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카페는 물론 미국과 캐나다, 이탈리아, 핀란드, 상하이까지…
참 많이 돌아다녔고 시간과 기회가 닿는대로 우리가 좋아하는 카페를 찾아 다니며 커피를 마시고 건축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우리 건축물에 무엇을 담아낼지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건축가에게 할 말 또한 참 많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건축가와의 첫 미팅!
막막함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건축용어도 잘 몰랐고, 건축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 건축가에게 전달할지 그것 또한 또 하나의 과제가 되더군요. 지금이라도 건축 용어를 달달 외워야할까? 어디 건축 현장이라도 가서 좀 보고 와야 할까 등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우리의 생각부터 명쾌하게 정리해보자’였습니다.
목조건축,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노출 천장,, 자연광과 바깥 풍경을 하나의 사진처럼 담아낼 수 있는 액자형창문. 세련됨보다는 편안함을 우선으로, 최대한 인테리어를 배제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 등 건축 설계와 시공을 시작하면서 건축가에게 이야기했던 부분들입니다.
우리가 그렸던 카페는요!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몇 년 지나면 유행 따라 인테리어 바꿔줘야 하고 새로 지어야 하는 건물이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주는 색깔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카페였습니다. 그래서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만의 시간’이 흐르는, 그런 공간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건축물이 가장 어울릴까를 생각했고, 그래서 결정한 것이 목조건축이었습니다.
건축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건축을 마음 먹은 후 가장 먼저 무엇을 준비해야할지를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건물을 짓고 싶은 건지, 그 건물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그 쓰임새를 먼저 분명히 하세요. 그리고 타협하지 마세요”
설계부터 시공, 그리고 인테리어까지 그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그 선택의 기준이 돈이나 시간이 될 때도 있고 견고함이나 모양새가 될 수도 있고… 그렇게 오랜 기간 설계를 했고, 건축가가 직접 시공을 맡았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했습니다. 순간 순간 흔들리고 이러다 원래 우리가 생각했던 건축물은 온데간데 없이 낯선 건물 하나가 등장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커피'였습니다.
건축을 하는 이유!
그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고, 그 커피를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시간 따라 흘러가고 나무결따라 커피향이 스며들고, 그래서 건축물 자체가 '커피'일 수 있는 곳! 그래서 매일 가고 싶고, 매일 마셔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있는 곳! 저희가 꿈꾸는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