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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축답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관
- 현대건축답사_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관_김수근
2018.07.20
건축학과 학생시절, 블로그로 답사기를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나름 체계적으로 답사를 다녀보자는 생각에 책 한권을 가이드 삼아 다녀보기로 마음 먹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선택했던 책은 임석재 교수의 '서울, 건축의 도시를 걷다2'였는데, 그 당시 내 수준에 적당한 답사 가이드북이 되어 주었다.
한창 그 책 중의 건축물 중 여러 답사지를 선택해 다니던 중,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보게 되었고, 김수근 건축가의 작품이라는 점과 접근하기 좋은 서울 시내에 있다는 점을 들어 답사지로 선정했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무턱대고 검색한 지도만 보고 향하였는데, 정문에서 문전박대를 당하였다. 건축물 답사를 하러 왔다 말한 내게 돌아온 답은 '여기는 그런 곳 아니다'라는 답이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국가기관이라는 곳을 그처럼 아무 대책없이 들어가려 했던 것이 우스운 일이지만, 철없던 학생에게는 야속하게만 들린 대답이었다.
그런데 수년이 지나 최근에 우연한 기회로 정식으로 허가를 얻어 한국기술연구원을 답사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본관. 문전박대를 당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건축의 길을 걷다보니 얻게 된 기회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새롭고 의미있던 답사였기에 답사기로 남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관
앞서 이야기했듯이 한국기술연구원(이하 KIST)의 본관 설계자는 우리나라 현대건축 1세대라 불리우는 김수근 건축가이다. 사실 그의 명성만큼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못하다. 아는 정도는 경동교회, 공간사옥, 아르코 미술관 등 그의 주요작에서 드러나는 붉은 벽돌의 마감과 인간적인 스케일감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KIST 본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KIST 본관은 외관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가장 큰 특징들은 굉장히 과장되고 두드러지게 보이는 노출콘크리트의 구조체이다. 기둥으로 보이는 요소와 보는 마치 보드게임 젠가의 나무토막과 같이 서로 엇갈려 쌓아 올린듯 보이고, 루버로 보이는 요소들도 입면 밖으로 돌출되어 있다.
옛 기억을 떠올릴 겸 임석재 교수의 책을 다시 펴보니, 내가 답사할 당시에 느낀 바대로 그 당시 구조주의의 영향을 받았다고 평하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구조의 형상은 구조를 통한 디자인 구현을 하고자 한 건축가의 다분히 의도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겠다.
벽돌 마감인 입면 요소와 노출콘크리트로 처리된 구조부의 대비 또한 전체적인 건축물의 인상을 이루는 표현이다. 사진에서는 잘 드러나지는 않으나 실제로 보았을 때의 건축물의 전체적인 규모와 표현의 정도(?)가 묘하게 균형을 이뤄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출입구의 캐노피와 타 건물로의 이동을 위한 브릿지 역시 다소 과장돼 있다. 아래 사진은 브릿지를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인데, 브릿지를 지탱하는 기둥 요소가 외부로 돌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내에서도 구조체의 존재감은 계속 유지된다.
위, 아래 사진은 메인 로비로, 보 부재가 커튼월을 관통하며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답사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커튼월을 관통하는 보 요소는 실제로 구조역할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즉, 가짜보로 건축가가 구현하기 위한 이미지를 위한 디자인 요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순수한 구조가 아니라는 점은 아쉽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보다 극적인 내, 외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외부의 요소가 내부로 연장되고, 내부의 요소가 외부로까지 이어지는 기법은 극적인 효과를 위해 흔히 건축가들이 구사하는 표현이다.
실내 공간 중에는 새로운 마감재가 덧붙는 등 지나온 시간만큼 변한 모습도 보여진다. (아래 사진은 건립당시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존슨 강당의 입구 부분이다.)
1층의 강당을 제외한 다른 층의 내부 구조는 단순하며 반복적이다. 정방형의 평면에서 네 귀퉁이를 코어로 두고, 가운데 중정을 중심으로 복도가 둘러친 형식이다.
실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구조와 구조 사이를 덕트 등의 설비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 모습인데, 이 역시 구조를 디자인의 기본으로 했기에 나타날 수 있는 표현들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즉, 중정이다.
앞서 이야기한 존슨강당의 상부가 중정이다. 이는 2층의 지붕이자 3층의 바닥면으로, 중정이 시작되는 부분이 지면이 아닌 공중인 것이다. 대부분의 업무공간이 3~4층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였다.
중정에서도 역시 외피에서 드러난 것처럼 구조체가 드러나 있으며, 네 귀퉁이의 계단실, 엘리베이터 등 코어 역시 마치 탑과 같이 솟아 있어 그 존재를 크게 드러내고 있다.
새롭게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중정의 정원들과 인조잔디 등 여러 요소가 기존 건물과 어울리지는 않아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옥상에서도 과장된 구조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사진 : 구조체를 루버화하기 위한 구조 요소들)
아래 사진은 현재로 보면 우수 선홈통 역할을 하는 쇠사슬이다. 당시 일본 건축에서 많이 쓰이던 요소라고 한다. 김수근 건축가는 일본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기에 자연스레 그 곳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KIST 본관의 첫 인상은 흡사 르꼬르뷔지에의 라뚜레뜨 수도원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외관상 풍기는 느낌에 불과한 것이고 프로그램, 공간구성 등의 내용을 따지면 전혀 다른 건축물임을 알 수 있었다. 역시 함부로 건축물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행동이라는 생각으르 다시 한 번 하였다. 이루지 못했던 소원을 뒤늦게나마 풀어낸 것이라 개인적으로 뜻깊었고,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인 김수근의 건축을 차근차근 둘러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건축가의 건축을 공부하는 것을 통해서 트렌드를 배울 수 있다면 지나간 건축가가 남겨 놓은 것을 보는 것을 통해서는 모범답안을 내어놓는 지혜를 배울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건축설계디자이너 KirbyKIM(길쭈욱청년)
한 명의 건축가가 되기 위해 건축을 현업으로 삼고 있는 실무디자이너.
좋은 건축물을 찾아 답사하고, 전시회 등을 찾아 보고 글로 정리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ksj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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