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사촌형과 만났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사촌형은 동생이자 건축계 후배인 저를 위해 항상 여러 가지를 알려주곤 했습니다. 그 때 형이 저에게 혹시 요즘 유행하는 ‘프로젝션맵핑’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저는 그 날 ‘프로젝션맵핑’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보았죠.
사실 저는 최신정보에 매우 느린 편입니다. 굳이 나누자면 새로운 정보를 빨리 얻기보단 책 속에서 오래된 지식을 찾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형이 소개해준 프로젝션맵핑이라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전혀 새로운 것이었죠.
호주 Vivid Sydeny 축제 프로젝션맵핑 (Vivid Sydeny 공식 페이스북)
호주 Vivid Sydeny 축제 프로젝션맵핑 (Vivid Sydeny 공식 페이스북)
호주 Vivid Sydeny 축제 프로젝션맵핑 (Vivid Sydeny 공식 페이스북)
오늘 소개해드릴 이야기는 이 프로젝션맵핑과 관련된 것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건축인 듯 건축이 아닌 건축 같은 이야기입니다. 아래에서 더욱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만, 앞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프로젝션맵핑은 건축물을 캔버스삼아 조명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대한 설치미술의 일종입니다. 건축과 기술, 그리고 예술이 결합된 사례입니다.
프로젝션맵핑이라는 것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프로젝션맵핑은 대상물에 영사기를 통해 빛을 영사하여 대상물에 변화를 주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현대예술의 한 분야입니다. 빛을 통해 계속되는 변화가 이루어지다보니 대상물의 기존의 형태나 모습에 계속적인 변화가 생기면서 기존과 다른 성격의 작품을 표현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이 스크린에 투사하여 평면적인 정보를 전달했다면, 현대의 프로젝션맵핑은 영사의 대상물이 되는 오브제의 형태에 따라 여러 가지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프로젝션맵핑은 작게는 어떠한 오브제에 빛을 투사하여 그 작품의 이미지가 변화하는 것을 표현하기도 하고, 크게는 건축물의 벽면을 이용하여 매우 큰 규모의 퍼포먼스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션맵핑은 빛을 투사하며 시작된 예술입니다. 건축물의 벽면은 거대한 스크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션맵핑의 오브제로서 건축물은 매우 상성이 잘 맞습니다. 최근에는 건축물을 이용하여 다양한 프로젝션맵핑이 실행되고 있으며, 활용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현대예술로서 작품이 될 수도 있고, 특정 행사를 위한 이벤트 퍼포먼스가 될 수도 있으며, 특정 기업의 광고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프로젝션맵핑이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것은 기술의 발달과 기존의 광고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필요에 의해서라고 생각됩니다. 프로젝션맵핑은 일종의 증강현실의 개념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0년 카우델 미젤이 만들어낸 용어인 증강현실은 가상의 세계가 물리적인 현실세계에 투영되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이를 프로젝션맵핑에 도입하면 현실에 존재하는 ‘오브제’에 가상의 세계인 ‘영상’이 합쳐져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증강현실의 개념이 기술의 발달로 거대한 건축물에도 영사해도 충분히 화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되어 프로젝션맵핑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기존의 TV광고, 포스터광고 등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방식의 광고로 구매자들을 자극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고, 이러한 사회적 요구가 프로젝션맵핑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건축물의 벽면은 프로젝션맵핑에 있어 매우 효과적입니다. 랜드마크의 성격을 띠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기 쉽고, 규모가 매우 거대하기 때문에 스크린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이 건축물을 프로젝션맵핑의 대상으로 각광받게 된 이유입니다.
덕수궁 석조전 미디어파사드 (문화재청)
최근 국내에서도 프로젝션맵핑이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광화문, 석조전, 전주 풍남문 등에서도 프로젝션맵핑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렇게 랜드마크들, 도시의 오래된 문화유산을 활용한 랜드마크는 좁게는 건물을 나아가서는 도시와 국가브랜드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 광고를 넘어 이벤트로서 이용객들의 기억에 남는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프로젝션맵핑 (WIKIMEDIA COMMONS)
사실 이 글을 미리 써놓고도 며칠이나 에이플래폼에 업로드를 못했습니다. 용어선택에 대한 고민 때문에 몇 번이고 올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디어파사드’라는 용어 때문입니다. 미디어파사드 혹은 미디어월 이라고도 부르며, 미디어 건물의 입면을 뜻하는 파사드가 합쳐진 용어입니다. 과거의 미디어파사드는 단순하게 건물 외벽에 LED조명을 부착하여 건물 외벽을 디스플레이처럼 사용하던 것을 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건물 외벽에 영상을 영사하는 것도 미디어파사드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는 미디어파사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고민하면서 며칠 동안 외국 웹사이트들을 검색하다가 프로젝션맵핑과 미디어파사드가 거의 용도 구분 없이 유사한 비율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프로젝션맵핑의 개념이 더 큽니다. 프로젝션맵핑은 오브제에 영상을 영사하여 표현하는 예술을 뜻하며 건축물의 외벽은 일종에 오브제이므로 미디어파사드보다 더 큰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프로젝션맵핑이라고 표현하였으나 두 개념 모두 유사하게 쓰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미디어파사드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된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프로젝션맵핑 퍼포먼스를 매우 좋아합니다. 사촌형에게 처음 들었을 때부터 조금씩 관심이 생기다가 오사카성에서 큰 규모의 프로젝션맵핑 퍼포먼스를 본 후 더욱 푹 빠져들었습니다. 정적인 건물에 동적인 영상이라는 옷을 입히면서 마치 건물이 살아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기분이 들고는 합니다. 건물에 옷을 입혀주는 프로젝션맵핑이라는 매력적인 현대예술에 조금이나마 관심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오사카성 2014 일루미네이션 프로젝션맵핑쇼
본 건축이야기는 '건축블로그 마당'에 게시된 기획연재 시리즈 '전진석의 일본건축기행'의 ‘오사카성과 프로젝션맵핑’ 포스트를 현 상황에 맞추어 새롭게 편집,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건축 블로그 마당 전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