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엔건축사사무소는
건축과 도시의 본질과 지속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새로운 사회문화적 가능성을 찾는 작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김현숙
- 설립
- 2014년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만리재로 14 르네상스타워, 1009호
- 연락처
- 02-703-1838
- 이메일
- enarchi01@naver.com
농가주택 리모델링.
나는 이번 리모델링 일이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참 제주도를 오가며 부모님 주택 구조보강 및 리모델링에 신경을 쓰고 있던 터였다.
사실 계획대지에 건물이 있으면 기존건물을 철거하고 신축건물을 계획하는 것이
설계면에서나 시공면에서 더 편할 수도 있다.
그래도 오랜 시간을 담아내는 건축의 정겹고 자연스러운 멋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창고를 리모델링해서 로프트 하우스나 오피스로 쓰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 설계사무소에서는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일을 거의 하지 못했었다.
*로프트 하우스(loft house) 에서 loft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고미다락 2) (교회/농장/공장 건물의) 위층 3) 로프트(예전의 공장 등을 개조한 아파트) 4) (방 안에서 다른 곳보다 바닥이)높은 곳. 로프트 하우스는 loft에 집을 의미하는 house를 결합한 형태로 다락에 위치한 집 또는 예전의 공장 등을 개조한 형태의 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에이플래폼-
건축주와 같이 현장을 찾았다.
그런데 이 농가주택을 매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입자의 반대로 실내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건축주분들도 창고나 뒷마당을 본 것도 처음이라고 하셨다.
그나마 세입자가 농사일로 안 계셔서 외관만이라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리모델링임에도 불구하고 주택건물의 실내를 살펴보지도 못한 채 계획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차피 실내공간은 용도에 맞게 완전히 새로 인테리어를 할 예상이니 그다지 큰 문제는 없었다.
커다란 나무와 한라산이 보이는 뒷마당은 방치된 채 쓰레기 처리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래도 경계에 심어진 경계수는 서향의 오후 햇빛을 막아 멋진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귤창고의 문이 열려 살짝 들어가 보았다.
이곳에는 3동의 건물이 있는데, 2008년도에 지어진 이 귤창고는 상태가 좋은 편에 속했다.
지붕 트러스도 가능한 그대로 이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입부의 돌창고로 만들어진 건물에는 멋진 담쟁이가 자생하고 있었다.
" 남겨져야 할 것
+ 새로 만들어져야 할 것 "
집을 둘러보고는 우선 무엇을 남겨야 하고 어떤 것을 새로 주입해야 하는 지 결정이 되어야 했다.
리모델링이니만큼 많은 제약과 가능성이 숨어 있었다...
마을과 조화가 되는 아기자기한 농가주택으로서 기존 건축물의 흔적을 담아내는 동시에
새로운 거주지로서 건축주의 개성있는 삶을 담아내는 주택이 되어야 한다.
서울에서 오며가며 작업해야 하는 나는 급한 마음에 건축주와 현장방문 후 다음날 다시 이곳을 찾았다.
제주에 있는 김에 주택의 상태를 빨리 도면화하여 계획에 들어가야 했다.
기존 상태를 도면에 담아내기 위해 서둘러 여기저기 치수를 재고 왔다.
밈하우스도 그렇고 이 설누가도 그렇고.... 두 주택을 계획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제주로 이주하여 정착하는 사람들...
그리고 제주를 떠나온 나. "
생각해보면 학창시절까지 나에게 제주도라는 곳은, 세상 가장자리에 있는 변방의 섬이라 느껴졌었다.
기꺼이 경험해야만 했던 미지의 탐험들로 삶을 채워나가고 싶었었다.
그러나 요즘은 제주도가 문화교류의 장으로 커나가고 있음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으로 제주를 찾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게다가 토산리라는 작은 마을에 들어가 살 예정이라고 하시니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나 보다.
건축주는 이 집의 이름을 '설누가'라고 가칭하고, 이름의 뜻을 들었을때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꿈 속에서 무의식중에 짓게 된 '설마 누가 여기까지 오겠는가~!!'의 준말이란다.
그러게요... 누가 거기까지.... *^^*
현대생활에 있어 점차 물리적인 '거리'라는 것이 소통과 교류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님을 느낀다.
도시의 중심에 있다고 해서 사람들과 늘 소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건축주가 온라인을 통한 작업을 많이 하시는 것을 보면,
DAUM 본사가 제주도 중산간에 자리잡은 것과 비슷한 이유와 가능성이 아니였을까 싶다.
설누가.
토끼마을 토산리 한켠에 작은 삶터로 자리잡을 것이다.
[출처] EN 건축사사무소_'설누가 농가주택 리모델링 01_현장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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