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작들을 답사지로 선정하기 위해 종종 TBS 교통방송의 프로그램인 공간사람을 참고하곤 한다. 건축전문 방송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디자인적으로 훌륭한 건축물에 대해 건축가, 사용자, 건축주 등의 인터뷰들을 실어 알차게 구성한 프로그램이라, 답사지를 선정하는 데에 매우 도움이 된다. 몇 달 전에도 답사지로 삼을 만한 건축물을 찾기 위해 공간사람을 찾아 보던 중, 독특하고 관심이 가는 건축물이 있어 얼마 전 다녀왔다.
건축물의 명칭은 '플랫폼창동 61' 건축가는 이순석씨로 다소 생소한 이름의 젊은 건축가였다. 본 건축물은 컨테이너로 지어졌다. 흔히 해운업에 쓰이는 바로 그 컨테이너를 활용한 것으로 즉 컨테이너 건축인 것이다. 건축과 학생들은 한번 쯤은 상상해봄 직한 모듈건축의 현실화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컨테이너 건축이다. 나 또한 학생시절 프로젝트 삼아 모듈건축을 다뤄본 경험이 있었기에, 컨테이너 건축에 관심이 있었다. 또 최근 들어 컨테이너를 활용한 수준 높은 건축물들이 준공되곤 했기에,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플랫폼창동 61
건축물 이름의 61이 의미하는 것은 건축물에 사용된 컨테이너의 갯수이다. 창동역 광장 옆에 바로 위치하고 있는 본 건축물의 주요 용도는 문화시설이다. 공연장과 전시장이 있고, 그것을 보조하는 음식점 등의 시설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상의 특징과 역 바로 옆이라는 위치적 특징을 고려하면 플랫폼이라는 이름이 꽤나 어울리게 느껴진다.
처음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을 때 가장 인상깊은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원색으로 칠해진 컨테이너의 색상들이다. 다양한 색의 컨테이너 박스들이 자유롭게 쌓여 공간의 구성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공간 구성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지면에 닿은 일층 부분을 공영주차장으로 비워두었다는 점이다. 공간사람의 방송 중 건축가의 인터뷰에서도 언급되는 부분인데, 영상으로만 보았을 때에는 그 존재가 의문스러웠으나, 실제로 보니 건축물 주변 모두가 주차장임을 알 수 있었고 그것이 연장돼 건축물 하부로 들어오거나, 존재하던 주차장의 상부 공간을 활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주차장으로 사용된 1층의 지붕이 또다른 지면이 되어 2층부터 본격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위 사진의 계단을 오르면 2층에 다달으고 넓은 판이 펼쳐진다.
전체를 이루는 큰 구조는 철골조로 보였다.
2층의 바닥마감은 흔히 볼 수 있는 타일로 처리돼 있어 공중에 떠 있는 판으로 인식되지 않고 일반적인 거리로 보였고, 그 거리 사이에 컨테이너들이 이리저리 놓여 있는 느낌을 받았다.
컨테이너 사이사이는 마치 골목과도 같이 느껴졌고 골목을 지나면 넓은 공간이 나오면서 마치 도시를 거니는 느낌을 주는데, 이 부분 역시 공간사람의 영상을 통해 확인하면 건축가의 의도임을 알 수 있다.
컨테이너 주변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흔히 볼 수 있는 가로시설물들이어서 건축물이 아닌 도시로 읽히는 효과도 없지 않아 있는듯...
거대한 슬라브 판 위에 정말 컨테이너를 올려놓아서 구성했는지, 곳곳에 마감 높이를 맞추기 위한 데크 요소를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부분은 건축물을 치밀하게 구성하여 일체화시킨다면 단차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판을 완성하고 컨테이너를 앉히는 순서에 따른 이유인지, 디자인 의도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컨테이너들이 이리저리 방향을 틀면서 쌓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독특한 입면이 구성되었다.
컨테이너의 문을 열어 판을 내밀어 발코니를 만드는 등 하드웨어의 특징을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젠가를 쌓듯이 엇갈려 쌓아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은 모듈건축이기에 가능해지는 주요 디자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위 사진 컨테이너 사이의 빈공간을 또다른 컨테이너를 지붕삼아 골목을 만듦)
컨테이너를 기울여서 계단실로 만들어 이층에서 삼층으로 향하게끔 하였다. 수직 수평이 아닌 대각, 사선의 요소로 컨테이너를 쓴 점도 이 곳의 특징이다. 비록 바닥판 없이 벽과 지붕만 활용한 것이지만, 격자형으로만 놓아야 할 것처럼 보이는 요소를 나름 응용하여 비틀어서 표현한 결과이다.
삼층은 이층과 달리 바닥은 데크로 마감돼 있었고, 마감 높이 역시 컨테이너와 맞춰 단차가 없었다.
실내 공간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전시장으로 쓰이는 부분에서였는데, 특이점은 없이 일반 마감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컨테이너라 다소 천장고가 낮은 감이 있으나, 공간의 길이와 너비는 이어붙여 확장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공연장 부분은 확인은 못하였으나, 위에서 말한 확장가능성을 바탕으로 수직적으로도 높은 고를 만들어 구성했으리라 생각된다.
디테일한 부분들은 독특하거나 특이한 점은 없었다. 이층 바닥을 지면으로 인식하였기에 모든 배수는 이층 바닥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로 인해 이층에서 우수 선홈통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컨테이너와 컨테이너 사이의 연결부위는 두꺼운 실리콘으로 코킹 마감하였는데, 그것이 두텁고 거칠어 조금 아쉬웠다.
평철을 활용한 간단한 디테일의 난간.
플랫폼창동 61은 정말 학생 때 생각하던 모듈건축의 모습이 그대로 옮겨진 듯했다. 즉, 모듈 요소인 컨테이너가 서로 쌓이고 이어져 내부공간을 구성함과 동시에 서로 간격을 벌리거나 엇갈려 쌓여 테라스, 사이공간 등의 외부공간을 만드는 등 다양한 공간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진에서는 일부러 사용자를 피해 셔터를 눌렀기에 나타나지는 않으나, 실제로 답사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고, 주변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이름에서와 같이 문화적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따. 건축가가 머리로 하는 상상이 디자인적으로 기능적으로 많은 것들이 현실로 구현된 사례로 볼 수 있겠다.
커먼그라운드
플랫폼창동 61의 답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커먼그라운드를 들렀다. 커먼그라운드 역시 국내 컨테이너건축의 대표사례로 어반테이너의 작품이다. 이왕 컨테이너 건축을 답사한 김에 간단하게나마 두 건축물을 비교하기 위해 답사를 이었다. 커먼그라운드 역시 플랫폼창동 61과 마찬가지로 컨테이너를 쌓고 이어붙여 공간을 만든 구성방식은 같으나, 큰 개념은 달랐다.
플랫폼 창동은 지면 위의 공중데크위에 구성해, 사이공간 등의 외부공간에 집중했다면 커먼그라운드는 지면 위 바로 쌓았고, 큰 덩어리를 구성하고 남은 외부공간을 제외하면 사이공간 요소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쌓는 방식도 컨테이너 위에 컨테이너를 바로 쌓기를 기본으로 하였고, 엇갈려 쌓거나 벌려서 쌓는 경우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컨테이너의 상부를 덜쌓아 다른 컨테이너 앞의 발코니를 만드는 식의 외부공간을 구성하긴 한다.
실내 공간의 마감은 합판, 메쉬 망등 다양한 요소가 쓰였고, 통일감 있는 디자인으로 전체를 구성하고 있었다.
컨테이너라는 동일한 요소를 사용한 두 건축물이나, 그것이 지닌 프로그램의 차이(플랫폼창동61은 문화시설, 커먼그라운드는 상업시설이다)와 위치적 차이 등에 의해 묘하게 다른 느낌의 결과물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컨테이너 활용에 대해서만 비교하자면 플랫폼창동 61은 엇갈리고 사이를 벌리는 응용에 집중한 디자인, 커먼그라운드는 정형적인 쌓기를 농해 내부 공간의 볼륨에 집중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컨테이너 건축이라는 약간은 정석이 아닌 독특한 건축 분야에 대한 좋은 경험이었던 두 건축의 답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