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9.08.12
- unconventional , 관습적이지 않은
- 낯선 요구 사항들
개인의 집을 설계하는 일을 하면 가끔 혹은 자주, 낯선 요구 사항들을 접하게 된다. 아니면 통념과 다른 생각들이라고 할까.
창은 작게해달라. : 그럴 수 있지요. 창이 크면 추우니까. 그런데 왠지 독방이 연상이 되는데...흠
남향집이 아니어도 된다 : 남향집이 따뜻하고 좋지 않나요? 왜...
콘센트를 많이, 아주 많이 : 보통 들어가는 콘센트 외에 왜 더필요...?
지하를 크게 되도록 많이 : 창도 없는 지하를 뭐 하러 많이...공사비 많이 들어요. 창고 많아서 어디에 쓰시게요...?
방과 방이 연결돼서 소리가 들리게 해달라 : 프라이버시는 외국에서 쓰는 개념인가요?
아이들의 드나듦이 보이게 해달라 : 이건 감시야. 감시...
마당을 셋집과 공유하고 싶지 않다 : 와, 이런 대놓고 얘기해도 되실까요? 임차인의 주거 권리는 대체 어디로?
거실에 tv를 놓고 싶지 않다 : 한국 사람의 tv 부심은 어디서 자랑을 할까, tv 친구 소파는 어디로 가야 할까.
안방은 작아도 된다 : master bed의 위엄은 어디로?
모든 방에 문이 없었으면 좋겠다 : 프라이버시는? 소음은? 공간 구획은?
unconventional.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비관습적인, 이라는 단어는 신선하다, 색다르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그런 요구 사항들(통념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이 건축이라는 보수적인 틀에 잘 녹아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며, 필연적으로 일반적인 집과 다른 집이 된다.
남향집이 아니어도 된다는 집은, 그 가족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이닝룸을 먼저 만나게 해주고, 빛이 가득한 주방도 선사해주었다. 방과 방이 연결되게 해달라는 집은 지형을 이용해 프라이버시를 조절하는 흐르는 집이 되었고, 임차인과 마당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집은 셋집을 위한 다른 매력적인 외부 공간을 가진 집이 될 수 있었다.
진짜 사는 모습, 개인적인 취향, 삶의 방식을 적정하게 담아 진짜 unconventional 함으로 재탄생되게 하는 일. 그것이 적정건축이다.
적정건축 윤주연
적정한 디자인과 기술을 이용해서 삶의 질은 고급지게 높여주고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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