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ur님의 포스팅에서도 소개된 적 있고, 개인적으로는 개관전 때 방문했던 안양예술공원에 위치한 김중업 박물관에서 단독주택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렸다고 하여 방문하였다. 얼마 전 TBS '공간사람' 프로그램에서 김중업 선생님에 대한 특집 방송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영상 중 김중업 선생님의 아드님께서 김중업 박물관을 모든 건축가를 위한 공간으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아마도 이번 전시도 그 바람을 따라 진행된 것이 아닐까... 모쪼록 건축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전시와 행사는 항상 반가울 따름이다. 김중업 박물관에는 크게 김중업관, 문화누리관, 안양사지관의 세 공간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 전시는 문화누리관과 안양사지관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김중업관에서는 김중업 선생님에 대한 상설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단독주택 '나의 삶을 짓다'
전시명에도 드러나 있듯이 이번 전시의 주제는 단독주택으로 지정돼 있다. 점차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의 천편일륜적인 공동주택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사회현상에 맞춰 이 전시도 기획되었을 것이다. 전시는 크게 두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고, 첫 번째 파트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라는 주제로 건축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였고, 두 번째 파트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라는 주제로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가르치는 교수들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아무래도 필자는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건축가들의 전시 위주로 관람하였다.
단독주택 : 누가, 어디서, 어떻게
첫 번째 파트의 전시는 문화누리관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전체적인 전시의 개요 및 설명.
1. 누가
곽희수
누가, 어디서, 어떻게 중 누가에 해당하는 전시의 첫 건축가는 곽희수 건축가이다. 누가라는 전시의 주제는 단독주택을 설계하는 건축가인 누구와 집의 주인이 될 건축주인 누구를 지칭하는 중의적인 의미라고 한다. 따라서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이뤄지는 건축주와 건축가의 소통 등이 그 주제인 것이다.
곽희수씨의 건축물은 대부분이 노출콘크리트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도 역시 그러했다. 과거의 단독주택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유명 연예인의 주택으로 알려진 단독주택 작품이지만, 전시 내용상에는 언급되지 않아 따로 밝히지는 않는다. 경치를 원했던 건축주의 요구를 적절히 반영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곽희수 건축가의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요구사항만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도 적절하게 섞어내는 것이 건축가로써의 주택 설계의 특징이 아닐까... 아래 작품은 42번 루트하우스.
아래 작품은 처음으로 접한 곽희수씨의 작품인데, 루프런 하우스라 하여 지붕의 경사진 데크가 인상깊다. 사진상으로는 걸터앉아 쉬기도 하고 쓸모있게 보였다.
정재헌
'누가' 주제의 다음 건축가는 정재헌 건축가이다. 얼마 전 도천 라일락 집을 답사하고 포스팅으로 남겼었는데, 그 건축물의 설계자이다. 전시에 소개된 건축물 역시 도천 라일락집. 각종 상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고, 직접 보았을 때에도 인상깊었던 건축물로 설계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는데, 때마침 그것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필자의 답사기로는 부족했던 내용들을 보충할 수 있는 컨텐츠들이 많이 있으니, 답사기가 아쉬웠던 분들은 전시로 대신하실 수 있을 듯.)
전시장 가운데 배치된 사진과 글은 건축주에 의해 작성되고 만들어진 것으로 건축물이 지어지는 동안의 건축주의 과정과 생각들이 순서대로 정리돼 있었다. 건축가와 건축주의 호흡과 소통이 정말 좋았음을 느꼈으며, 한켠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특히 단독주택에 있어서는 건축주의 요구와 건축가의 욕구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선 그 조화가 매우 좋았던 것으로 보였다.
이중원 이경아
'누가' 파트의 마지막 건축가인 이중원 이경아 건축가는 부부건축가로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건축가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설계한 주택에 직접 거주까지 한 경우로 자신들과 자신들 부모님과의 소통에 대한 내용을 전시하였다.
독특하거나 특이한 점이 많지는 않은 건축물이긴 하였으나, 차근 차근 착실하게 설계되고 지어진 느낌은 드는 작품이었다.
2. 어디서
어디서의 주제에서는 단독주택의 장소에 대한 것으로, 전원 혹은 도심의 주택들의 사례를 전시하였다.
김현진
김현진 건축가의 혼신지집은 위의 분류 중에서 전운에 해당하는 주택으로, 일전에 작품집을 통해서 소개되었던 작품이다. 집요한 건축가의 특징이 드러나듯 전시장 내부도 실제 주택의 마감재와 가구로 꾸며져 있었다.
실제 상세 도면들이 전시돼 있어 자세한 내용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아래 사진 속의 실제 전시장에 배치된 가구들도 직접 제작하여 주택에 쓰인 것으로 보였다,
윤재민
JMY건축사사무소의 윤재민 건축가는 부산의 도심에 설계한 작품을 소개하였다. 전원과는 달리 도심속 비좁은 필지 안에서 제한들을 극복하고 완성한 작품은 그것 만의 특징이 잘 살아 있었다.
김승회
경영위치의 대표인 김승회 건축가는 가장 많은 수의 단독주택을 전시하였다. 전원, 도심 모두 아우르는 그의 작품 속에서 축척된 경험치가 엿보였다.
실제로 아래와 같이 주택의 도면집이 놓여 있어, 한참을 들여다 볼 만큼 가치가 있었고, 시간이 없어 다 못 본 것이 아까웠다. 김승회 건추각가 내세운 단독주택의 개념은 '집은 집들이다'이다. 집 안의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그만큼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서로 잘 엮여야 함을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단독주택 작품
3. 어떻게
마지막 파트인 '어떻게'에서는 좀 더 기술적이고 현실적인 닥독주택의 영역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친환경, 패시브 하우스 등 최근에 관심사가 가장 많이 반영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김동진
로디자인 건축의 김동진 건축가는 최근의 다양하고 참신한 작품들을 선보여 수상을 하며 두각을 나타낸 건축가인데, 이번에 소개된 단독주택은 처음 접한 것이었다. 커스토마이집이라는 작품명 처럼 요구사항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는 주택으로 설명돼 있는데, 실제로 어떻게 지어지고 쓰였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조장희 / 원유민
JYA 아키텍츠의 조장희 원유민 건축가는 에너지 절감에 대한 아이디어가 적용된 주택의 사례들을 전시하였다. 실제로 적용했던 시스템을 전시장 내에 그대로 재현해 이해하기 쉽고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뽁뽁이를 통한 단열을 구현했던 작품. (아래) 빛이 투과되면서 실내 조명의 역할까지 풀어낸 참신한 시도였다.
이소정 / 곽상준
OBBA 건축의 이소정 곽상준 건축가는 초소형 주택을 선보여, 전세값 대란이라 불리는 현대를 단독주택으로 타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주 전시작 이외에도 협소한 땅의 사례들을 추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단독주택 : 시간과 공간을 넘어
두 번째 파트의 전시는 안양사지관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대학의 설계교수들의 작품과 더불어 계획작들이 판넬과 모형의 형태로 전시돼 있다.
활동중인 건축가들의 작품과는 달리 개념적이면서도 모험적인 작품의 전시도 꽤나 있어, 파트1의 전시와는 또 다른 감각의 전시를 느낄 수 있다.
파트2의 전시에 대한 리뷰는 따로 길게 남기지 않겠다. 워낙의 작품 수도 많고 다양하지만 간단하게 정리돼 있으니 직접 보고 훑어 보는 것으로도 충분할 듯 하다.
마무리
생각했던 것보다 전시의 내용과 질이 풍부해 보는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김중업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만큼 풍족해, 김중업 건축가의 바람대로 박물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 건축가들의 전시에는 실제 도면들도 포함되어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한참을 앉아서 보고 싶었다. 주택이라는 실생활에 밀접한 건축에 대한 전시로 일반인들도 찾아보면 건축에 대한 새로운 교육의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김중업 박물관이라는 의미있는 장소에서 펼쳐지는 전시인 만큼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전시는 7월 3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