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발로 풍경을 읽어내는 사람이고
읽어낸 풍경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그 기록들을 양분 삼아 디자인을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천경환
- 설립
- 2011년
- 주소
-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150-5 깊은풍경건축사사무소
- 연락처
- 02-525-0429
- 이메일
- lazybirdc@naver.com
세종시 단독주택
#6. 현장감리 ⅳ
사용승인을 앞두고 한창 마감 마무리 중인 현장 모습입니다.
△ 2층 안방 침실 쪽을 바라보는 모습
집을 대표할 만한 이미지인 이 부분의 햇볕 효과가 걱정했던 것만큼 현란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시각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일종의 해시계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들락거리는 세 자녀분들의 시점으로는 부모님의 캐릭터, 부모님의 인기척을 연상케하는 장면이 되리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무대처럼 보란 듯 멋지게 연출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래도 어색해 보이지만, 붙박이 가구가 날개벽까지 꽉 채우게 들어서고, 복도 한편에 허리 높이까지 책장이 들어서면 비로소 연출했던 디자인이 완성됩니다.
△ 자녀방으로 연결되는 긴 복도
유리는 대체로 투명해 보이지만, 시점과 상황에 따라서 불투명한 벽이나 영상을 반사하는 거울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늘어선 유리 고창(clerestory)들은 시점과 상황에 따라서 유리와 거울의 조합처럼 느껴질 텐데, 그게 삶의 생생함, 삶의 풍요로움으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 복도 맨 끝 아들 방
눈높이에서는 최소한의 소통을 위한 창을 뚫었지만, 고창이 있기에 전혀 갑갑하지 않습니다.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해 열리는 창문은 방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고창을 통해서 흘러가는 구름과 변하는 햇볕이 보여, 고정된 집 안이 아니라 천천히 움직이는 배나 비행선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 딸 방
인테리어를 맡아주신 전진화 실장님의 배색 감각이 빛을 발하는 모습입니다. 벽면 색감과 뻐꾸기창은 다소 보수적인데, 천정으로 조성되는 공간의 윤곽은 대담해서, 좋은 대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유리 고창이 차광이나 차음에는 불리합니다. 그런데 저는 가족 사이의 프라이버시가 어느 정도 지켜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방이 호텔방처럼, 완전히 밀폐되는 블랙박스가 될 필요가 있을까, 그런 필요는 과연 언제부터 당연한 조건이었나, 의심했습니다. 불과 몇십 년 전에는 방과 방 사이가 종이 한 장으로 구획되었던 적도 있었고,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살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사생활 나누기의 빈틈에서 가족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기회가 생기고, 가족들 각각의 삶이 겹쳐지고 소통되는 가능성이 생긴다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자아를 강조하는 담론(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어요.)에는 가족산업, 가족전통, 가족공동체를 해체하여 다량의 노동력을 확보해야 했던 산업혁명 초기의 기획이 깃들여있다고도 생각합니다.
△ 안방 침실
초록색으로 칠한 벽 너머 부부욕실과 파우더룸까지 더하면 넉넉한 안방이 됩니다만, 침실만으로는 자녀 방과 비슷하게 콤팩트한 사이즈로 계획했습니다.
△ 현관
사용승인이 임박한 가운데, 붙박이 가구와 조명이 설치된 모습을 둘러보았습니다.
현관에는 신발을 비추는 낮은 조명, 한쪽에 마련된 신발장, 그리고 날씨와 같은 바깥 상황을 미리 살필 수 있게끔 낮게 뚫어놓은 창문이 있습니다.
△ 현관 앞 복도 너머 보이는 손님방
△ 가족실과 연결된 계단에 걸터앉아 올려본 모습. 동선과 시선이 겹치는 곳입니다.
△ 2층 안방 침실 쪽을 바라보는 모습
조명과 붙박이 가구가 설치되니 비로소 생각했던 디자인 연출이 완성됩니다. 책을 비롯한 살림살이로 채워져서 펼쳐질 또 다른 풍경이 기대됩니다.
△ 가족실
동선과 시선이 교차하는 가족실의 완성은 빅테이블입니다. 가족들이 우연처럼 마주치며 서로를 새삼스레 발견할 기회가 많이 생기는 집이기를 바라며 계획했습니다.
△ 안방에서 바라본 2층 복도
대체로 투명해 보이는 유리는 시선이나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거울처럼 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파란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실내풍경이 살짝 반사되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세모난 고창에는 커튼도 블라인드도 달지 못합니다. 그래서 늘 열려있게 되는데, 높이 달려있는 창이기도 하고 단독주택단지라 고창을 통해 내려다볼 만한 건물도 없어서 바깥으로부터의 시선은 걱정 없습니다.
△ 자녀방 쪽을 바라본 모습. 공사 중에 자주 촬영했던 부분입니다.
지붕의 아랫면은 지붕 모양 그대로 접혀 천정이 됩니다. 사실 지붕 모양 자체는 다소 식상한 조형인데, 아래에서 올려본 모습은 기대 이상으로 역동적이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천정은 조명기기나 센서 등, 아무런 군더더기도 붙지 않은 순수한 백색의 판으로 연출되었습니다. 그리고 큼지막하게 접힌 백색의 판을 빛줄기들이 두서없이 물들입니다. 물든 빛은 접히고 꺾인 판의 조형을 도드라지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