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휴(休) 갤러리 [빛 이후 표상]
어둡던 공간에 빛이 들어오고,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일상의 공간은 순간빛과 함께 살아난다. 차가운 공간에 따뜻한 빛과 그림자가 아지랑이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이 작업은 그런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마치 외부로부터 안으로 침투하는 빛의 현현과 같은 순간, 평범했던 일상의 공기를 순식간에 바꾸는 바람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무엇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은 현실 이면에, 끊임없이 반응하고 박동하는 내면이 존재하듯이, 빛은 공간을 비추고 색을 만들고 생명(호흡)을 불어넣는다. 이전 전시 “얇고 판판한 상”은 빛에 의해 대상을 지각하고 그것을 재현하나 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것 같이, 놓쳐질 수밖에 없는 많은 부분들을 이유로 관념이 돼버린 이미지에 대한 것이었다. 결코 온전히 재현할 수 없는, 실재와 이미지 사이의 균열, 간극은 모든 면에서 실체보다얇고 판판한 이미지일 뿐이다. “빛 이후 표상” 전시는 예술의 관념적인 부분, 실체에 다다를 수 없는 그 허무를 넘어 내가 만든 대상의 기억 작용, ‘표상’에 집중한다.
사전적으로 표상이란 원래의 것과 같은 인상을 주는 이미지로 보통 감각적으로 대상을 의식상에 나타내는 심상(心象)을 말한다. 사고를 기반으로 한 논리적, 추상적인 것과는 다른 개념인 표상은 지각하여 형성, 선택적으로 기억되며 여러 주관적인 조합으로 기억이미지를 재생(再生)한다. 때로는 이렇게 만들어진 표상이 다시 사고나 생각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결국 내 의식 안에 유일한 실재는 표상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전시를 통해 내가 만든 표상이또 누군가의 다른 표상이 되길 바란다.
■ 전시기간: 2024년 10월 21일 ~ 2024년 11월 18일 (일, 공휴일 휴관)
■ 참여작가: 김민정(민정See)
■ 장소: 서리풀 휴(休) 갤러리 (서울시 사평대로 55, 심산기념문화센터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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