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야기 841
좋아요 3Posted on 2017.11.17
- 이응노의 집 #03. 대비 그리고 조화
- 재미나요 l 우리나라
다른 전시실...
천정이 살짝 기울어져있었고, 그래서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었어요.
천정은 노출콘크리트, 작품의 배경이 되는 벽면은 하얀색으로 도장, 그리고, 바깥을 향한 하나의 벽면은 황토로 마감.
지난 포스팅에서 말했듯, 건물을 구성하는 나름의 논리에 맞추어 공간을 이루는 각각의 면 하나하나마다 의미를 부여한 모습입니다. 전시실 공간의 연출이라는 작은 스케일에서의 디자인이 건물 전체의 구성방식이라는, 보다 큰 스케일에서의 디자인으로 연결되는 상황이죠.
황토는 만지면 묻어나옵니다.
전시실에서 나와서, 올라왔던 ‘사이공간’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지나온 길을 따라서 관통하는 시점으로 바라보면, 제법 깊은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서 상승하는 지형의 흐름도 느껴지고요.
건축가가 화가의 고향 풍경을 의식했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만, 자연스러운 지형의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테라죠 마감은, 넓은 바닥을 단단하게 빚어낸다는 연출에는 적당합니다만,
경사진 바닥은 깔끔하게 빚어내기 힘든가 봅니다.
메탈라쉬로 올린 천정은 세련된 느낌이었는데, 다만, 메탈라쉬를 고정하는 프레임이 필요 이상으로 눈에 띄는 듯해서 아쉬움이 들었고요.
바닥의 지형은 때로는 커다란 계단으로, 때로는 느슨한 경사로로 꿈틀거리는데,
꿈틀거리는 지형에 호응하여, 천정 또한 또 다른 바닥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이 지금 보니 나름 인상적이네요.
‘매개 공간’과 ‘전시 공간’이 끝나는 막다른 곳. 왼편에 다른 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보입니다.
공간의 경계에서 두 공간을 바라본 모습. 왼쪽이 ‘지원 공간’이고, 오른쪽이 ‘매개 공간’ 입니다. (지난 ‘이응로의집/02’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내용.) 하나는 기능적으로 마련된 지름길 같은 공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느슨하게 거닐면서 공간과 작품을 체험하며 감상하는 공간입니다.
수장고로 통하는 리프트, 다목적 강당, 로비로 이어지는 좁은 복도가 나오는데, 다소 느슨하게 감싸오던 공간의 체험과 작품의 여운이 단단하게 벼려지는 듯 전환되어 마무리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완만한 경사로를 올라갔다가, 가파른 계단으로 내려가면 이전 포스팅에서 보았던 로비가 나올 것이겠습니다.
다목적 강당. 기성품이긴 하지만, 썩 잘 어울려 보이더군요.
전면에 키 작은 하얀 벽체가 보이는데, 벽체 뒤에는 음향설비 등이 보관된 수납공간이 있더군요. 너저분한 설비나 비품을 단정하게 가려주는 역할도 하고, 커다란 공간을 적당히 나누어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영상이 투영되는 스크린의 역할도 하고요.
오른편의 유리를 통해, 경사로가 어느 정도 가파르게 되어 있는지 읽히는데,
그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낙차 크게 떨어지는 계단이 나옵니다. 공간의 높낮이만 생각하면 이렇게 할 필요가 없겠습니다만, 로비와 강당을 그냥 시원하게 열어두듯 연결하고 싶진 않았나 봅니다. 경사로나 계단은, 일차적으로는 높이가 다른 여러 바닥을 연결하는 일을 하는데, 때로는 여러 공간들이 연결되는 정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죠.
노출콘크리트, 나무, 블랙 스테인리스, 하얗게 도장된 석고보드 등, 몇 가지 재료들이 단정하게 어울리는 모습.
건축가 천경환
손과 발로 풍경을 읽어내는 사람이고
읽어낸 풍경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그 기록들을 양분 삼아 디자인을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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