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8.10.26
-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서울에 대한 이야기
- 망원동
①경리단길 ②연남동 ③망원동
최근에는 뜨는 동네, 핫한 동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곤 합니다. 최근 이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동네 두 개를 뽑아 보라고 하면 단연코 경리단길과 연남동을 꼽을 것입니다.
경리단길은 한남동 뒤에 위치한 하얏트 호텔을 시작으로 녹사평역으로 이어지는 경사지며 구불구불한 거리를 말합니다. 이곳은 낯익은 동네 건물들 속에 들어와있는 이국적인 문화와 생활 양식, 음식, 음료 등을 만날 수 있어 최근 주목 받은 거리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2012년에 경리단길을 갔을 때는 주목 받기 이전입니다. 이때 그곳에서는 시간이 멈춘 거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리 만큼 들었습니다. 낡은 이발소의 간판과 파마약 냄새… ’베이커리’ 라고 한글로 정직하게 적힌 간판, ‘수입 식료품을 팝니다’라고 종이에 무성의하게 써놓은 유리에 붙어있는 종이 메모… 이처럼 서울 한복판에서 찾아보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은 가장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이자 이국적인 디저트와 식사가 있고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경리단길입니다. (손손치킨, 파스타와 수제버거를 파는 니키타, 그리고 매일 먹던 피자와는 조금은 다른 맛을 보여주는 피자 집, 카롱카롱이라는 마카롱이라는 디저트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카페 이 외에는 이태원에서 유명한 내로라하는 집들이 한 건물에 모여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와 핑퐁바를 추천합니다. 새로운 문화의 형태를 보여주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리단길-
이에 반해 연남동은 조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홍대 상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며 조그마한 크기를 유지한 각각의 가게들이 유기체처럼 마을을 형성한 곳입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천천히 흐를 것만 같습니다. 대부분 주택가로 이루어진 연남동은 띄엄 띄엄 소박하게 솔직하게 꾸민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홍대에서 자본이라는 물결에 밀려 이곳으로 와 자리 잡은 사람들이 꾸려가고 있는 공간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그런데 이전과는 다르게 더 영리해진 문화를 기반으로 연남동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힙합을 들으면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연남회관과 일반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빵을 직접 구워 커피와 판매하는 카페인 브레드랩, 알려진 잘 팔리는 책보다도 소수의 다양한 생각에 주목한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는 피노키오 책방, 병원 지료를 받으면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제네럴 닥터, 이들이 연남동의 문화를 한층 발전시키며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피노키오 서점을 추천합니다. 주류 출판물이 아닌 소수의 생각과 시선의 가능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
-연남동-
이렇게 소위 ‘뜬’ 동네 두 곳을 간략하게 언급해보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견해로 앞으로 뜰 동네에 대해서 글을 이어가 보겠습니다. 다음으로 뜰 것 같은 동네는 ‘망원동’이라 생각합니다. 망원이라 하면 대부분 한강 공원 망원 지구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그 망원 지구에서 토끼굴을 따라 들어오게 되면 앨리스의 이야기처럼 새로운 분위기의 공간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익숙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빌라들이 늘어서 있고 시장에 사람들이 북적대며 그냥 사람 사는 한 마을로 오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 마을이 뜰 것 같다고 생각하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아직 많은 것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이런 빌라가 늘어서 있고 시장이 있는 마을은 대체로 지키고 유지하려다가 완전히 다른 마을로 폭력적이기 까지한 변화를 맞게됩니다. 그런데 이 마을은 영리한 선택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망원 시장에는 수제 버거가 유명하며 골목 코너 곳곳에는 일본식 선술집과 인스턴트 피자와는 완전히 다른 피자를 구워내는 정통 나폴리 피자집, 스페인 퀴진의 레스토랑이라 이름 붙이기에는 조그마한 음식점(비스트로), 아침 직장인들을 위한 수제 샌드위치 전문점, 막걸리를 팔면서 퓨전 안주가 주메뉴인 가게들이 망원이라는 공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들의 몫과 기능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즉, 아직 간직하면서도 계속하여 변화하며 새로운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는 곳입니다.
뜰 동네로 뽑은 두번째 이유로는 이곳은 홍대라는 상권의 거대한 자본에 밀려난 아티스트와 자영업자들이 찾은 새로운 거처들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그들이 머무르는 공간을 생활의 질적으로, 심미적으로 아름답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과거 2013 무도 가요제 장미여관의 육중완이 살던곳이 망원입니다. 그 외에도 기타리스트 김도균씨,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 스웨덴세탁소 최인영, 왕세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민홍 등 홍대를 주무대로 둔 아티스트들이 홍대에서 멀지 않으면서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곳을 찾다가 자리 잡은 곳이 망원입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이유는 ‘축’입니다. DMC 상암 월드컵 공원 등의 큰 단위의 기능(업무, 휴식)을 수행하고 있는 상암과 문화 중심지로서 거대 상권이 자리잡고 있는 홍대, 합정이 한 축의 양 끝 단이라 하였을 때 망원은 사이의 공간으로서 교두보와 같은 공간의 기능을 수행할 것입니다. 이 공간의 양 지점에서 각각 맡은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분명하며 명확하므로 공간의 기능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두 공간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발전해나갈 수 있는 공간적 여건이 갖추어진 곳입니다.
이렇게 동네가 뜰 것 같은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이유를 적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단지 동네가 뜬 이유에 대한 변명에 불과한 이유들일 것입니다. 진짜 뜨는 동네들은 모두 그들만의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 정직한 방식으로 꾸려간 동네들입니다. 결국 사람을 끄는 곳은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이야기꾼 서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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