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0.01.17
- 우메다 산부인과
- Umeda Hospital
ⓒDaici Ano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통한 인본주의적 건축을 추구하는 세계적 건축가 켄고 쿠마. 그는 우메다 산부인과를 설계함에 있어 콘크리트 박스 형태의 병원 건물을 목재 루버로 마감하여 일반적으로 병원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낮은 채도의 차가움과 긴장감을 없애고자 하였다.
일본 히카리 시에 위치한 우메다 산부인과는 기존 병원 건물 옆에 34개의 병상과 산부인과 및 소아과 병동을 추가한 프로젝트다. 유니세프로부터 “The Hospitals Friendly to Babies”라는 인정을 받은 우메다 병원의 Kaoru Umeda 원장은 모유수유와 포옹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목재와 대나무, 자연재료 등을 통해 지속가능하며 자연과 사람을 위한 최소의 건축을 추구하는 켄고 쿠마를 대표 건축가로 임명하는 것에서 잘 드러나 있다.
1996년 우메다 병원장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병원의 리모델링 작업으로 시작된 켄고 쿠마와의 인연은 2015년 기존 건물 옆에 증축한 우메다 산부인과로까지 이어졌다. 약 20년의 세월이 흐르며 기존 병원은 점차 노후화되었고 과거 생산자 중심의 병원 공간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옮겨가며 새 시대에 어울리는 병원건축의 선언이 필요하던 때였다. 아버지에 이어 병원을 운영하던 우메다 병원장은 다시금 켄고 쿠마를 불러 환자들을 위한 편안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독특한 구조의 증축안을 요청하였다.
ⓒDaici Ano
ⓒDaici Ano
ⓒDaici Ano
일반적으로 환자들을 위한 병원의 경우, 전문성을 강조하고 심리적 안정과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기 위해 청결과 체계, 단순함과 백색으로 공간을 채운다. 이와 달리 산부인과는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한 명의 여성이 어머니라는 위대하고도 축복이 넘치는 존재로 변화되는 순간을 담는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과도한 긴장감과 낮은 채도가 주는 차가움보다는 부드러움과 포용 그리고 유연함으로 산모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도로에서 살짝 안으로 접힌 주출입구는 무수한 목재루버의 단순함과 간결함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방문객과 의료진의 영역을 구분하던 과거 백색의 리셉션은 공간을 감싼 목재와 경사지붕 그리고 하라 켄야의 사이니지와 어우러지며 그 자체로 거대한 갤러리가 되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 건물을 관통하는 갤러리는 소아과와 산부인과 두 영역으로 병원을 구분하며, 낮에는 목재의 따뜻함으로, 밤에는 거대한 창을 통해 비치는 내부의 투명함으로 지역을 위한 소통과 공감의 공간이 되었다.
특히 산부인과 지붕에 사용된 푸른빛의 아연 도금 강판은 그 아래 목재 루버의 따뜻함과 대비되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의료술 안에 깃든 우메다 병원의 사랑과 포용의 정신을 상징한다. 또한 건물 뒤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선은 단일건물로서 자칫 거대해보일 수 있는 건물의 심리적, 시각적 규모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Daici Ano
ⓒDaici Ano
①주출입구 ②갤러리 ③리셉션 ④진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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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켄야의 사이니지 디자인
‘청결함을 디자인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우메다 병원의 사이니지 디자인은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중 한 명인 ‘하라 켄야’의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대신 오염되기 쉬우며 관리가 어려운 흰 천을 오히려 병원에 사용함으로써 마치 호텔의 침구류나 레스토랑의 식탁보와 같은 청결함과 신뢰를 주도록 고안하였다. 특히 설치물과 사인물의 모서리를 라운드 처리하고, 흰 천 위에 붉은 색으로 프린팅하여 시인성을 높이면서도 위생적이고 안전한 심리적 경험을 선사한다. 천들은 언제든 교체가 용이하며, 일반적으로 6개월에 한 번씩 세탁을 한다고 한다.
설계: Kengo Kuma & Associates
대지면적: 3697.18m²
건축면적: 858.35m²
연면적: 1987.19m²
사진: Daici Ano
매거진HD 노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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