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7.06.22
- [촬영리뷰] 여주 근린생활시설, SAM
■외부촬영 (주간)
촬영지는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입니다. 건축주는 수학학원 강사인데, 수학의 기본인 '셈'과 선생님을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인 '쌤'이 건물이름인 SAM에서 연상됩니다. 건축가는 깊은 산속의 옹달'샘'처럼, 이 건물이 사랑 받는 건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습니다.
촬영지에 도착한 뒤, 근처 높은 건물에 올라가 사이트를 둘러보았는데, 그 경치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남한강이 뒤로 흐르고, 산들이 펼쳐져있었습니다. 산들의 형세와 SAM의 지붕의 모양이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여주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위치해있다보니, 전봇대나 전깃줄이 이리저리 많이 얽혀있었습니다. 전깃줄 없이 건물이 깔끔하게 보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잠시 고민을 해야했습니다. 건물이 과장되게 보이더라도 깔끔하게 담을지, 주변이 더 지저분해보이더라도 과장을 최소화해서 담을지...
현장에서는 일단 둘 다 담고, 리터칭을 하면서 고르겠다고 선택을 잠시 미뤘고, 전자를 선택했습니다. 건축의 덩어리감을 보여주는 사진은 다른 것도 있으니, 한쪽 면의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내부촬영
건축 안에 들어가자마자, 계단공간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주변이 온통 녹색이었는데, 굉장히 미묘한 녹색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밝았어도 이상했을 것 같고, 조금만 더 어두웠어도 이상했을 것 같고, 채도가 조금이라도 더 진했거나 옅었으면 또 이상했을 것 같은, 그런 미묘함이었습니다. 이 촬영이 아니고서는 다음에 다시 사진에서 다룰 일이 없을 것 같은, 그런 녹색이었습니다. 분명 재미있긴한데, 이 미묘한 색을 사진으로 재현할 생각을 하니 생각을 잠시 놓게되었습니다.
보통 이럴 때 마음 속으로 외우는 주문이 있습니다. "잘부탁해 내일의 나"
최종결과물을 어떻게 잘 낼지 생각하는 것은 잠시 미뤄두고, 주문을 외우며 촬영을 계속해나갔습니다.
건물의 1, 2층은 임대공간, 3층은 건축주가 운영하는 학원이고 4,5층이 주거공간입니다. 주거공간에는 강아지가 두마리 있었는데, 이 강아지들은 촬영 내내 훌륭한 (그리고 모델비도 안받는) 모델들이 되어주었습니다. 안마의자의 존재감이 튀어 아쉬움이 다소 있었지만, 대리석 재질에 넓은 공간, 뛰어다니는 강아지 등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 즐거웠습니다. 5층에 올라가니, 공간 자체가 '애들아 놀자'라고 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5층 양 옆에 위치한 방의 약간 어두운 보라색과 파란색 벽지는 방을 더 넓어보이게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옥상이 계단을 올라가며 보이기도하고, 방에서 나오면 또 바로 보이는데, 이 역시 공간이 '이리로 와서 놀라'고 손짓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5층의 화장실은 또 강렬한 빨간색의, 육각형 타일을 썼는데, 이 역시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
SAM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색들이 툭툭 튀어나와 재미있는 촬영이 되었습니다.
■외부촬영 (야간)
야간촬영은 박성기 소장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복도등이 모두 센서등이라 누군가가 뛰어다니며 센서등을 켜주어야했는데, 이번 촬영은 어시 없는 1인 촬영이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잠시 망설임이 있었는데, 소장님께서 흔쾌히 5층 건물을 계속 오르내리며 센서등을 켜주셔서 야경 사진도 예쁘게 잘나왔습니다.
바로 아래 있는 사진은 근처 주차장 옥상에서 찍은 사진인데, 삼각대를 둘 곳이 없어 손으로 들고 찍다시피 한 사진이라, 웹에서 작게 보여줄 때 말고는 쓸 수 없는 사진입니다. 그래도 환하게 켜진 복도등을 보면 땀 흘리시며 계속 계단을 오르내리신 소장님 모습이 떠올라 이 곳에 같이 업로드합니다.
이번 야경 촬영에는 운도 따라줬습니다. 정면 사진에서, 건물 앞에 전봇대가 있는데, 정면 사진을 찍자마자 가로등이 켜져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습니다. 촬영이 10초만 늦었어도 가로등이 시선을 다 빼앗아갔을 것입니다.
A+PLATFORM_Photo 이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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