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찰 불국사 (출처 : http://korean.visitkorea.or.kr/ )
한국의 전통 건축들을 답사하다보면 수많은 사찰들과 마주하게 된다. 불교에 관심이 있다면 조금 더 사찰답사를 즐겁게 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건축인들은 다들 호기심이 많다. 학교답사를 가면 학교에 대해 알아야하고, 상업건물 답사를 가면 상권에 대해서까지 궁금해 한다. 종교건축도 마찬가지다. 사찰 답사를 자주하다보면 자연스레 불교에 대한 흥미가 생기곤 한다. 그래서 간단하고 얕은 지식이지만 우리나라 불교건축에 대한 기본 지식들을 소개해드리면 사찰을 보는 눈이 조금은 더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부족하지만 글을 이어나가본다.
불교건축은 건축적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불교건축은 신중단-보살단-불단이라 불리는 삼단계의 확실한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으며, 이 위계질서에 따라 가람배치가 결정된다. 가람은 산스크리트어로 사찰을 뜻하는 것을 한자표기로 나타낸 말로, 가람배치는 사찰의 배치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를 거치며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해 ‘1사찰 1세계’라는 이론이 많이 약화되었지만, 원래 불교건축에서는 1사찰 1세계라 하여 가람배치를 통해 사찰을 하나의 세계로 표현하였다. 대승불교에서는 십계론이라 하여 세계를 10개로 구분하였고, 부처들 중 석가여래가 사바세계, 약사불이 동방정유리세계, 아미타불이 서방극락세계를 지키고 있다. 이런 불교의 세계에 대한 인식 때문에 사찰에서의 위계질서는 강하게 지켜져야 하는 건축적 질서이며, 이 건축적 위계질서를 통해 불교의 사상을 강하게 나타낸다.
한국 사찰건축의 기본적 가람배치 개념도 (출처 : 조계사 http://jgs.or.kr/ )
우선 가람배치에서 가장 바깥쪽 영역을 신중단이라 한다. 신중단에는 사찰로의 입구인 산문과 신중단의 건물들로 구성된다. 산문은 일주문-천왕문-불이문으로 구성된 3개의 문을 뜻하며, 산문이 인간세계와 신의 영역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이는 비단 불교건축뿐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종교건축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인데, 종교건축의 출입구를 평범한 인간세계와는 구별되는 신의 영역으로 구분 짓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주문은 사찰 경내에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문으로, 양쪽에 하나씩 세워진 기둥으로 이루어진 문이다. 한국 사찰건축에만 있는 고유의 양식으로 인간계와 불교영역을 나누는 기준이되며, 진리를 깨달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천왕문은 사천왕이 지키고 있는 문으로, 이 문을 지나면서는 부처의 불법을 지켜야 하며, 깨달은 자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 죄를 지은 자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산문의 마지막 문인 불이문은 해탈문이라고도 하며, 둘이 아니다 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불이란 ‘진리는 둘이 아니며, 세속과 부처님의 세계도 다르지 않으며, 중생과 부처도 들이 아니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누구나 깨달음을 얻으면 해탈할 수 있고, 신의영역과 인간의 영역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중단은 가장 바깥에 위치한 영역이기 때문에, 산문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들은 사찰의 가장 뒤편이나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기도 한다. 신중단의 건물들은 한국 사찰건축의 고유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중단에 위치한 건물들은 불교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정착된 토착신앙들과 합쳐져 형성되었다.
신중단에는 주로 조사당, 산신각, 칠성각, 독성각이 위치하는데, 조사당은 고승들의 영정을 모신 사당, 산신각은 단군과 산신령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는 법당, 칠성각은 도교의 영향을 받아 칠성신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는 법당, 독성각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은 존재를 신앙으로 하는 법당이다. 이처럼 신중단의 건물들은 우리나라 사찰 고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토착 민간신앙과 도교가 불교와 결합한 흔적들이다.
사찰 가람배치의 두 번째 세계인 보살단은 나한전, 팔상전, 관음전, 무수보현전, 미륵전, 지장전, 시왕전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살단을 단순히 신중단보다 안쪽에 배치하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조금 더 높은 곳에 배치하여 신중단과의 위계질서를 표현하기도 한다.
각각의 법당은 나한전-석가의16제자, 팔상전-석가모니의생애, 관음전-관음보살, 문수보현전-문수보살 및 보현보살, 미륵전-미륵불, 지장전-지옥에 떨어진 영혼을 구제, 시왕전-인간이 죽어 윤회가 결정되는 시왕을 모시는 법당이다. 관음보살은 특히 조선시대에 인기가 많았다. 비록 불교가 조선시대에 억압을 받았지만, 조선시대에도 보존되었던 저명한 사찰들에는 미륵전이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어진 경우가 많다.
미륵전이 조금 특이한 형태를 지닌 경우가 많이 보인다. 미륵전이 모시고 있는 미륵불은 미래세계에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내려오는 부처를 뜻하는데, 중생들을 구제하며 설법을 하기 때문에 미륵전이 주로 2층이상의 규모를 지닌 대형 사찰건축으로 지어진 경우가 많다. 또 위계질서에서도 특이한 위치에 있는데, 미륵전은 보살단에 속하면서도 불단에도 속한다.
하동 쌍계사의 대웅전 (출처 : 문화재청 http://www.cha.go.kr/ )
마지막 불단은 사찰의 가장 내부에 위치하는 핵심 건축물이다. 사찰의 중심 건축물인 대웅전이 이곳에 위치한다. 불교의 종파에 따라 조금씩 명칭이 달리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는 석가모니를 모시는 대웅전이지만, 종파나 모시는 부처에 따라 아미타불을 모시는 극락전, 무량수전, 미타전등이 오거나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대적광전, 비로전, 화엄전, 약사여래불을 모시는 약사전, 유리전이 오거나 미륵전이 위치하기도 한다. 따라서 사찰답사에서 사찰의 중심건축물을 보면 이 사찰이 어떤 부처를 모신 불당인지 이해할 수 있다. 대형 사찰등에서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하여 석가모니, 아미타불, 약사불을 동시에 모시기도 한다. 이럴 경우 동쪽에 위치한 불전이 약사불을, 서쪽에 위치한 불전이 아미타불을 중심에 위치한 불전이 석가여래를 모시는 곳이다.
사실 불교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글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찰건축을 답사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정보들을 알고 답사하게 된다면 사찰건축과 불교에 대해 더욱 깊게 공부하고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글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한국의 사찰건축은 신중단 – 보살단 – 불단으로 위계질서가 나뉘며, 위치와 높이로 건축적 위계질서를 나타내기도 한다.
- 신중단에 위치하는 산문은 일반세계와 종교세계의 경계선이며 이는 다양한 종교건축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신중단에 위치하는 건물들은 불교와 한국의 토속신앙이 합쳐진 흔적이다.
- 불단과 보살단에 위치한 건축물들의 이름을 통해 어떤 부처를 모신 불전인지 알 수 있다.
- 사찰건축의 가람배치는 불교세계를 형상화한 것이며, 건축적 위계질서를 통해 불교의 사상을 표현한다.
글재주가 부족하고, 꽤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쉽게 이해가 되실지 걱정입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사찰건축 답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본 건축이야기는 '건축블로그 마당'에 게시된 포스트를 새로 편집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