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0.05.04
- 안정적인 결과물 도출을 위한 첫걸음
- 건축비의 증가 없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건축가의 역할
100% 자기 자금으로 상가주택을 건축하려는 건축주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땅값도 계속해서 오르는 요즘, 땅 구입할 때도 대출을 받아 건축비 조달이 막막한 예비 건축주들도 많으실 거다. 그러나 5~6억이 넘는 공사비 조달에 길이 안 보일 때, 지역 부동산이나 김 사장(업자)이 던지는 꿀떡같은 제안 "초기 1~2억만 있으면, 나머진 전세금으로 알아서 받아 갈게요. 그리고 공사비 얼마 안 들어요. 우리 엄청 싸요"를 받아들이면, 정말 나중에 개떡을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른다.
△ 택지가 조성되고 분양이 시작되면, 김 사장(업자) 혹은 지역부동산에서 내건 '토지+건축비 포함 얼마에 내 집 장만하세요'.
'전세금이면 내 집도 생기고 임대수익도 올릴 수 있어요.'라는 플랜카드를 볼 수 있다.
김 사장(업자) 들이 내미는 계약서를 본 적이 있다. 단 1장에 설계부터 시공에 관한 견적(?)을 담고 있는 말도 안 되게 간단한 계약서.
- 시공은 평당 얼마, 서비스 면적과 필로티 면적은 평당가의 1/2
- 마감자재는 중급 이상. (도대체 중급 자재가 어떤 것인지, 중급의 기준은 알 수 없다.)
- 설계비는 몇백에서 천만 원 이하의 금액 (설계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공사 중 사고가 났을 경우의 명확한 책임 소재 언급도 없고, 하자에 대한 얘기도 없다. 마치 턴키(turn key) 계약을 하듯 설계부터 시공까지 단 한 장의 약정서 같은 계약서로 끝낸다.
※턴키(turn key) 계약: 설계부터 기기ㆍ자재ㆍ노무의 조달, 건설 및 시운전까지의 모든 업무를 단일 계약자가 일괄하여 정액으로 납기, 보증, 성능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도급을 맡는 계약.
건축주 입장에선 일생일대의 큰 사업일 텐데, 이런 허술한 계약으로 설계부터 시공을 맡기는 건 말도 안 되게 위험천만한 일이며, 개떡을 받아 쥘 확률이 99%다. 건축비가 모자라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지 않나? 라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감히 그 방법만은 피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안정적인 결과물 도출을 위한 첫걸음
우리를 찾아와 상담하시는 예비 건축주 분들께, 우리는 '어떤 집이길 원하시냐?'라는 질문과 함께 가용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도 꼭 물어본다. 왜 그런 걸 물어봐?라는 경계의 눈빛을 보내시는 분들도 간혹 계시나, 그럴 필요 없으시다. 그런 눈빛은 김 사장(업자)에게만 보내시면 된다.
비유가 조금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알아야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것처럼, 건축주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예산을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안정적인 결과물의 도출과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혹여 설계자가 말도 안 되는 예산이라 타박할까 봐 눈치 볼 필요도 없다. 그런 자세로 대면하는 설계자 또한 김사장만큼 건축가로서의 함량 미달이기 때문에.)
일련의 건축 과정에서 건축비에 대한 예측과 관리는 누구의 몫일까?
건축주일까, 김 사장(업자)일까? 아니면 건축가(설계자)일까?
김 사장이 있지도 않은 설계를 미리 예측해서 건축비용을 산출할 경우, 명확한 기준(정확한 설계도서와 충실한 내역)이 부재하므로 건축비는 관리되지 않고 오히려 건축주와 김사장 간의 줄다리기 싸움으로 끝나게 될 확률이 높다.
우리는 '건축가'가 주체적으로 이를 감당해야 한다고 본다.
건축주와 함께 고민하고 협의해서 예산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설계를 도출하고, 누락 없는 충실한 내역을 뽑아 이를 건축가가 검토하여, 공사 중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 발생 시(자재 수급, 변경의 문제 등)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최종 완성되기까지 건축비의 증가 없이 완성도를 높이고, 공사 과정 자체를 예측 가능한 상황하에 두는 것, 이것이 건축가의 몫인 것이다.
어려울 때 내민 손이 정말 잡을 만한 손인지,
그 손을 잡았을 때 내가 얻을 떡이 진짜 꿀떡일지, 개떡일지 다시 찬찬히 고민해보시기 바란다.
투닷건축사사무소 조병규, 모승민
우리는 배타적이고 종속적인 건축을 지양합니다.
생활과 문화로서의 건축을 함께 만들고, 시간과 함께 곰 삯아 좋은 결을 만드는 그런 건축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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