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기록] 제5회 제주도 건축캠프
건축안내원│Archur
여행지│제주도 일대
일시│2022.8.20(일) ~ 2022.8.21(월)
주최│에이플래폼 & 어라운드트립
제주섬을 품은 건축 (1일차)
우리의 제주 여행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1박 2일 동안 제주도를 누비며 제주의 건축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보고, 제주 여행의 건축안내원 Archur가 이야기하는 ‘제주섬을 품은 건축’의 의미를 알아보았던 지난 시간을 전합니다.
‘제주도 건축’이라 하면 많은 이들이 안도 타다오나 이타미 준과 같은 유명 건축가의 작품 혹은 바다를 바라보고 지어진 멋진 카페를 떠올립니다. 더 나아가서는 본래 제주 특유의 건축이라 할 수 있는 돌집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뭍과 떨어진 ‘섬’ 제주에 주목했습니다.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풍경과 고유한 풍토, 그리고 이를 올곧이 녹여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작은 ‘제주섬‘이 되는 건축. 여행을 시작할 당시 우리에게 ’섬‘ 이라는 단어는 그리 특별하거나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이어갈수록 건축안내원을 통해 듣는 이야기와 눈으로 보이는 건축물의 공간적, 형태적 특징을 통해 그 의미가 더욱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시작이 된 첫 번째 여행 포인트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입니다. 400여 년 전 저지오름을 중심으로 설촌 된 마을은 1999년 현재의 이름과 테마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화가, 극작가, 음악가 등 예술인들이 모여 있어 제주의 자연과 문화예술관광을 두루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김창열 미술관과 제주도 내 미술관의 수장고 역할과 함께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문화예술 공공수장고를 둘러보았습니다.
‘물방울 화가’라 불리는 김창열 화가를 위해 지어진 공간 안에서 안내원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에 모두가 특히나 귀를 기울였습니다. ‘작품을 담아낼 무덤’을 요청한 작가를 위해 지어진 여덟 개의 거대한 블랙박스형 건물과 작가의 철학을 담아 건물 전체를 휘감는 ‘회(回)’자 형 동선,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빛의 중정’. 안내원님의 이야기를 듣고 둘러보니 한 명의 작가만을 위해 지어진 공간과 불특정 다수의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 공간을 연이어 살펴보니 그 차이를 더욱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뒤이어 방문한 곳은 추사 김정희를 위해 지어진 ‘추사관’입니다. 안내원님의 추천대로 아래층에서 추사의 삶을 돌아보고, 위로 올라와 흉상과 시선을 같이해 동그란 창을 바라보니 공간의 의미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이미 방문해본 분들도 안내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둘러보니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후기를 전해왔습니다.
알뜨르 비행장은 제주의 ‘다크투어리즘’에 포함되곤 하는 장소입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지은 격납고가 그대로 보존되어 일본이 제주를 군사 기지화했다는 증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내원님은 일본이 패망한 뒤에도 자리를 지키며 살아온 제주도민들의 삶의 공간을 단순히 다크투어리즘이라는 단어 하나로 다 설명하기에는 너무 한정적이라 이야기했습니다.
뒤이어 우리는 알뜨르 비행장과 함께 제주 4.3사건이 자행되어 제주민의 한이 서려 있는 섯알오름을 걸어보기며 시대가 낳은 아픈 과거와 이를 품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제주도민들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일차의 마지막 여행 포인트는 ‘눌’을 모티브로 지어진 기당미술관입니다. 눌은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장작을 차곡차곡 쌓은 더미를 일컫는 ‘가리’의 제주식 방언입니다. 미술관 아래서부터 산책하듯 올라와 천천히 돌아보니 언덕 위의 미술관까지 오르는 길을 미술관 내부의 휘감는 듯한 나선형 동선으로 이어낸 건축가의 의도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1박 2일 여행의 묘미는 단연 ‘심야건축수다’입니다. 이미 건축계에 몸담고 있는 건축인, 건축학도, 건축학도가 되고자 하는 수험생, 그리고 그 외에 건축을 좋아하는 분들까지. 건축을 중심으로 모인 탓에 끝을 모르는 수다가 이어졌습니다. 2일차의 여행을 위해 아쉬운 마음을 안고 해산할 만큼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