유 공간을 주어 각 사무공간으로 적절한 남향 채광이 유입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 1층 회랑 공간

회랑 공간

2층의 분절된 건물들이 완전히 독립된 형태로 느껴지기 위해서는 1층의 건물과도 따로 읽혀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하나의 건물이지만, 기단부 역할을 하는 1층에 2층의 분절된 건물들이 올라타 있는 형태로 계획하여 각 층의 건물이 따로 읽힐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하지만 대지 내에서 각 실들의 필요 면적을 확보하면서 1층과 2층의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1층에 건물 전면부를 둘러싼 회랑 공간을 계획하였다. 

회랑은 야외 공간이지만 기둥과 지붕이 만드는 공간의 경계에 의해서 완전한 외부도, 내부도 아닌 반외부 공간이 되고, 방문객들 또한 회랑 공간을 외부보다는 건물 내부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게 된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외부 공간이 펼쳐지는 보통의 건물들과는 달리 회랑 공간을 거쳐 외부로 나오게 되는 공간의 시퀀스는 외부와 내부라는 단순한 구분을 넘어 외부 - 회랑 - 내부라는 레이어드된 공간 구조를 가진다. 이로써 건물 형태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깊이감 있는 공간이 형성되고, 이 깊이감이 2층 건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1층 건물을 강조하며 두 건물의 관계를 확실히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회랑은 대지 전면부에 위치한 바다와 건물 사이의 버퍼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햇빛을 한 번 걸러주어 실내를 보다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적인 역할도 수행한다.

1층 입면은 외부에서 건물을 바라봤을 때 기둥이 반복되며 연출되는 리듬감을 표현하기 위해 기둥과 슬라브의 면을 일치시키지 않고 슬라브를 기둥보다 조금 더 뒤로 밀어내 단순한 1자 모양의 수직 기둥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ㄷ자 모양의 게이트가 반복되는 것처럼 연출했다. 이로써 단조롭지 않고, 보다 리듬감 있는 모습의 입면이 완성되었다. 기둥의 재료는 줄눈이 없는 민무늬 콘크리트로, 입면에 노출되는 슬라브 면의 재료는 세로 줄눈이 있는 콘크리트로 마감하여 똑같은 콘크리트지만 줄눈을 이용하여 수직, 수평의 방향성을 강조하였다.

△ 2층 입면에 적용된 그라데이션 월

그라데이션 월 (Gradation Brick Wall)

우리 주위에 있는 건물들의 입면을 살펴보면, 각기 다른 디자인이지만 모두 투명과 불투명의 경계가 뚜렷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통 건물의 입면은 채광 및 환기를 위한 개구부는 투명한 유리로, 외벽은 추위나 더위를 막기 위한 콘크리트벽으로 각 공간의 목적이나 기능에 맞춰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이 건물의 2층 입면을 이루고 있는 그라데이션 월은 투명한 틈 사이사이에 벽돌을 쌓아올려 만든 벽으로, 유리처럼 완전히 투명하지도, 콘크리트벽처럼 완전히 불투명하지도 않다. 벽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점점 벽돌 사이 빈틈의 크기가 커지며 불투명성보다는 투명성을 띠는 그라데이션 월은 바다와 산이라는 서로 다른 풍경 사이에서 두 자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건물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외부에서 건물을 볼 때보다 실내에서 바라보았을 때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벽을 마주하기 때문에 벽돌 사이사이의 빈 공간이 훨씬 극적으로 느껴지며, 빈틈의 간격이 점차 넓어지면서 그라데이션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점점 넓어지는 빈틈을 따라 내부 이용자의 시선은 점점 개방되는 벽의 끝으로 향하게 되고, 그렇게 벽의 끝을 따라가다 발견하게 되는 드넓은 바다는 실내에서 외부 풍경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개방감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시간에 따라 벽돌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빛의 분위기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변화하며 내부에서 경험하는 외부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 1층 로비 & 라운지

△ 1층 사무실

△ 실내에서 본 그라데이션 월

△ 2층 사무실

그라데이션 월은 단순히 디자인적 요소가 아니라 루버처럼 기능적으로도 작동하는데, 대지 전면부를 통해 건물이 받는 채광이 서향이기 때문에 깊게 들어오는 햇빛을 루버처럼 한 번 걸러줌으로써 여름철에는 내부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아주고, 겨울철에는 외부로 열이 유출되는 것을 막아 단열 효과를 높인다. 이로써 쾌적한 사무 공간을 조성하는 동시에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이렇게 완성된 대천항 관공선 통합사무실이 우리의 바람대로 기존 풍경과 어울리는 차분한 모습으로, 대천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자리 잡기를 바란다.

① 로비 & 라운지  ② 당직실  ③ 회의실
④ 화장실(여)  ⑤ 화장실(남)  ⑥ 엘리베이터  ⑦ 장애인 화장실
⑧ 탈의실  ⑨ 샤워실  ⑩ 다목적실  ⑪ 창고  ⑫ 사무실 1  ⑬ 부속실

① 사무실 2  ② 부속실  ③ 사무실 3  ④ 사무실 4
⑤ 화장실(여)  ⑥ 화장실(남)  ⑦ 사무실 5  ⑧ 사무실 6

① 사무실 1  ② 로비 & 라운지  ③ 당직실  ④ 사무실 2
⑤ 사무실 3  ⑥ 사무실 4  ⑦ 사무실 5  ⑧ 복도  ⑨ 사무실 6

① 회랑  ② 사무실 1  ③ 부속실
④ 사무실 3  ⑤ 부속실  ⑥ 복도

① 회랑  ② 창고  ③ 사무실 3  ④ 복도

① 회랑  ② 로비 & 라운지
③ 화장실(여)  ④ 기계실  ⑤ 사무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