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어웨이의 초소형 주택 출처 = https://getaway.house
http://www.ytn.co.kr/_ln/0104_201512130059325838
최근 미국에서는 ‘이동식 초소형 주택’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위 링크 기사에 따르면, 하버드 졸업생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겟어웨이’에서 만든 초소형 주택이 인기라고 합니다. 미 부동산 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부동산 구매자 중 1%가 초소형 주택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형 주택 열풍이 시작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건축면적이 넓지 않고, 토지값이 비싼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소형주택들이 유행한 지는 꽤 오래된 일입니다. 특히 일본의 협소주택은 그 역사가 매우 길다. (현대식 협소주택의 유행은 역사는 30년이 훌쩍 넘었으며, 전통적으로도 마치야 형식의 주택 때부터 현대의 협소주택과 유사한 소형주택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공식적으로 정해진 용어가 없어 초소형주택, 소형주택, 협소주택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뉴스 등의 매체에서 미국에서 유행중인 이동식 주택을 초소형주택이라 언급하고 있고, 일본에서 유행한 소형주택들은 협소주택이라는 용어를 사용 중이니 나누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유명한 협소주택인 안도 타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아즈마 주택)
일본에서 넘어온 개념인 협소주택은 말 그대로 협소한 곳에 지어진 주택을 뜻합니다. 비싼 토지값과 부족한 토지로 인해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만 하는 도쿄를 중심으로 발달한 양식이며 인구밀도가 높은 세계 각지의 대도시 등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쿄에 위치한 주택들의 평균 면적은 도쿄를 제외한 도시의 주택 평균 면적보다 30㎡이상 작습니다.)
협소주택의 유행은 효율적 토지 사용이 필요한 대도시들에게 있어 필연적인 건축문화의 유행이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고,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협소주택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협소주택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무렵부터가 아닐까 합니다. 일명 ‘땅콩주택’이라 불리는 듀플렉스하우스가 유행하며 협소주택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주거문화의 중심은 아파트입니다. 한정된 지역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효율적 주거방식이기 때문에 산악지형이 많아 평지가 비교적 부족하며 급속도로 성장해야만 했던 우리나라에게 있어 가장 효율적인 주거문화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아파트가 가장 저렴한 주거부터 최고급주거까지 모두 차지하며 주거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아파트가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재태크를 위한 투자의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내 상황에 협소주택이 유행하게된 것은 신기하고 흥미로운 일입니다. 제 부족한 의견이지만 협소주택이 유행하게 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첫 번째로는 너무나 비싼 아파트가격에서 벗어나 비슷한 가격으로 자기 자신만의 집을 갖기 위한 욕구이며, 두 번째로는 잃어버린 마당 즉, 가족들이 가지는 사적인 공간에 대한 향수가 아닐까 합니다. 아파트 값은 끝을 모르게 오르고 있고, 아파트로 가득한 도시에서 주택을 가지기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집을 향한 욕구 즉, 나만의 공간을 위한 욕구는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도달한 곳이 협소주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협소주택이라면 좁은 토지로도 충분히 설계가 가능하니 비교적 저렴하게 나만의 주택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을 상징하는 아파트를 벗어나 전통적이고 감성적인 가치를 가진 주택을 선택하고자 눈을 돌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내의 경우 이제 막 소형주택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 소형주택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일본의 협소주택입니다. 협소주택이라는 용어 자체도 일본에서 사용하던 용어이며, 특히 일본에서는 10평 미만의 초소형 주택들을 U-10이라고 불렀습니다. 앞에서도 살짝 언급했듯, 일본의 경우 마치야라는 전통적인 주택의 형태가 있었고 이 형태에서 발전한 협소주택이 도쿄라는 배경과 맞물려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야는 얼마 전 에이플레폼에도 자세한 설명이 올라왔었는데, 도로에 면하는 폭이 좁고 깊이가 깊은 형태의 교토의 필지에서부터 시작된 일본의 전통 주거 양식입니다.) 이를 입증하듯 일본에는 건축전문잡지 중에 ‘협소주택’이라는 이름의 잡지도 있습니다.
일본 카츠오시 사사키 주택. 폭이 3m에 불과하다. 출처 = http://www.designboom.com
협소주택의 경우 좁은 공간에 설계를 하다 보니 미니멀하고 컴팩트한 디자인이 주를 이룹니다. 이런 특징 때문인지, 북유럽에서도 일본의 협소주택과 유사한 형태의 소형주택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초소형주택과 이동식주택이 맞물려 독특한 형태의 소형주택들이 등장했습니다. 미국은 드넓은 국토 때문인지 트레일러에 설치하여 이곳저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동식조립주택인 카라반이 꾸준히 이용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경제위기 때문인지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주택구입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저렴한 비용으로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초소형 이동식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글 첫 문단에 소개한 뉴스 링크 참고)
다만 미국의 경우 소형주택에 대한 선호의 이유가 앞서 소개드린 사례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협소주택의 경우 과도하게 높은 도시의 집값문제와 좁은 토지문제에 대한 대체방안으로 발단한 주거문화입니다만, 미국에서 유행중인 초소형 이동식주택은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간편한 이동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집이라 하면 당연히 정착되어 있는 것인데, 초소형 이동식주택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독특한 주거문화인 것이죠.
소형주택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우선 그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건축면적이 작다는 점입니다. 특별히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주로 한국에서는 25평 이하의 작은 주택을, 일본에서는 10평이하를 U-10 협소주택이라고 합니다. 미국에 경우 보통 단독주택에 앞뜰과 뒤뜰이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정원이 없고 작은 집 혹은 카라반형태로 지어진 집들을 소형주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인식이지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협소주택에서는 스킵플로어의 사용이 많고, 동선계획과 공간배치에 창의력과 효율이 요구된다. 출처 = http://cdn.decoist.com
좁은 필지에 지어지다보니 효율적인 공간을 위해 복층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으며, 정확히는 층계가 명확히 나누어진 형태가 아닌 스킵플로어 (Skip floor)의 형태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판매되는 목적으로 지어지는 집 보다는 건축주가 실사용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 건축주가 지향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현대사회의 도심에서 자신의 가정만이 지니는 사적인 공간의 확보가 가능하며 전통적인 형태인 마당을 도시 내에서도 자신의 주택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 지어지다보니 사용가능한 면적이 좁다는 점. 편리하고 일반적인 수평적 동선이 아니라 복층구조를 활용한 수직적 동선이 주를 이루는 만큼 동선에 있어 불편함이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즉 좁은 공간내에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그로인해 생기는 단점도 당연히 따라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의 효율적 배치나 동선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겉보기에만 아름답고 불편하기 만한 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건축인들은 오래전부터 ‘최소공간’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소형주택은 그동안 우리가 고민해온 최소공간을 활용해야할 건축 양식입니다. 오랜 기간 수많은 건축인들에 의해 최소공간에 대한 실험적 시도가 이어졌고, 그로인해 소형주택이라는 영역도 빠르게 발달해가고 있습니다.
끝으로 저는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보니 아직까지 실제로 건물을 짓는 건축가의 입장도, 건물을 사용하는 건축주의 입장도 되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소형주택에 대한 두 관점 모두 이해가 갑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좁은 공간에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건물을 짓겠다는 도전의식을, 건축주에게는 좁은 공간에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설렘을 주는 것이죠.
소형주택이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력적인 주거양식이라는 것이죠. 특히 지나치게 아파트에 편중된 우리나라의 건축문화에서 소형주택은 또 하나의 충분히 좋은 대체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설계에도 여러 가지 ‘Alt’가 필요하듯, 우리 사회에도 아파트 이외에 좋은 ‘Alt’들이 많아야 하니까요.
- 본 건축이야기는 '건축블로그 마당'에 게시된 기획연재 시리즈 '전진석의 건축소담'의 포스트를 현 상황에 맞추어 새롭게 편집,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건축 블로그 마당 전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