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흐름에 맞게 하층부는 근린생활시설로, 상층부는 주택으로 계획하고자 한다. 또한 근린생활시설에 Void, 주택에 Solid라는 특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앞선 Design Motive에서 언급한 주택의 원초적 형태를 근린생활시설과 주택이 만나는 부분에 적용한다. 마지막으로 예스럽고 따뜻한 재료인 청고벽돌로 외부를 마감한다.
건축주는 집을 짓겠다고 마음먹고 우선 부동산을 통해 적당한 위치에 좋은 땅을 구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우리 집을 지어줄 꼼꼼한 시공사를 찾아 주변 건축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다가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도 잘 해주고 친절하고 성실한 어느 현장소장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생겨 "소장님~ 우리 집도 좀 지어주세요!" 했더니... 그 현장소장 왈~ "네, 맡겨주시면 잘 지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원하시는 집에 대한 설계도 안 하셨으니 제가 잘 아는 후배 건축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 친구라면 사모님 집을 잘 설계해줄 겁니다. 먼저 설계를 하시고 다시 저를 찾아주세요~" 했단다.
하가리는 애월읍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제주에선 드물게 연못이 있고 고내봉이 보입니다. 대지는 중산간 도로 위쪽에 위치하고 있는 하가리 마을 한 쪽 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지 남쪽 길 건너로 연화못이라는 연못이 있습니다. 제주는 물이 고이기 어려운 지형이라 연못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곳엔 아주 아름다운 못이 있습니다.
낡고 방치되었던 제주돌집.
해녀의 꿈을 안고 제주에 정착한 일본인 아내는 이곳을 리모델링하여 여행자들이 제주와 일본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고 싶었다. 옛것과 새것의 시간을 담고 제주전통주거와 일본료칸의 어우러짐을 만드는 것. 그 자체로 건축가에게는 새로운 도전과제였다.
오조리 주택은 세컨하우스로 가족들이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클라이언트 분들의 바람이 있어 다른 주택과는 달리 1층은 아주 큰 거실과 주방 2층은 작은 방의 아주 간단한 공간구성을 보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설계 과정 중에 풀기 더 어려운 문제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공간구성이 간단하니 어떤 아이디어들로 각각의 공간들을 만들어 나아갈지 고민이 더 많아 졌고... 그 간단한 공간구성들이 외부와 어떤 방법으로 엮여서 제주의 자연을 집에서 느낄 수 있게 할지도 아주 큰 고민이었습니다.
강화도 주택은 나름의 뿌듯함과 함께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예산의 부족에 시달리면서 그보다 더 좋은 퀄리티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열정의 결정체입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평면계획에 있어 좀 더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준공하고 보니 여느 아파트와 다르지 않은 평면이 되어 있었습니다. 비록 소소한 주택의 장점을 가져오긴 했지만 오히려 건축주에게 더 좋은 공간을제시해 주지 못한 부끄러움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다들 익숙한 주택의 패턴이 아파트형이라 나름의 위로도 해보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꽤나 힘들었던 현장이었고 제주공사는 하면 할수록 쉽지 않은 공사입니다. 그래도 몇 개의 현장들을 거치면서 제주 공사의 노하우는 조금, 아주 조금은 쌓인 듯합니다. 처음 보다 건축주들과 견적에 있어서도 많이 투명해지고 오픈 되어서 한층 일들이 수월해지고 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래서 경험보다 좋은 스승은 없다고 하는가 봅니다. 시원섭섭한 월령 현장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