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최종 설계안이 나왔고 조여사님은 건축을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건축 시작에 대한 설렘을 누릴 새도 없이 여러 질문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설계안을 들고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 걸까? 설계안대로 지어질 수 있을까? 실질적으로 비용은 얼마나 들어갈까?
그동안 이런저런 건축서적 찾아 읽은 덕에 ‘설계자와 시공자가 같은 것’이 이상적이라는 걸 알고는 있어 다시금 건축가를 찾아가 시공을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대답은 ‘거절’이었습니다. 저희는 건축가가 시공을 맡아주지 않는 한 건물을 짓지 않겠다며 건축가가 시공이 가능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소형 건축 같은 경우 설계자가 도면을 뽑으면 그걸 시공자에게 건네 견적을 뽑고, 그 여러 개의 견적안 중 건축주가 선택을 하게 된다는데 여기에서 설계와 실제 건축이 어긋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합니다. 설계안과, 현장에서 구현되어지는 건축은 ‘이론과 실제’같은 관계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사실 ‘이론과 실제’라는 이 관계성을 떠나 저희가 건축가가 시공을 해줄 것을 고집했던 건 건축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한 탓에 저희가 원하는 건축물을 가장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건 이 ‘건축가’ 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마침내 무작정 기다리고 있던 저희에게 건축가로부터 시공을 맡아주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춥지 않아 땅이 딱딱하지 않고 비가 내리지 않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때… 결국 ‘봄’이더라구요. 바람은 차지만 햇살은 따뜻한 봄날,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건물 도면 따라 터파기가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공사 진행 과정 중 조여사님이 가장 신경을 쓰셨던 부분 '설비배관'이 들어갔습니다. 사실 조여사님이 건축을 해본 적은 없지만 오랜 시간 단독주택에 살다보니 상하수도와 전기배관의 중요성을 너무나 절실히 느끼고 계셨기에 가장 꼼꼼하게 신경을 쓰셨던 부분입니다. (심지어 건물의 외관을 좀 해치거나 비용이 더 들더라도 괜찮으니 배관만은 철저하게 해달라 따로 부탁하셨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설비배관이 들어가고, 흙이 묻히는 부분까지 콘크리트가 부어지고 이제 건축물의 구조가 올라갈 차례가 됐습니다. 저희는 처음 설계부터 ‘목조’건축을 고집했고 건축가 역시 콘크리트 구조물보다는 ‘목조’를 선호했기에 이 부분에서 아주 잘 맞는 파트너였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목조’건축이 일반적이지 않다보니 목조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주변 분들이 한마디씩 물어보시더군요. “목조로 지으면 얼마나 빨리 지어요?” “목조로 지으면 얼마나 더 싸요?” “목조로 지었다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요!
목조로 짓는다고 해서 결코 공사기간이 단축되는 것도 아니고, 더 싸지도 않고, 불이 나면 목조 뿐만이 아니라 콘크리트 건물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목조 건축’에 대한 편견에 일일이 답해드리면서, 건축과정에서 계속 실험하고 수정해나가며 그렇게 건축주와 건축가는 따뜻했던 봄날과 뜨거운 여름을 건축 현장에서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