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 건축사사무소
천경환은...
손과 발로 풍경을 읽어내는 사람이고
읽어낸 풍경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그 기록들을 양분 삼아 디자인을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손과 발로 풍경을 읽어내는 사람이고
읽어낸 풍경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그 기록들을 양분 삼아 디자인을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천경환
- 설립
- 2011년
- 주소
-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150-5 깊은풍경건축사사무소
- 연락처
- 02-525-0429
- 이메일
- lazybird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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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42
좋아요 19Posted on 2017.11.17
- 이응노의 집 #04. 위계
- 재미나요 l 우리나라
방금 내려온 계단. ‘매개공간’에서 느슨한 경사로의 연속으로 처리되었던 높이 차이를 단숨에 연결하는 계단이었지요. 노출콘크리트 계단인데, 살짝 애매하게 둔한 느낌이 들더군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는 이 모습이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조금은 아쉽더라고요.
계단 디딤판 언저리에 시커먼 색의 테두리 철판이 둘러쳐져 있는데, 바닥 테라죠 시공을 위한 틀인 동시에 의장적인 역할도 하고 있네요.
계단과 벽이 맞붙는 곳에는 틈을 두었는데, 그게 앞서 말씀드린 ‘테두리 철판’의 너비와 얼추 비슷해 보이는 것도 나름 재밌습니다.
바깥에는 별동으로 처리된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가 있었는데, 비스듬한 경사지붕의 깍두기라는 공통된 디자인 모티브인데 마감 재료만 나무로 바뀝니다. 프로그램의 중요한 정도에 위계를 두어, 다소 부차적이고 본질에서 벗어난 시설에는 가볍고 임시적인 느낌을 주는 재료로 마감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돌이켜보면, 본동의 입구로비 언저리와 화장실 부분 마감이 나무인 것도 그렇습니다.
별동 또한, 벽이 땅과 만나는 순간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 모습.
바깥에서 보았던 지붕의 조형은 그대로 내부 공간에 반영됩니다. 구석에 몰려서 뚫린 창은 위로 솟아나는 공간은 공간대로 다소 호사스럽게 남겨두고, 바깥의 풍경을 좀 더 밀도 깊게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아, 창이 뚫린 다기 보다는, 창이 세워지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 듯.
빛이 아래에 몰리다 보니 위의 지붕의 기울기가 어둠 속에 잠기는 데, 그런 것도 나름 매력적이네요.
옆에서 보니 지붕의 기울기와 창의 관계가 잘 드러납니다.
화장실의 급배기 팬 입구. 하나만 붙으면 군더더기인데, 두 개가 나란히 붙으면 의장요소가 됩니다.
실은, 찾아갔었을 때, 더 급배기 팬이 고장 나서 실내에 화장실 냄새가 콤콤하게 돌았었는데요. 그리 큰 건물도 아니고, 화장실에 창문을 적당히 뚫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창문을 뚫으면 건물의 추상적인 조형으로서의 느낌이 많이 훼손되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요.
나무 쪽널 마감에서는, 이런 모습이 늘 아쉽습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백퍼센트 순수 조형일 수 없는 ‘건물’의 한계가 드러나는 장면인 것 같기도 하고요. 하늘과 맞닿는 경계의 끝까지 나무만 보이게 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전시실 깍두기 덩어리들을 바깥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개념적으로는 ‘깍두기’의 한 면만 흙벽으로 마감되어야 하는데, 재료의 한계 때문인지 옆의 벽면으로 살짝 말아 들어간 모습이 보입니다. 말아 들어간 약간의 폭이 벽의 두께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선홈통이 눈에 띄는데, 저 정도의 요소를 많이 거슬린다고 생각하여 옹벽에 매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도 다다오의 경우는, 선홈통을 드러내되, 두 개를 나란히 두어서 거꾸로 적극적인 의장요소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보았던, 급배기구가 두 개 나란히 놓아둔 상황과도 비슷) 단순한 원통으로 처리해서 그나마 괜찮아 보입니다. 이 경우에는, 넓은 벽면에 별다른 줄눈이나 의장요소가 없는 상황이라, 크게 거슬리게 보이진 않는 듯합니다.
비스듬하게 멀리서 보면, 선홈통이 제법 훌륭한 의장요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흙벽과 노출콘크리트 벽면이 맞닿는 모서리 언저리가 좀 더 짜임새 있어 보입니다.
드레인과 선홈통이 만나는 부분에 커다란 상자를 두지 않고, 원통 모양이 충실히 드러나게 하는 상황입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흙벽 상부에 후레싱을 두면서 살짝 (10센티미터 정도?) 차양을 둔 모습입니다. 모든 깍두기가 아닌, 이 깍두기 하나만 이렇게 되어있었는데요. 사진 찍을 땐 몰랐는데, 나중에 관찰해 보니, 이 깍두기만 지붕의 경사가 흙벽 방면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거예요. 빗물이 넘쳐흐르면서 흙벽면을 타고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세 개의 깍두기 중, 오른쪽 하나만 ‘차양’이 있어서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황이 보입니다. 중간 깍두기랑 왼쪽 깍두기는 지붕의 경사가 흙벽 반대편으로 낮아지고 있거든요.
흙벽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재료인 것 같습니다. 색이나 질감이 자연스러워서 어색하게 튀지도 않고요. 다만, 앞선 포스팅에서 아크릴 코너가드를 둔 것을 보았듯, 모서리 부분이 깨지기 쉽다든지, 손에 흙가루가 묻어 나온다든지 하는 단점은 있습니다.
아무튼 또 흥미로운 점은, 조금씩 누르고 다져가면서 쌓아간다는, 구축의 과정이 솔직하게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수평의 층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오래된 지층의 단면을 연상케 하는 패턴이 보입니다.
흙벽의 수평 패턴의 폭이 노출콘크리트에서 드러나는 나무널쪽의 폭과 대충 비슷해 보이는 것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이 것도 수평으로 방향을 맞추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흙벽, 노출콘크리트, 그리고 아연도 강판. 궁합이 잘 맞는 재료의 조합입니다.
풍경에 스며들어간 모습.
3줄 요약
1. 작년 초, 마음먹고 조성용 선생님이 설계하신 ‘이응로의 집’ 에 구경 갔었는데요.
2. 논리가 명쾌한 건물이라 이해하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3. 곳곳에 이런 미술관이 많이 들어섰으면 좋겠습니다.
건축가 천경환
손과 발로 풍경을 읽어내는 사람이고
읽어낸 풍경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그 기록들을 양분 삼아 디자인을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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