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6.01.31
- [현대건축답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 건축답사_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_자하하디드(Zaha Hadid)
2014년 3월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는 2년이 지난 지금 동대문 더 나아가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DDP는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세워지는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였고, 그 계획안은 국내외 유수의 건축가들이 참여한 현상설계를 통해 당선된 디자인으로 결정되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계획안은 이라크 출신의 여성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디자인이었다. 그녀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중의 한명으로, 현재에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이다. 그녀의 이름을 인터넷 포털에 입력하면 검색되는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녀의 디자인 성향은 굉장히 독특하다. 그녀가 설계한 대부분의 건축물이 유선형, 비정형적인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
DDP 역시 그녀의 작품답게 우주선(?)을 닮은 유선형의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으로 인해 국내 건축계에서는 처음 당선 당시부터 준공까지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대표적으로 DDP가 들어설 자리인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의 역사성과 도시적 맥락이 고려되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평가, 지나치게 과한 디자인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가해 예산을 낭비한다는 평가가 있었다.
위와 같은 논란은 한두명의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계 전반에서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DDP는 우리나라 건축계에서 많은 관심 속에 있었고 비중이 컸던 건축 프로젝트였다. 그런 이유에서 필자는 DDP를 답사를 통해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하고 그것을 에이플래폼의 첫 포스팅으로 삼고자 한다.
[ DDP의 외형 ]
DDP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유선형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외관은 금속의 패널로 이뤄져 있는데, 각각의 모양이 다른 수많은 패널들이 연결돼 표피(껍질)을 이루고 있다. 그저 패널로 덮었다고 보면 간단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각각의 패널의 모양이 다르고, 각도가 다른 것을 이어붙인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것이다. 즉, 공사비용 상승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그것을 구현함으로써 DDP는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외관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생경함을 주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마치 혀를 내민 듯한 건물의 외형은 머리 위로 건물이 쏟아질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구조를 캔틸레버 구조라 하는데 하부보다 상부의 구조를 더 내민 것을 말한다.다른 건축물에서도 찾을 수 있는 방식이나, DDP의 디자인에서는 유선형적인 외관과 어우러져 다른 건축물에서는 볼 수 없는 마치 파도가 밀려 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같은 방식의 기술도 다르게 표현하면 그것이 갖는 디자인적, 건축적 결과도 달라진다.
외관을 감싼 금속패널 어느 하나 같은 모양인 것이 없다.(위 아래)
DDP의 외형은 주변과 어우러지지 못했다는 평을 받지만, 그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을 지녔다고 볼 수도 있다.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디자인 언어로 이야기 함으로써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 입체적이고 다양한 공간 구성 ]
DDP는 지하와 지상으로 다양하게 연결된 공간구성을 지니고 있다. 지하철 역으로 부터 이어지는 입구는 선큰광장으로 연결되는데, 사실 이 선큰공간도 외형처럼 어디까지 경계지을 수 없게끔 모호하다. 이와 같은 모호함도 DDP를 이루는 큰 디자인 언어 중 하나다.
다시 말하면, 공간 구성도 외형과 마찬가지로 유연하게 연결돼 지상에서 지하로 넘나들기도 하고 건물 하부로 지나가기도 하는 입체적인 구성을 지닌 것이다. 더불어 외부공간을 구성하는 건축부재들도 건물의 표피와 같이 둥글둥글한 콘크리트 덩어리로 표현해 전체적으로 같은 맥락을 하고 있다.
건물은 크게 한 덩어리이지만 사이를 띄워 아래와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이 사이공간은 마치 동굴을 지나가는 듯한 착각을 준다.
곳곳에 계단을 통해서도 지하와 지상을 연결한다.
디자인 지침상 기존의 동대문 성곽을 보존해야 했기에, 건축물과는 안어울리지만 성곽이 보존돼 있고, 주변을 잔디광장으로 구성했다.
지변에서부터 건축물의 옥상까지가 한번에 연결돼 있기에 건물의 옥상도 잔디광장으로 조성돼,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타고 오를 수 있게 되어 있다.
DDP는 건축에서 공간을 연결하고, 구성하는 장치로 쓰이는 브릿지, 선큰, 경사로, 계단, 옥상광장 등의 요소들을 곳곳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위와 같은 요소들이 나름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이고 있어, 기능적으로도 알맞고, 도심에서 흔히 겪을 수 없는 공간적인 경험도 할 수 있는 장소로써의 역할도 하고 잇다.
[ 외형과 맥락을 함께 하는 실내공간 ]
DDP의 실내를 보게 되면 정말 디자인 컨셉(개념)이 내외부를 관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부에서의 유연한 모습이 그대로 실내마감에서도 드러나 있으며, 계단과 같은 부재들도 외부와 같다. 광원이 보이지 않는 선적인 조명은 흡사 우주선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일으키는 데에 도움을 준다.
천장과 벽의 구분을 특별이 두지 않고 함께 마감하여 처리한 것으로 보아 실내외적으로 한덩어리로 보이고자 했던 디자인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출입문 하나에서조차 똑바른 선을 찾기 힘들다. 직선이라 할지라도 기울어져 있거나 누워 있다.
건축 디자인은 하나의 맥락을 가지고 건축물 전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외관만 리노베이션하는 경우는 다를 수 있으나, 대부분의 건축 디자인은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DDP의 실내를 보았을 때, 외부와 디자인맥락을 함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디자인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 마무리하며 ]
사실 DDP는 국내 건축가들로부터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대표적인 논란들도 모두 일리가 있고 타당한 것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기엔 디자인은 매우 독특하며, 역사적맥락을 이었다고 볼 수는 더 더욱 없다. 그리고 그 과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공사비가 들었음은 굳이 공사 내역서를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에 없던 독특함과 새로운 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상을 준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고, 다양한 매체에서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그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수많은 전시회와 행사를 수용하면서 건축물의 기능으로서도 충실해 보인다.
굳이 정리하자면 디자인적으로도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고, 공공프로젝트인지라 공간이 여유롭게 구성된 점이 있으나 다양하고 알차다. 곧 DDP는 어딘가 하나쯤은 있어도 될 만한 건축물이고 프로젝트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그 기회가 외국 건축가에게 주어졌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이런 기념비적인 프로젝트가 국내건축가에게 주어졌고, 성공했다면 국내 건축계의 위상이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워낙 큰 규모의 건축물이기에 건축답사라고 하기엔 그 깊이가 얕아 아쉬우나, 전체적인 건축물의 맥락을 짚어 보는 과정을 통해 건축물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건축설계디자이너 KirbyKIM(길쭈욱청년)
한 명의 건축가가 되기 위해 건축을 현업으로 삼고 있는 실무디자이너.
좋은 건축물을 찾아 답사하고, 전시회 등을 찾아 보고 글로 정리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ksj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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