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9.06.07
- [동경] 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2
- 재미나요 │ 바깥나라
1층으로 들어가면 로비가 나옵니다.
바깥에서 덩어리의 나누어어짐으로 읽혔던 그대로 내부 공간이 구획되었는데, 천정이 트여있어 바깥에서의 두 덩어리가 부분적으로 하나의 공간으로 합쳐지기도 합니다.
일본 고건축 목구조 패턴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해 보이는…
벽에 붙어있던 건물 안내판입니다. 명쾌하고 분명한 개념으로 구성되다 보니, 하다못해 안내판 만들기도 참 보기에 편하고 좋네요.
승강기를 타고 일단 제일 위로 올라갑니다. 바깥에서도 얼핏 지붕이 여기저기 구멍 난 것처럼 연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은 건축가가 ‘의성어 의태어 건축’에서 밝혔던 개념에 닿아있는 표현입니다.
송송 뚫린 구멍 덕분에 건물과 하늘 사이의 경계는 흐릿해지고, 하늘을 향해 짓는 건물의 표정은 부드러워지고, 그래서 건물과 하늘 사이의 관계는 두툼해집니다.
승강기에서 내려 옥상 전망대로 나오면, 앞선 게시물에서 말했던 센소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멀리 센소지의 목탑이 보이는데, 직관적으로 저 탑과 ‘탑에 올라서 다른 탑을 바라본다.’라는 식의 일대일 대응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송송 난 구멍 덕분에 지붕 아래에서의 공간은 화사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연출됩니다. 구멍 하나하나의 크기가 기와 한 장과 비슷한 감각이라, 과거로부터의 연결이 의식되고 멀리 보이는 센소지와의 대응 또한 의식되는 것 같았습니다.
얇은 나무 요소가 건조하게 반복되는 것은 분명히 일본 고건축의 전통입니다.
일본 목구조 건축은 독자적으로 진화한 결과, 내부에 스페이스 프레임 식으로 별도의 구조체를 이룬 채 감추어지고, 겉으로 드러나는 구조체처럼 보이는 요소들은 그냥 껍데기 장식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령, 이것은 예전에 '닛코산 린노지'라는 절에서 보았던 경우인데요. 우리나라 고건축이랑 분명히 다릅니다. 훨씬 얇은 부재로, 훨씬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는데, 이것들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체가 아니라 가벼움과 섬세함을 표현하는 장식적 요소라는 것입니다.
지금 보고 있는 옥상 지붕 아래의 나무 요소들이나 앞서 보았던 외부의 벽에 붙어있었던 나무 루버들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런 수법의 연장에서 나온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반복 배열되는 나무 요소들을 강조하기 위해서 진짜 구조를 감싸서 덧붙이는 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아무튼 구멍을 통해 조각난 빛이 들어와서, 한결 화사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브레이싱이나 스프링클러 같은 요소들이 덕지덕지 겹쳐서 구멍 하나하나가 깔끔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빛이 산산이 조각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었습니다.
전면의 외부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디딤판은 체커드플레이트로, 철판은 그냥 민짜 철판으로…. 철망을 지탱하기 위해서 철판 계단에 앵글을 덧대었는데, 아무래도 군더더기로 느껴집니다. 옥탑 지붕 아래라든지, 이 외부 계단 언저리의 처리는 일본 건축 답지 않게 다소 어수선했습니다.
내려가는 길. 건물 바깥에서 멀리 보였던 구멍 송송 난 지붕과 나무 루버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니 높은 외부 공간이라는 긴장감이 더해지는 듯했습니다.
건축가 천경환
손과 발로 풍경을 읽어내는 사람이고
읽어낸 풍경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그 기록들을 양분 삼아 디자인을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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