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7.06.29
- [전시회 리뷰] Numen/For Use: VOID 에 다녀오다.
유럽의 설치미술 작가인 Numen/For Use 의 전시회인 Void에 다녀왔습니다. 작가 ‘뉴먼포유즈’는, 유럽 전역에서 주요 무대 미술을 진행하는 그룹입니다. 주로 테이프, 실, 끈, 그물 등의 일상적 소재로 설치작업을 진행하고, 개념미술, 무대미술, 산업공간 디자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8년 For Use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 해 1999년에 Numen/ For Use 로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Numen의 의미는, 신령, 수호신이라는 의미이고, For Use 는 ‘사용되는’ 이라는 의미입니다. 작가의 이름의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일단 전시장에 방문해보았습니다.
뉴먼포유즈의 작품은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한강진역 2번 출구에서 나와서 반대방향으로 약 10분 정도 걸어오면 위치해 있는 곳입니다.
현대카드 스토리지는 현대카드가 개관한 새로운 형태의 전시공간입니다. 다양한 현대 미술 장르를 포괄하는 전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요. 건축, 디자인, 필름 등의 폭 넓고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젊은이들의 자유로움으로 상징되고, 많은 인종이 있는 곳인 이태원은 다양한 문화가 생동감 있게 공존하는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현대카드의 빌딩 1층에는 ‘비닐&플라스틱’이라는 레코드 샵이 있었고, 지하에 현대카드 스토리지가 위치해 있습니다. ‘스토리지’라는 이름이 의미하듯이, 이 곳은 예술적 가능성이 존재하는 열려있는 ‘창고’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연결성
지하 1층으로 들어가면 바로 뉴먼포유즈의 작품들이 여러가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많은 줄로 그들 간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작품때문에, 필자는 수학 전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작과 끝이 끊임 없어 보이는 사인함수같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현대 수학에서 줄의 움직임은 수학적 표현으로는 사인함수로 나타내기도 한다는데, 이 전시회에서는 그와 반대로 순수 수학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2.폐쇄성
지하 1층에 있었던 작품들은, 줄의 연결성을 볼 수 있었는데, 지하 3층에는 이 작품들 중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체험용 설치 미술 작품이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위층에 있는 작품들과 대조적으로 폐쇄성의 요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전시회의 큰 주제는 Void, 즉 ‘빈 공간’이었습니다.
위층에서 보고 왔던 작품들에서는 줄과 공간의 연결성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작품을 보는 순간, ‘빈 공간이라는 것은 우리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일까? 빈 공간이라는 걸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갖게 했습니다. 또한, 안내문에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체험이 불가능하다고 써있는 걸 보고, 약간의 공포감도 들었습니다. 도대체 폐쇄된 공간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어린 시절, 공공 화장실에 오랜 시간 갇힌 기억 때문에 생긴 약간의 불안함으로 처음에는 저도 체험이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재미있어보이기도 했고, 오히려 ‘안락하다’는 말씀을 해주신 안내원의 도움으로 체험을 시작해보게 되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가방을 맡긴 후, 덧신을 신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말 그대로, 이 작품은 ‘커다란 빈 공간’이었습니다. 흰 천으로 된 커다란 공간, 밖이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지만 정말로 아늑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가던 추억의 놀이기구인 ‘방방’ 같은 느낌도 들었고, 해먹같기도 했으며, 요즘은 어른들에게도 인기 있는 ‘트램펄린파크’같기도 했습니다.
생각외로 너무 재미있었던 체험을 마치고, 안내원 분과 몇 분의 대화를 했습니다. 많은 어른 분들이, 도심에 이런 의외의 공간이 있어서 즐거워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중학생 이상만 들어갈 수 있는 특징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엄마가 작품으로 입장하면, 자신들은 밑에서 엄마의 동선을 따라가며, 밖에서 엄마를 만지기도 하고 엄마와 함께 얘기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엄마와 아이는 임신당시 때와 주객전도 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하고 말이죠.
이런 특징때문에, 이 Void 라는 것이, 사전에 적힌 의미의 폐쇄된 공간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안의 공간은, 그 자체로 폐쇄된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안과 밖의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죠. 또, 입구가 출구가 되고, 출구가 입구가 되는 상황에서 Void가 단순히 폐쇄된 공간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안의 공간과 바깥의 공간이 천 하나로 구분되고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또, 들어가기 전에는 다소 막막하고 공포적이게 느껴지는 공간도, 오히려 안에서는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Void라는 건 밖에서 보이는대로만 정의할 수 없으며, 하나의 성격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Void였습니다.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위층 ‘비닐&플라스틱’이라는 레코드 샵을 구경해보았습니다. 부모님이 젊은 시절 모으시던 오래된 LP판은 집에 잔뜩 쌓여있지만, 최근 음반들마저 여전히 레코드로 나온다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 중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작품도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여러 스피커, 이어폰들을 팔고 있었고, 2층에는 CD를 팔고 있었습니다.
매장 군데 군데에는 직접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아이패드와 이어폰들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Numen/For Use: VOID
테이프, 실, 끈, 그물 등과 같은 일상적 소재를 활용해 주로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Numen/For Use는 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으로 Storage의 공간을 새롭게 변화시켜 예술적 감각과 경험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장소: Storage B2, B3
기간: ~ 2017.07.16
건축이야기꾼 송주현
국내 문화행사와 전시답사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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