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가우디전은 2015년 7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015년 11월 19일부터 2016년 2월 14일까지 대구 mbc에서 전시되었으며 현재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창원 전시는 2월 21일부터 5월 12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건축계의 거장인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세계를 공부해 볼 수 있는 좋은 전시라고 생각되어 다녀온 후 이렇게 포스트를 남깁니다. 전시장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이며, 전시를 관람하실 분들을 위해 전시내용은 최대한 간단하게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 에스파냐어인 안토니오 가우디로 더 알려져있지만, 본 전시 제목은 그의 출생인 까탈루냐어인 안토니 가우디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본 포스트에서도 전시 제목에 맞추어 안토니 가우디로 표기하겠습니다.
안토니 가우디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며, 아르누보양식의 중심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무려 7점의 건축물이 등재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건축가입니다. 본 전시는 가우디 연구의 최고 권위단체인 카탈루냐 공과대학의 가우디 연구원들이 마련한 전시로 가우디를 공부하고 느끼기에 매우 좋은 전시였습니다.
가우디와 더불어 본 전시에는 스페인의 예술가 후안 미로가 가우디에게 헌정하는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전시는 총 7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전시되었습니다. 각 구역에 대해서는 아래에 간단한 설명과 함께 전시를 관람한 개인적은 감상을 함께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도 밝혔듯 현재 유료전시중이며, 아직 관람하지 않은 분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기본적인 정보만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Section 1. 가우디는 누구인가? / 가우디의 일생
첫 번째 구역에는 가우디가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의 그의 일생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주변 인물들과 그 인물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독특한 가우디만의 건축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Section 2. 천재 혹은 광인 / 건축학도 가우디
가우디의 유명한 일화로 그의 졸업식이 있습니다. 1978년 바르셀로나 건축학교의 교장 엘리아스 로젠은 그에게 졸업장을 건네며 “여러분 제가 이 졸업장을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아니면 광인에게 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그것을 우리에게 말해줄 것입니다.” 이 유명한 일화에서 보듯, 가우디는 학생시절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으며, 그의 독특한 건축세계와 열정적인 건축에 대한 태도는 왜 그를 천재 혹은 광인이라고 불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를 포함해서 본 전시에는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왔었습니다. 그리고 이 구역에서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혼잣말을 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가우디가 저러는 동안 난 뭐했을까...” 물론 저도 그랬죠. 가우디의 학생시절 작품들은 학생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높았으며, 엄청난 작업량을 자랑했습니다. 그의 학생시절을 엿보며 저를 포함해 많은 학생들이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떤 것 같습니다.
Section 3. 이겨내기 위해서는 미친 듯이 일해야 한다 / 초기 작품
건축가로서 첫 발을 내딛은 가우디의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흔히 가우디하면 떠오르는 건축양식들인 아르누보양식이나 트렌카디스기법을 사용하기 전인 초창기 작품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가우디의 가족은 교육을 위해 바르셀로나로 이사했으며, 가우디는 이 시기에 건축 공부를 하면서 가족들을 위해 건축가들의 조수로 열심히 일합니다. 가정의 수입을 책임지면서도 뛰어난 학업과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는 점이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한 선배가 ‘건축가로 성공하려면 금수저여야만 한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가우디를 보니 그것도 다 우리들의 변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습니다.
트렌카디스 기법으로 만들어진 안토니 가우디전 입구의 조형물
Section 4. 운명적인 만남 / 가우디와 구엘
에우세비 구엘은 가우디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그의 아낌없는 후원자였습니다. 구엘과 만난 후 가우디는 수많은 대표작들을 남겼으며, 가우디의 상징과도 같은 아르누보양식과 트렌카디스기법을 아낌없이 발전시켰습니다. 구엘의 후원을 받은 가우디는 구엘 별장, 수엘 저택, 구엘 와인 양조장, 구엘 공원, 콜로니아 구엘 성당등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트렌카디스양식은 유리나 대리석, 세라믹조각등을 이용해 만든 모자이크의 일종입니다. 가우디는 그의 파트너인 주셉 마리아 주졸과 함께 트렌카디스를 활용하여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여담이지만, 가우디는 트렌카디스 기법을 사용했지만 스스로는 아름다운 색배합에 뛰어나지 않아서 주졸과 함께하지 않은 작품에는 트렌카디스를 잘 사용하지 않았으며, 반대로 주졸은 가우디와 함께 트렌카디스 기법을 활용한 수많은 명작을 남겼지만, 스스로는 뛰어난 작품을 남길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건축자재를 활용해 아름다운 조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트렌카디스 기법을 사용한 가우디와 주졸이 대단했음을 느꼈고, 위대한 건축가가 탄생하기까지 훌륭한 파트너와 훌륭한 후원자가 있었음을 보고 건축이라는 작업이 한 명이서 해낼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Section 5-1. 집은 가족이 사는 작은 나라 / 도시 주택
바르셀로나는 스페인그리드로 계획된 격자형태의 도시입니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의 시가지에 카사 칼베트,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등의 주택들을 남깁니다. (Casa는 스페인어로 집을 뜻합니다.) 카사 칼베트는 주변 맥락과 상통하는 전형적인 양식의 주택이었지만, 카사 바트요부터는 종전에 없던 내부 공간을 창조하며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갔습니다. 흔히 가우디하면 떠올리는 아르누보양식이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에 잘 드러납니다.
Section 5-2. 도시 주택 / 가우디의 예술과 공예
5-2구역에서는 가우디가 주택설계에 사용한 디테일들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가우디는 문틀, 창, 굴뚝 하나까지 기성제품이 아닌 직접 설계한 것들을 사용했습니다. 건축의 외피와 내부공간뿐 아니라 디테일 하나하나에서 그가 설계한 아니 어쩌면 자연에 존재하는 것을 빌려온 아름다운 곡선들로 가득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 출처 : http://www.sagradafamilia.org/ )
Section 6.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1882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하여 2026년을 목표로 현재까지 지어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소개하는 구역입니다. 가우디가 최후의 순간까지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함께한 만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의 정신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학생시절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대해 공부할 때는 잘 몰랐는데 전시장에서 도면들과 모형들 그리고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완공예상도를 보자 그야말로 건물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건물속에 종교의 아름다움과 위엄이, 가우디의 정신과 혼이, 자연 그 자체가 깃들어있는 듯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사그라다 파밀라아 성당이 완공된다면 꼭 직접 두 눈으로 보면 얼마나 더 압도당할지 설레면서도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안토니 가우디전을 마치며...
가우디는 신이 만든 선에는 직선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곡선들은 모두 자연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건축을 공부하며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일반적인 건축물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을, 그가 남긴 그의 건축정신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그의 작품속에 자연 그 자체가 녹아있다는 생각이 제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기회가 되신다면 가우디전을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왜 그가 거장이라 불리는지 그의 작품들과 도면들을 보며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세상에 알리고자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보고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본 건축이야기는 '건축블로그 마당'에 게시된 포스트를 새로 편집한 것임을 밝힙니다.
p.s 모형작품이 많으니 관람시에 꼭 주의합시다! 제가 관람한 날 입장객이많아서 인파에 밀린 친구가 넘어질뻔했습니다. 그 친구가 만약 넘어졌다면 모형작품이 파손됐을 수도 있었죠.... ㅠㅠ 전시회 관람시에는 작품을 훼손하지 않도록 모두 질서있게 관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