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7.12.04
- 디자인랩 소소 인터뷰
(왼쪽부터 정슬기 주임, 한준희 대표, 장서윤 소장)
장서윤: 특별한 일상을 선물해주는 건축을 하고 싶어 사무실을 오픈하였고, 항상 어떤 프로젝트를 하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슬기 :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건축이라. 멋있습니다.
장서윤 : 대학교 다닐 때는 저도 “세계적인 건축물을 지어야지!.” 라고 많이 생각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매번 부끄럽지 않은 건축을 하자. 그래서 사무소 이름처럼 소소하고 특별한 일상을 만들자는 컨셉으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한준희 : 원래 사무소 이름을 정하는데 많은 생각과 고민을 거치는 걸 알기 때문에 이름을 지으실 때 굉장한 고민을 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서윤 : 뭐..(웃음) 소소라는 글자를 보면 집 모양처럼 생기기도 해서 좋았습니다.
정슬기 : 홈페이지를 보면 설계에 대한 애정이 많이 보였습니다. 일기처럼 프로젝트를 이야기하신 것도 좋고요. 어쨌든 지금은 사무소를 차리고 프로젝트를 하고 계실 텐데.. 설계하시고 현장도 나가시려면 힘도 많이 드실 것 같아요. 저도 이번에 현장 일을 했었는데 힘도 많이 들지만 그만큼 몸소 경험해보고 배울 것들이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장서윤 : 저도 처음 학교를 졸업하고 건축사무소에서 일할 때는 어디다가 물어 볼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하나하나 부딪혀 가면서 했습니다. 그랬더니 몸이 굉장히 망가지더라고요. 또 처음부터 직접 다 알아서 해야 하니까 되게 막막하고 힘들었습니다.
정슬기 : 네.. 현장에서 일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장서윤 : 그때는 심지어 처음 일한 것이었으니.. 기초가 뭔지. 창의적인 것이 뭔지. 구분조차 잘 되지 않았던 시기였었어요. 물론 처음부터 본인이 직접 경험해가며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만큼의 몸이 힘드니까. 잘 조절해가면서 일하는 것이 중요해요. 열정도 좋지만 몸이 따라줘야지 열정도 발휘할 수 있잖아요?
정슬기 : 네. 저도 이번에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나니까 건강에 대한 소중함도 알았어요. 더 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장서윤 : 저는 설계만 하면 힘들어서 다른 것도 같이 하고 있어요. 요즘엔 도자기 빚는 법을 배우러 다니고 있습니다.(웃음)
(장서윤 소장이 참여하는 건축팟캐스트 '집구석')
(장소윤 소장이 진행했던 다양한 활동의 흔적)
정슬기 :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서윤 :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의 목적은 같아요. “건축을 할 때 건축주 분들이 쉽게 건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거 하나였어요. 건축교실 뿐 아니라 집구석(팟캐스트 방송)도 하고 일반인들에게 건축이 쉽게 접근될 수 있길 바라며 모든 활동들을 시작했습니다.
정슬기 :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요?
장서윤 : 일단 팟캐스트 '집구석' 방송은 일반사람들이 건축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해소시켜 주려고 시작했어요. 건축을 주제로 하다 보니 도시이야기나 건축이야기 등도 특집으로 가끔씩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내용들은 벽지랑 페인트랑 무슨 차이가 있지? 땅을 고를땐 무었을 봐야하지? 이런 내용들이 주를 이룹니다. 이런 내용들을 다루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거죠.
정슬기 :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방송하신 거군요.
장서윤 : 네. 맞아요. 그래서 건축가들이 하는 일이 이렇게 많다. 건축가랑 같이 집을 지으면 좋은점이 많다는 것을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어쨌든 우리들은 건축주 분들을 설득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일반 사람들에게는 설계비가 굉장히 부담이 될 만한 금액일 수 있어요. 하지만 설계비의 금액이 왜 이 정도를 받아야 하는가를 알려드려야 그분들도 우리를 믿고 일을 맡기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런 활동들을 시작한 거예요. 뭐든지 쉽게 이야기 해드려야 그분들이 느낄 수 있으니까요. 우리에게 쉬워야 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에게 건축이 쉬워야 되는 거예요.
정슬기 : 네. 맞아요. 그분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설명해야 하잖아요?
장서윤 : 네. 그래서 집구석 방송을 듣고 청취자분들이 일을 주시기도 해요. 근데 그렇게 집구석을 듣고 오신 분들은 설계비를 절대 깎지 않으세요. 방송을 2년 가까이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지만, 청취하신 분들이 알아주시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한준희 : 소장님은 건축주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반영해주려고 하시는 것 같네요.
장서윤 : 저는 설계를 할 때 작품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내 공간에 살면 당신들의 삶은 좋아 질 거야.” 라는 확신이 있으면 그렇게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확신을 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건축은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제가 할 일은 건축주가 원하는 것이나 필요한 것들을 끌어내줘야 하지 않을까요?
정슬기 : 그것을 끌어내줄 수 있는 건축가면 굉장히 멋있을 것 같네요.
장서윤 : 그렇겠지요. 저는 그분들이 원하는 공간을 같이 고민해드리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요즘 상황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어요. 건축주 분들의 수준이 예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기 때문에 그분들의 취향을 맞추려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해야 해요.
(사무실 한 쪽 벽에 이색적인 문구가 보인다)
'가을이니 고기를 굽자'
한준희 : 네. 요즘에 너무 인터넷이 발달되어 너무 많은 정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그래서 건축주 분들이 많은 것들을 보고 오시고 요구 하시잖아요~
장서윤 : 네. 오히려 큰 프로젝트보다 작은 프로젝트가 더 힘들죠. 주택 같은 경우는 사람이 직접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신경 써 드려야 할 부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어쨌든 설계를 하다보면 아무리 서비스직이라고 해도 건축가라면 포기 못하는 디테일이나 공간이 있는데.. 가끔 이걸 설득하지 못할 때 저도 너무 답답해요. 결론적으로는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우길 수 없어서 안타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어쨌든 서로의 믿음으로 공사를 진행해나가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장서윤 소장의 자리)
정슬기 : 다음 질문으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영국의 AA스쿨로 유학을 가신건가요?
장서윤 : 아니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무소에서 일을 한 다음에 유학을 갔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유학을 가기 보다는 일을 통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난 다음에 가고 싶었거든요.
김형래 : 그럼 AA스쿨에는 언제까지 계셨던가요?
장서윤 : AA 대학원 과정은 2년이 조금 안돼요. 대략 18개월? 그러니까 한 2년 반 있었던 것 같네요. 어쨌든 그 학교의 특성상 비정형적인 요소를 건축에 많이 담아요. 근데 저는 그런 비정형적인 요소들이 맞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저는 네덜란드 건축가들을 좋아했어요. 굉장히 명쾌한 설계들 있잖아요.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쉬운. 그런 것들에 굉장히 끌렸습니다. 그래서 유학도 네덜란드 베를라헤 공과대학이랑 영국 AA스쿨 두 군데 중에 굉장히 고민했어요.
정슬기 : 네. 당연히 그러셨을 것 같아요.
장서윤 : 어디로 가야되나 고민을 하다가 어쨌든 AA로 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결과론적으로는 로봇을 만들게 되었네요. 디자인시스템을 구축시킬 수 있는 로봇을요.
한준희 : 그럼 거기서 배웠던 로봇기술을 한국에서 건축을 하실 때 쓰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장서윤 : 영국에 다녀 온지 얼마 안됐을 때는 기회를 만들려고 했는데... 지금은 오래 되서 기억이 나려나 모르겠네요.(웃음) 그때 졸업설계로 했던 것이 자동차공장에 있는 기계팔로 건물 짓는 걸 했어요. 데이터를 입력하면 기계가 구조물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지형으로 만드는... 좀 어렵죠?(웃음)
(이색적인 소품이 많은 사무실)
한준희 : 네. 근데 한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이 아닌 다시 석사 과정으로 유학을 떠난 이유가 궁금한데요.
장서윤 : 음.. 예전부터 박사는 한국에서 하고 싶었어요. 학위를 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박사과정을 밟을 때 오롯이 공부를 하고 싶거든요. 그걸 굳이 외국에서 영어로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정슬기 : 저도 원래는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유학을 가려고 했던 것도 더 많이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굳이 유학을 갈 필요가 있을까요? 건축으로서 설계로서 배움이 있을까요?
장서윤 : 일단 본인이 고민을 많이 해야 하지만 거기 가서도 본인이 공부하기 나름이지 않을까 싶어요.
정슬기 : 그렇겠지요.. 맞습니다. 그럼 다른 질문을 드려볼게요. 제가 여자이기도 하고 건축을 하고 싶어 하는 입장에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혹시나 여성건축사로서 현장에서 일을 하기 힘든 점이 있으신가요?
장서윤 : 지금.. 현장 일을 하시니까 너무 잘 아시지 않나요?(웃음)
정슬기 : 하하하. 뭐 저는 힘은 들지만 나름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장서윤 : 처음 감리 나갔을 때는 20대 중후반 정도였어요. 근데 제가 키도 좀 작고 어려보이기도 해서..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말을 잘 안 들어 주셨어요. 그래서 몇 번 부딪히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는 간식거리 좀 사가서 얘기도 많이 하고 그러니까 많이 유해지더라고요. 애교도 좀 부리고. 근데 요즘 현장에선 그런 일들은 없는 것 같아요.
사회가 많이 바뀐 부분이 설계에 있어서 여자이기 때문에 더 편하게 얘기해주시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한다는 이미지로 많이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건축이 여자가하기에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정슬기 : 아 그럼..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저와 같은 건축사를 꿈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장서윤 : 건축을 업으로 할 때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공감능력인 것 같아요.
정슬기 : 소통능력 말씀이신가요?
장서윤 : 아니요. 소통은 2번째고 첫 번째는 공감인 것 같아요. 이 사람한테 공감을 하는 것이죠. 내가 이해하는 것 말구요. 운동하는 사람이 필요한 주방과 음악하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주방은 되게 다르거든요. 그러니 사람에 대한 이해나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서비스업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경험도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보라고 얘기를 해주거든요.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좋고 그냥 다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마지막에 너무 멋진 얘기를 늘어놓았나요?(웃음)
정슬기 : 아닙니다. 너무 좋은 얘기를 해주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장서윤 : 저도 즐거웠어요.(^^)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의 첫 프로젝트 <청유재>
WoodthDNB 한준희, 정슬기
상호 간의 원활한 소통과 화합 그리고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에 충실한 건축행위를 통해 최대의 가치창출을 이루는 전문가 집단을 꿈꿉니다. 더불어 건축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 건축문화재 답사리뷰를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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