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답사 포스팅 중 뮤지엄 산에 대한 포스팅을 하면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에 대한 답사기를 이어서 포스팅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개인적으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에 대한 경험이 적지 않은 편이었기에 그것에 대한 일련의 답사기를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포스팅의 첫 시작으로 일본 본토에서 겪었던 그의 건축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개하고자 하는 건축물은 규모는 굉장히 작지만, 지니고 있는 디자인적 표현이 굉장히 임팩트가 있어 안도 타다오의 특징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줄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위의 설명만 들었을 때, 대부분의 건축 디자인계 종사자들은 '빛의 교회'를 떠올릴 것으로 보이나, 안타깝게도 필자는 빛의 교회를 답사하지는 못했다.
물의 사원
소개할 건축물은 '물의 사원'이다. 물의 사원은 안도 타다오가 주로 활동했던 오사카의 아와지시마라는 섬에 위치하고 있다. 제목에서 처럼 사원으로 쓰이는 건축물로, 불교의 사찰과 같이 불당을 지니고 있는 건축물이다. 오사카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아와지시마의 종점 즈음에 하차해 조금 걸어가면 물의 사원을 만날 수 있다. 물의 사원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가면 어느정도 정돈된 길이 나오고 멀찌감치 건축물의 일부가 보이는데, 그 모습은 하나의 콘크리트 벽으로 등장한다.
안도 타다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노출콘크리트로 이뤄진 벽. 지난 뮤지엄 산의 포스팅을 기억하는 이는 이와 같은 건축적 표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뮤지엄 산의 주요 건물이었던 전시장을 지나기 전에 만났던 비스듬한 벽과 같이 물의 사원의 초입에는 넓직한 벽으로 시선을 가로막고, 출입구 역할을 하는 하나의 개구부만이 존재한다.
비스듬한 벽을 지나면 또 다른 둥근 벽을 만나게 되고 그 사이 공간을 돌아 들어가야 본 건축물의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주요 공간을 만나기 전까지의 걸러지는 공간이 계속 이어지며, 본 건축물로 향하는 동안 기대감이 들게 만드는 효과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에 흔히 등장하는 기법이다.
초입의 비스듬한 벽, 이어진 둥근 벽까지 돌아 들어가면 아래 사진과 같은 잔잔한 연못이 등장한다. 본 건축물이 등장할 순서인데, 건축물이 아닌 연못이 등장한 이유는 물의 사원의 주요 공간인 불당이 바로 이 연못 아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연못이 물의 사원의 주요공간이자, 전부에 가까운 것이다.
둥근 연못을 다시금 돌아 중앙에 서면, 연못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이 본 공간인 불당으로 향하는 출입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용자가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곧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건축물 자체를 물로 은유함으로써, 건축물로 들어가는 행위를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일시하는 것은 아마도 물의 사원이라는 종교적인 건축물이라는 것을 감안한 안도 타다오의 단 하나의 디자인적 선택이었지 않았나 필자는 생각한다.
정확히 불교와 물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나, 불교와 관련이 있는 식물인 연꽃이 가득 피어 있는 이 연못과 그 안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불자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극적인 연출이 아닐까? 이와 같이 안도 타다오는 극적인 연출에 굉장히 능하다.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물 아래로 들어가는 경험은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둥근 연못 아래에는 연못의 모양과 같이 둥근 불당이 존재하고 있다. 물의 사원의 가장 주요한 공간이자 주된 공간은 이 불당이다.
불당 안에는 부처를 모시는 단이 있고 단 너머로는 자연광이 비춰지게끔 구성해, 한층 몽환적인 공간을 구현하고 있다. 물 아래에 있는 불당으로 쏟아지는 빛. 빛이라는 요소 역시 불당이라는 신성한 공간을 극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빛의 존재를 확인하기위해 뒤로 돌아 들어가면, 전체적으로 땅의 묻힌 물의 사원이지만, 일부 구간은 지형의 높이차를 이용해 자연채광이 가능토록 설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물의 사원은 완전 지하는 아닌 반지하 형태의 건축물인 것이다.다시 외부로 나와 연못 주위를 한 번 돌아보면서 천천히 둘러보았다.
마무리
방문했던 계절이 겨울이었던 지라 한껏 연못 위로 피어 있는 연꽃이 모습을 보지는 못하였으나, 제철에 맞게 방문하면 한껏 푸른 연못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마 그렇다면 더욱 극적인 효과가 연출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안도 타다오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인 빛의 교회를 경험하지 못하여, 못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물의 사원의 경험을 통해 안도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앞서 이미 이야기 했지만, 다시 이야기하자면 안도 타다오는 극적인 연출을 할 줄 아는 건축가이다.
물의 사원을 통해 설명하면, 가장 극적인 불당이라는 공간으로 향하기 전까지 끝없이 기대감을 주기 위한 시선을 가리고 동선을 늘어뜨리고 지연시키는 요소를 두고, 불교라는 종교적인 성격을 감안한 물이라는 요소아래에 공간을 두고 사용자로 하여금 그 물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효과를 준 기법 등의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드라마와 같다.
중요한 것은 자칫 작위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이러한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판단일지도 모르나, 미묘한 차이로 그 선을 넘고 있지는 않다고 보여진다. 흔히 건축과를 전공하는 학생이 어떻게 하면 드라마틱한 공간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앞으로 안도 타다오의 작품 답사기를 몇개 더 이어서, 그의 작품에 대한 관찰을 좀 더 공유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