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9.04.22
- [동경] 길바닥
- 재미나요 │ 바깥나라
의뢰인에게 진행 보고드릴 겸, 마침 열리고 있던 몇 개의 건축전시회 구경도 할 겸 해서 가게 된 동경에는 볼만한 건물들이 많지만, 못지않게 평범한 동네 풍경이나 길바닥 풍경도 재밌었습니다.
△ 산이 거의 없고 대부분 평지이지만, 그래도 곳곳에 작은 언덕이 있고 오르막길, 내리막길도 많습니다. 경사길이 시작되거나 끝나는 지점, 또는 입구 언저리에는 이런 것이 있더라고요. 자전거 타고 내려올 때 반드시 감속하게끔 말이죠.
△ 얇은 볼라드를 연달아 붙여 벽처럼 세우고, 그렇게 세운 벽을 엇갈리게 놓아서 작은 미로를 만들었는데, 이때 선명한 노란색의 점자블록은 길이 휘어져있음을 알려주는 사이니지(signage)로써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아주 요긴할 것 같습니다.
△ 이 정도가 되면 감속 정도가 아니라 자전거 통행 자체가 많이 어려울 지경이네요. 이런 아이템의 디자인은 얼마나 거부감 없이 연출하느냐가 관건인 듯합니다.
△ 황거 주변을 지나가다가, 바닥이 예뻐서…
△ 굵직하게 떼어낸 후 혼드 마감을 한 듯. 표면과 더불어 마구리의 경계도 우둘투둘하고, 더불어서 줄눈을 꽉 채우지 않아서 입체감이 납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것 같죠.
△ 황거에서 도쿄역으로 가는 길에. 역시 굵직하게 떼어내서 깊은 그림자가 지고, 입체감이 도드라지는 연출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이름이 기억 안 나는 센소지 부근의 낡고 조용한 동네에서.
평범한 규격의 보도블록을 사용하고 흔한 패턴으로 배열한 것인데, 낮은 채도의 비슷한 계열 색상으로 코디하는 것만으로도 사뭇 다른 인상을 줍니다.
△ 역시 특별한 패턴이나 디자인 개념을 넣지 않고 배색만 고급스럽게 해도 느낌이 많이 다른 경우입니다.
△ 길과 문턱에 높이 차이가 있을 때, 철판 따위로 작은 경사로를 만드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서울에서도 곧잘 보았던 것인데,
△ 레고 블록처럼 짜 맞추어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성품도 있었습니다.
△ 놓이는 부분이 빗물 배수로를 겸할 때가 많을 테니 물이 빠지거나 지나갈 구멍이 필요합니다.
△ 종류가 여러 가지였는데, 역시 모서리에는 물 지나가는 구멍이 있었습니다.
△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투리 공간을 잘 활용하더라는 것과, 빗물배수로 턱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
△ 턱 높이가 낮으니 배수로에 맞추어 빗물 맨홀 또한 맞춤식으로.
△ 아자부 방면으로, 아침에 빵 먹으러 나왔다가 찍은 사진인데, 길쭉한 비례감이 즐겁습니다.
△ 좁은 폭에 맞추어 빗물을 모으는 드레인을 설치한 모습입니다.
△ 폭이 좁으니 블록을 부분적으로 들어내고 식재를 하거나 자갈을 채워서, 그라데이션을 표현하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 근처 건물 지하로 통하는 입구인데, 계단 손잡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손 스침을 계단 기울기에 곧이곧대로 평행하게 놓지 않고 살짝 무지개 모양처럼 부풀렸는데, 계단을 오르내릴 때 속도를 덧붙이는 듯한 느낌이 날 것 같습니다. 느슨하게 기울어진 난간 기둥들도 즐거워 보이고요. 난간 손 스침 끝을 접었는데, 가방끈이 걸리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겠네요. 손 스침 끝이 난간기둥에서 멈추었다면 경쾌하게 흘러가는 기분이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모테산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플랜트 경계와 벤치를 겸한, 조각 같은 거리 가구. 보고 또 봐도 반갑습니다.
건축가 천경환
손과 발로 풍경을 읽어내는 사람이고
읽어낸 풍경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그 기록들을 양분 삼아 디자인을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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