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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 C H I T E C T U R E
서교동 협소사옥 '뿔'
#건축사사무소더함 #근린생활시설 #출판사
갈무리출판사 사옥 '뿔'
차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의 끝자락.
6m x 10m의 작은 땅만큼이나 열악했던 환경.
그곳에 작지만 당당하고 무표정하지만 강한 표정을 지닌,
클라이언트의 꿈을 담은 하얀색 [뿔]이 솟아났다.
도심 속 골목 안 작은 공간에 [뿔]이 솟아났다. 아주 작은 땅이다. 도로에 면한 땅의 폭이 6미터, 안쪽으로 10미터 길이 60평방미터 남짓의 19평 공간이 주어졌다. “도서출판 갈무리”라는 출판사의 대표이며 작가이자 정치철학자이신 예비 건축주는 이 작은 땅에 독립공간을 꿈꾸고 있었고, 그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축가를 찾고 있었다. (“갈무리”라는 말은 가을걷이가 끝나면 추수한 곡식이나 채소를 양식이나 씨앗으로 쓰기 위해 잘 거두어 두는 일이라는 순수한 우리말, 인류의 사유와 실천의 성과들을 잘 거두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지성의 씨앗을 뿌린다는 것을 암시함) 우연인 듯 인연인 듯 그 설계를 맡게 되었고, 작은땅 작은 건물이지만 오히려 그 과정은 어느 대형 건물 못지 않은 커다란 무게감과 어려움을 주었다.
▲ Before Construction
작은 땅만큼이나 좁은 골목길, 좁은 골목길이기 때문에 더 가까이 인접해 있는 이웃들의 원성,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연약한 지반상태, 자재를 적재할만한 충분한 공간도 없었다. 공사 작업자들에게 이보다 더 한 열악한 작업환경이 있을까 싶었다. 설계를 하는 내내 이 건물이 주변의 밀도 있는 건물들 속에서도 작지만 당당했으면 좋겠고, 무표정한 듯 하지만 강한 표정을 지어주기를 원했고, 단순한 듯 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세련돼 보이기를 원했다. 그리고 어느덧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간직 해왔던 작은 골목 끝자락에서 하얀색 [뿔]이 솟아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이 건물이 들어선 곳 아주 가까운 곳에는 오랫동안 출판사의 사무공간과 소통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던 건물이 있다. 이 곳에는 출판사가 겪어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고, 여전히 그 공간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건축주의 마음을 엿 볼수 있었다. 그러나 건물주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게 됨에 따라 오랜기간 사용되어 왔던 공간의 물리적, 경제적인 독립을 보장하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건축주는 이 동네를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고 근처 아주 가까운 곳에 새로운 독립공간을 마련하기를 결정하였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예산 안에서 구입할 수 있는 토지는 아주 제한적이었고, 결국은 인근의 6mx10m(60㎡) 크기의 작은 땅을 얻을 수가 있었다.
대지 이야기
이 작은 땅을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건축주는 자신들의 독립공간을 성공적으로 풀어낼 수 있고 이 작은 땅에 지어질 건축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와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건축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땅을 처음 마주한 날 현장에서 나는 건축주와 좀 다른 시각으로 땅을 바라보았다. 좁은 땅에 자신들이 얼마만큼의 공간을 만들고 불편함이 없이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다소 불안감을 가진 건축주와 달리, 나는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다소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장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작지만 우뚝 솟은 오브제의 상징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땅에 진입할 수 있는 도로의 폭은 고작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었다. 하지만 그 골목길은 진입과 동시에 길게 뻗은 선형의 방향성을 가지는 축이 되었고, 그 골목의 막다른 위치에 건물이 지어질 터였다. 그 방향성이 길게 이어지다가 막다른 곳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작은 땅위에 지어지는 건물을 통해 연속적인 새로운 축의 방향성을 유지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솟아 있어서 일관된 방향성이 흩어져 사라지는 게 아니라 물리적인 오브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디론가 흘려보내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솟아 오른 뿔은 땅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의미를 가지게 하고 싶었다.
디자인 이야기
▲ Mass Diagram 2
▲ Mass Diagram 2
건물의 첫 이미지는 ‘덩어리’의 느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건물자체의 MASS가 디자인이여야 풀 수 있는 과제였다. 마침 건물의 전면이 서향을 마주하고 있어 늦은 오후에 가장 밝은 건물의 표정을 읽을 수가 있다. 결과적으로 건축가는 골목 끝자락에서도 원하는 건물의 표정과 인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작지만 당당한 건물의 이미지를 구현하게 되었고, 가까이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 건물의 다양한 표정을 의도하여 가늠할 수 없는 건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하였다.
▲ Circulation
완공사진
▲ 지하 강연장
▲ 지하 강연장
▲ 3층 오피스
▲ 다락층 서재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464-56
주용도: 근린생활시설(사무소)
대지면적: 63.71㎡
건축면적: 35.28㎡
연면적: 133.12㎡
건폐율: 55.38% (법정 60%)
용적률: 153.73% (법정 200%)
건물규모: 지하1층, 지상3층
주차대수: 1대
구조: 철근콘크리트 벽식구조
건축마감재: THK120단열재 + STO
내부마감재: 벽-콘크리트 노출, 바닥-에폭시코팅/타일, 천정-콘크리트 노출
구조: 용우엔지니어링
기계: 한백 엔지니어링
전기,통신: 성우엔지니어링
시공사: 무원건설(주)
사진: 류인근
설계: (주)건축사사무소 더함
글. 건축사사무소 더함
홈페이지. a-platform.co.kr/ThePlus
이메일. jun@the-plu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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