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그라운드 X 아브리 아뜰리에 기획전: 틀림없는 기도
기도 (祈禱) ;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어떠한 절대적 존재에게 빎. 또는 그런 의식.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는 기도를 한다. 가족의 건강, 개인의 영달, 지구의 평화 등 수많은 것들을 위해. 국어 사전이 알려주듯 바라는 바를 누군가에게 간절히 전달해보는 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도이다. 그러나 외부의 어떤 절대적 존재를 향한다는 기도의 사전적 의미는 어딘가 조금 부족하게도 느껴진다. 어떤 순간들에, 우리는 절대자가 아닌 ‘나’를 향해 기도한다. 오늘 하루 내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난처한 순간들에 여유로이 웃어넘기기를. 그 사람을, 또는 나 스스로를 용서하기를.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언행을 하지 않기를. 중요한 계획을 미루지 않고 무사히 끝마치기를. 이것은 외부의 절대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기도가 아니다.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중요한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한, 벅찬 세상을 잘 살아내기 위한 스스로의 주문이자 다짐의 기도인 것이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기도는 그 발신자와 수신자가 서로 다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아티스트들의 기도는 스스로가 기도의 발신자이자 수신자가 된다. 이들의 기도는 누군가의 힘에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의 힘으로 거뜬히 살아나가기 위한 다짐이자 실천이다. 진실한 마음을 담아 나의 위치를 돌아보고, 부끄러운 삶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정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 수행의 과정이다. 그렇기에 소망을 들어달라고 읍소하는 절대자는 없지만, 그래서 사전적인 기도의 의미와는 사뭇 다르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들은 스스로의 소망을 되새기고 실천해나가기 위한 틀림 없는, 그리고 틀리지 않은 기도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수많은 기도들이 노래로, 그림으로, 조각으로 또 저마다의 방식으로 계속되길 기도하며.
독일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들의 프로젝트팀 <오프 그라운드>는 과거 유의미한 건축적 믿음 속에서 지어졌으나 21세기 문화, 정치, 경제 등 여러 가지 현실적 이유로 방치되어 있는 건물들에 상상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디지털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건물의 형태를 연구하고 짓는 것이 업인 건축가들이 ‘박제’된 건축물을 기리고자 시작한 이 시적인 프로젝트는 직업적 소명 속에서도 관성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한 실천적 행위이기도 하다.
- 큐레이터 임나은, 전시 “이것은 틀림없는 기도” 中
■ 전시 개요
- 전시 기간 : 2024년 9월1일 ~ 2024년 9월29일
- 전시 시간 : 화요일~일요일 12: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전시 장소 : 전남 장흥군 장흥읍 건산서편2길 18-9 (아브리 아뜰리에)
■ 작가 소개
채원석은 건축가이다. 그는 유럽 최고 미술 대학 중 하나인 슈테델 슐레(Städelschule)에서 건축과(Architecture Class)를 수석으로 졸업(2014-2016)하고 현재, 독일 부퍼탈 대학(Bergische Universität Wuppertal)에서 건축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2018-현재). 그는 학생들과 꾸준한 협업을 통하여 건축의 형태언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스튜디오 오프그라운드(studio off-ground)를 통하여 실제 건축 실무 프로젝트에도 적용하기 시작하여 최근 활동 범위를 학업에서 실무로 넓히고 있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프로젝트 “박제”는 독일의 건축 역사를 소재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이며, 한국에 독일의 건축을 뛰어난 건설 기술이 아닌, 잘 드러나지 않은 속이야기를 통하여 소개하는 최초의 예술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