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와 건축의 전과정을 동반자의 마음으로,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으로 보듬고 살피는
과정은 todot이 지향하는 건축의 구현에 있어 가장 소중히 지켜가는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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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규, 모승민
- 설립
- 2014년
- 주소
- 경기 양평군 양서면 북한강로 25-1 (양수리) 3층. 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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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에 진행했던 상가주택 '자경채'를 끝내고 원주를 찾은 건 근 이년만이었다.
농가주택에 살며 살이가 캠핑이고 놀이 같아서
나들이를 자주 가지 않았더니, 아내와 난 그렇다 쳐도 윤기에겐
좀 지루했었나 보다.
당일치기로 맘에 두고 있었던 뮤지엄 '산'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겸사 꼬기도 좀 먹고.
오크밸리 내에 자리잡은 뮤지엄산은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산속에 자리잡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탄한 정원과 미술관과
백미인 제임스 터렐관까지.
입구 매표소부터 나 안도야~ 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빛의 틈과 노출콘크리트.
이런 매끈한 노출은 참 보기 어려운데, 기술력 보다는 돈 많이 들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제임스 터렐관의 관람까지 포함하면, 관람료가 많이 쎄다. 성인기준 28,000원.
여기서 잠깐 갈등했다. 이걸 봐 말아.
언제 또 올까 싶어, 그냥 보기로 한다.
제임스 터렐의 전시는 정원과 시간이 정해져 있어, 미리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관람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산의 관람은 뒤로 미루고 제임스터렐부터 보기로 했다.
터렐의 전시관을 체험(관람보다는 체험이라는 표현이 맞겠다)하고서 우린 정말 잠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들어 가기 전 떨떠름하던 윤기 마저도 들떠서 나왔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 그 멋진 공간체험을 남기지 못해 아쉽지만, 아마도 사진으로 찍었어도
우리가 경험한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광원이 보이지 않는 빛으로 경계를 만들고, 면과 공간을 채운다. 가상의 공간을 체험하는 듯한 비현실감.
프로젝트가 비춰지는 면으로 걸어 들어가면 어느새 공간이고, 그 공간은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최고다.
산에 온다면, 이 곳은 꼭 필수적으로 봐야 한다.
터렐을 보고 난 후 거꾸로 다시 돌아 나왔다. 터렐관이 맨 끝에 위치해, 이미 슬쩍 봤던
뮤지엄을 애써 못본척 하고 처음 가벽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뮤지엄에 다다르는 여정은 뮤지엄 자체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안도에겐 의미가 있다.
전체를 다 보여주지 않는 가벽이 막아 서고 길을 안내하며,
하늘과 숲을 담는 물이 길과 건물의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수공간은 하늘과 숲과 건축과 조각을 비춰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반사된 빛을 건물에 비추어 처마에 잔잔한 물결을 선사하기도 하고, 빛을 내부로
끌어들여 밝고 따뜻하게 공간을 채우고 천정에 멋진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전시관은 겹의 구조로 되어 있다.
외벽은 거친 듯 보이지만 내 눈엔 정갈하게 쌓은 자연석의 벽으로,
내벽은 매끈한 노출콘크리트 벽으로 되어 있다.
그 사이 공간은 전시공간을 연결하는 통로와 램프가 된다.
자연석의 외벽은 지붕과 떯어져 틈을 만들고, 그 사이로 빛을 들인다.
사이공간(통로,램프)의 비례와 재료의 물성과 빛이 현란하다.
수직의 공간에 소실점까지 이어진 듯한 수평의 틈이 너무나 극적이라 다소 피곤한
감이 들기 까지 한다.
좋기는 한데, 뭔가 너무 계산되고 과도한 느낌이랄까.
뭐, 절대로 배아파서 하는 트집은 아니다.
선형의 전시관 내부 결절점에는 원형의 전시공간, 삼각형의 중정이 자리한다.
천창이 있는 원형의 전시벽은 다른 전시공간과 다르게 자연석쌓기로 되어 있는데,
백남준의 작품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거친 벽과 어둡고 매끈한 바닥, 벽과 바닥 사이의 간접조명이 가운데 자리한 작품에
집중하게 끔 한다. 멋진 전시 공간이고, 중심 공간이다.
전시장의 램프로 둘러 쌓인 삼각형의 중정은 램프를 따라 생긴 수평의 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중정에 서면 수평의 창과 가운데 놓인 수직 오브제가 긴장감을 만들고
중정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좀 불편하다.
전시장에 빠져 있어 정작 전시 작품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뮤지엄 산의 단점 아닌가 싶다.
정작 전시장 내부보다 외부 통로와 사이 공간에 사람이 더 많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전시물은 리트벨트와 꼬르뷔제의 체어 정도.
숨 막히는 뮤지엄'산'에서 탈출(?)하는 길에,
아내가 내 어깨를 토닥여 준다.
내 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내가 다다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난 당신의 작업을 존중하고 좋아해."
아내의 마음이 딱 이정도였으면,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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