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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한옥의 다양한 형태
-건축세계 Archiworld 2016년 02월호-
스케치를 좋아하는 건축가 박정연
2016.10.13

경북 한옥의 다양한 형태

​"삶을 담아내는 변주곡"

 

필자는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변주곡(Variations on a Rococo Theme Op.33)을 좋아한다. 1876년 작곡된 이 곡은 첼로와 실내악단을 위한 것으로 주제선율과 7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첼리스트 피첸하겐을 위해 작곡되었으며, 그의 제안을 많이 받아들여 독주부를 만들었고 심지어 그에 의해 임의로 변경된 부분도 있다는 사연을 가진 곡이다.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주제선율은 전원을 산책하는 듯 한 느낌을 주며 시작되고, 다른 악기들과 선율을 주고받으며 종종걸음으로 뛰다가도 아주 여유 있고 느린걸음으로 바뀌기도 한다. 첼로가 갖는 음역을 아주 폭넓게 사용하며 묵직한 첼로특유의 음색을 들려주다가도, 지판위에서 현란한 독주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경상북도 지역의 한옥은 기본적으로 자형 배치를 가진다. 물론 인접하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자형 배치를 가진 가옥이 다수 존재하며, 경북지역에도 건물 한 동만 별개로 존재하거나 여러 건물들이 분산되어 배치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상북도 지역에 위치한 한옥 중 많은 비율의 가옥이 자형 배치라는 주제곡을 가지고, 각각 주인의 생각과 삶의 모습에 맞추어 조금씩 변형되고 덧붙여지며 다양한 변주곡이 되고 있다. 작은 규모와 단순한 형태의 자형 가옥부터 아흔 아홉 칸의 규모를 자랑했던 복잡한 형태의 가옥까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 청송 청송읍 청운동성천댁 -


 

조선 고종 때 행장능참봉을 지낸 임춘섭이 살았던 집이며,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문화재 172호로 지정된 가옥이다. 한옥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가옥들 위주로 살펴보면 좋다. 그만큼 의미가 있거나 독특한 공간을 가진 가옥을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측면이 3칸에 지나지 않는 이 작은 한옥은 어떤 이유로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을까.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안마당을 가진 한 칸 뜰집, 자형 한옥의 가장 근간이 되는 집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높이 사는 것이 아닐까.


 

 

초가로 이루어진 대문을 들어서면 3x3칸을 기준으로 한 칸이 덧붙여진 성천댁을 마주하게 된다. 이 공간에 사랑방과 안방, 대청과 부엌, 마굿간, 창고가 자리잡고 있으니 국내에서 가장 밀도있게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가옥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자형 가옥의 형태는 외부인이 침입했을 경우 방어를 하거나, 산지가 많은 경상북도 지역의 특성상 겨울에 강한 추위가 있을때 가족들은 물론 가축들까지도 온기를 함께 할 수 있어 유리한 형태가 된다.

 

한옥은 처마를 가지고 있다. 건물의 벽에서 1미터 전후의 처마가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안마당의 넓이보다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면적은 더 작아지게 된다. 성천댁에서는 이 폭이 채 60cm도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처럼 면적은 작지만 부엌쪽 지붕높이와 대청의 지붕높이가 차이를 가지기 때문에 대청으로는 많은 자연광이 유입되게 된다. 풍수와 자연의 기운을 읽으시는 분들은 하늘의 기운이 내려오다가 지붕 사이의 작은 틈으로 모여서 떨어지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가 전해진다고 이야기하며, 아들을 낳고자 하는 분들이 성천댁에서 묵고 가면 아들을 잉태하게 된다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이러한 사연을 가지기도 한 성천댁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공간을 가진 자형 한옥의 근간이 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상주 낙동면 양진당 -

 


 

상주 양진당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가옥이다. 중요민속문화재보다도 격이 높은 보물로 지정된 것은 가옥이 특별하고 가치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양진당은 위에서 내려다볼때 자형으로 만들어진 가옥이며, 앞서 살펴본 성천댁이 3x3칸의 규모라고 하면 양진당은 정면 9x측면 7칸 규모를 가졌기에 훨씬 규모가 커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08년에 보물로 승격되기 이전에는 가옥의 전면부가 없어서 자형을 하고 있었으나, 전면부를 추가로 만들어 원래 자형으로 복원되었다.

 

양진당은 검간(黔澗) 조정(趙靖)1626년 안동의 천전동에 있던 가옥을 옮겨 지은 것이며, 현재까지 풍양조씨 장천파 문중에서 관리해오고 있는 가옥이다. 조정은 1592년부터 1597년까지 임진왜란을 자세히 기록한 임진란기록을 썼으며, 양진당 인근에 오작당이라는 가옥을 짓기도 했다. 자형으로 구성된 가옥이 필요한 공간이 늘어나게 되면 양진당처럼 안마당이 넓게 계획되어지며, 전면과 측면의 규모를 늘리게 된다. 이처럼 자형 구성이 크게 확대되는 형태로 안동 서후면의 재사건물을 들 수 있는데, 재사는 묘와 가까운 곳에서 묘제를 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축물로 문중의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방과 넓은 누각이 요구된 경우이다. 안동김씨 태장재사는 튼(자의 모서리 부분이 연결되지 않은 형태)로 배치되어있는데, 방은 전면 9, 누각은 전면 7칸이나 된다. 안동권씨 능동재사와 숭실재 역시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를 가지는데 이 건물들의 마루와 누각은 100여명이 족히 앉을 수 있는 넓이를 가졌다.

 

양진당이 가지는 특징으로는 건물을 땅에서 약 1m정도 높여서 지었다는 것인데, 뜨거운 여름의 지열이 덜 전달되도록 하는 남방식 가옥의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낙동강과 가까운 저지대에 위치해 하천이 범람하는 경우 가옥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한옥의 경우 디딤돌에서 툇마루로 오를 수 있으나 이곳 양진당의 경우 계단을 통해 올라야 툇마루에 오를 수 있는 높이를 가졌다.

 

    

- 봉화 봉화읍 해저리 만회고택 -


 

해저 만회고택은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문화재 169호로 지정되었다. 조선 후기 순조30(1830)에 급제한 후 우부승지를 지낸 문신 김건수가 살던 집이며, 3.1운동 직후 유림들이 심산 김창숙을 중심으로 이 가옥에서 모여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제출한 독립청원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성천댁에서 양진당으로의 발전이 악곡의 연주시간을 늘리거나, 빠르기를 바꾼 정도라면, 지금부터 소개할 가옥들은 기교가 더해지고 독특한 표현이 추가된 변주곡이라 할 수 있다. 봉화군에는 만회고택보다 더 잘 알려진 만산고택이라는 가옥이 있는데, 그 가옥이 아닌 만회고택을 소개하려는 이유는 만산고택에 비해 조금 더 독특한 배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형 안채에 자형 건물이 연결되어 자형 건물을 만들며, 여기에 T자형의 사랑채가 더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더해졌다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건립당시부터 이러한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건물이 추가된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문간채도 갖춘 큰 규모의 가옥이었다고 하는데, 자형 가옥에서 전면부가 확장되어 큰 규모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필요한 공간을 갖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건축법이 있듯이 조선시대에도 건축관련 규범이 있었는데, 대표적인 내용으로는 세벌대 기단은 궁궐에만 사용하고 일반 건축물에는 두벌대 기단을 사용해야 하며, 두리기둥(둥근기둥)은 사치스러우니 이 또한 궁궐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규범이 강하게 적용되지 않던 시대에 짓거나, 규제를 당하더라도 자신의 부와 권력을 내세워 자신의 가옥을 멋스럽게 짓고자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만회고택은 육면체로 다듬지 않은 자연석이어서 세벌대 기단이라 명확하게 부를 수는 없지만 사랑채 부분은 세벌대에 해당하는 높이를 가진 기단에 세워졌으며, 두리기둥도 다수 사용되었다. 청풍헌이라 이름붙여진 사랑채는 전면에 누각을 가지고 있는데, 누각은 구들을 들일 수 없어서 겨울철에는 추운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곳에서는 누각도 창호지를 바른 문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회고택의 누각은 나무 판문을 설치하여 실용성을 높였다. 여름철에는 문을 다 열어둔 채로 생활하고, 겨울에는 사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 캄캄하더라도 문을 닫은채로 둘 수 있도록 말이다.  

 

    

- 예천권씨 초간종택 및 별당 -


 

초간종택은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가옥이며, 특별히 별당은 보물로 먼저 지정되었다. 이 가옥은 임진왜란 이전에 건축된 것으로 조선 중기 문신인 초간 권문해(1534-1591)선생의 할아버지 권오상 선생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필자가 이 가옥을 소개하는 이유는 가옥과 관련된 문화재 지정 표지석만 5개인데다, 주위를 둘러보면 반달모양의 뒷산과 좌청룡 백마산, 우백호 아미산을 가진 대단한 명당임이 명확히 느껴지며, 가옥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만 보아도 대단한 가옥 일듯 한 생각이 들기 때문만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만회고택이 자형 구성에서 사랑채가 일부 확장되었다고 한다면, 이 가옥은 별당(사랑채)자형 구성에서 완전히 분리된 후 필요에 의해 일부가 연결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형식으로 보아 별당이라고 불리는 부분이 사랑채라고 이해할 수도 있는데, 가옥 본채에 사랑방을 지니고 있으며, 이곳은 생활공간이라기보다는 가옥의 상징적인 공간이자 강학공간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별당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한옥은 완만한 경사지에 건립되는 경우 가옥의 전면이 낮고 안방 부분이 높아서 자형 가옥의 좌우익랑에서 그만큼의 경사를 극복해주어야 한다. 때문에 하부는 부엌과 아궁이가 있어 밥을짓고 구들에 불을 지필 수 있도록 하고, 상부는 안방에서 이어지는 수납공간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종종 살펴볼 수 있다. 초간종택이 자리잡은 대지도 완만한 경사를 가지고 있기에 안방을 기준으로 하면 가옥 전면은 2층높이에 해당하게 된다. 이 높이는 별당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복층의 구성이 형성되게 하였다. 다른 한옥에서 보여지는 복층구성이 합리적인 수준의 소극적인 형태라 한다면, 이 가옥의 복층구성은 대단히 적극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별당 후면에서 안채의 측면으로 이어지는 동선 또한 재미있다. 협문이 만들어져서 외부공간끼리 서로 이어주고 있는 한편, 협문과 본채 사이에 판문이 만들어져서 별당에서 계단을 오른 후 파만자난간(자가 깨어진 형태의 난간)을 가진 툇마루로 연결된 동선이 이어진다. 이러한 구성은 별당이나 사랑방에서 기거하던 바깥주인이 안주인이 기거하는 방에 조용히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주며, 안사랑채에서 별당으로 이동하는 동선이 되기도 한다. 유사한 경우를 사랑채가 자형 본채와 별도로 자리 잡은 가옥에서 가끔 살펴볼 수 있는데, 초간종택처럼 신을 신었을 때와 벗었을 때 모두 접근 가능한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다.

 

    

- 경주 양동 향단 -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한 경주의 양동마을은 물()자 지형의 명당에 150여채의 가옥들이 자리잡았다.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가 경쟁하듯 서로의 가문을 견제하며 하나씩 건물을 지었다고 하며, 찬성공 이번이 손소의 사위가 되면서 이 마을에 자리잡았고 우재 손중돈과 회재 이언적 등 많은 인물을 배출하기도 한 곳이다. 향단을 설명하기에 앞서 향단과 대응할만한 손씨 가문의 가옥은 관가정인데, 1491년 손중돈이 건립하였고 작은 안마당을 가진 자형의 가옥에 전면의 사랑채 부분이 연장된 형태를 가지고 있다.

 

회재 이언적은 예조판서를 지내다가 노모 봉양을 이유로 사직하고 경상도 관찰사로 부임한다. 이때 중종이 노모를 모실 향단을 건립하도록 하사했으며 건립당시에는 99칸 규모였으며, 현재는 51칸이 남아있다. 행랑채와 본채의 처마 끝선이 일치할 정도로 가까이 배치되었지만 경사지에 건축되었기 때문에 답답한 공간이 아닌 행랑채 지붕 위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구성을 가진다. 가옥에서 쉽게 살펴보기 어려운 높이의 기단이 있기 때문에 학자에 따라서 향단은 과거에 절집이 있던 위치에 세워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향단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 형태로 평면이 만들어져서 두 개의 안마당을 갖는다는 점이다. (공간구성으로 보자면 월()자에 비슷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비슷한 배치를 화성시 서신면 정용채가옥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이곳은 향단에 비하면 안마당의 규모가 큰 편이며 지형을 고려하여 확장된 형태로 보이며, 향단은 노모가 가옥을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적고 마을에서 안방이 훤히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공간을 구성하면서 현재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자형 구성에서 발전하여 두 번 이상 반복되며 건물이 더해지는 모습을 여러 가옥에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사용자를 위해 공간을 구성하거나, 사용하는 과정에서 공간이 추가로 필요하여 덧붙여지는 등의 경우는 자형 구성에서 보다 독특한 형태로 건물이 추가되기도 한다.

 

    

- 안동 임청각 -


 

임청각은 답사할때마다 너무 멋스럽다고 느끼지만 그만큼 안타까운 느낌을 갖게하는 가옥이다. 이렇게 멋진 가옥 전면에 철길이 지나고, 화물열차들이 지나기 때문에 붉은 철가루가 쌓여 기와지붕이 붉게 보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상해 임시정부를 이끌며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이 태어난 곳이며, 외손이며 조선 말 좌의정을 지낸 문헌공 류후로(1798-1876)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일제시대에 이 가옥 군자정의 우물이 내려다보이는 방에서 3명의 위인이 태어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그 기운을 막기 위해 일제가 가옥 전면에 철도를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99칸에 달하던 가옥의 절반가량이 훼손되었으며, 임하댐 건설로 인해 유유히 흐르던 낙동강 물줄기도 아름다움을 잃었다. 나라를 구하려 노력한 이의 가옥 앞으로 조선의 물자를 일본으로 빼돌리는 열차가 지나게 했다니, 후손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안타까워해야 할 사실이다.




 

이 가옥을 다섯 번째로 소개하는 이유는 일()자와 월()자가 합쳐셔 용()자형 가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의 해와 달을 지상으로 불러들여 천지의 정기를 하나로 화합시키는 의미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3개의 안마당과 여러 외부공간이 형성되게 되며 남녀별, 계층별로 구분되어 공간을 사용하게 된다. 경사지형 위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러한 공간구분이 보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된다. 앞서 소개한 향단에서는 유사한 크기의 안마당이 두 개 형성된 데 비해, 임청각에서는 남북으로 긴 마당, 정방형의 마당, 동서로 긴 마당이 형성되고 있다. 동서로 긴 마당은 향단의 경우와 유사하게 본채와 행랑채간의 마당이기 때문에 기단에 의한 단차가 있어서 비교적 밝고 넓게 느껴지며, 남북으로 긴 마당은 비교적 폐쇄성이 강한 공간으로 느껴진다.

    

 

- 안동 의성김씨종택 -


 

이 가옥은 권력의 부조리에 정면으로 맞서 고발하는 기백 때문에 세 번이나 체포영장을 받았다는 이야기로 유명한데, 이러한 정직함의 댓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영광으로 알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기운이 가옥을 진입하면서부터 느껴지는 듯 하다.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는 바다 옆보다는 강 옆에 사는 것이 낫고, 강 옆보다는 냇가에서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서술되어 있다. 의성김씨 종택은 반변천이라는 내가 흐르는 내앞마을에 자리잡고 있기에 좋은 입지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인근에 귀봉종택, 추파고택, 제산종택 등 여러 문화재 한옥들이 자리잡고 있다.




 

의성김씨 종택에서는 청계 김진(1500~1580)을 중시조로 모시는데, 청계 선생의 다섯아들이 모두 과거에 합격하고 와자등과택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다섯 아들 모두 학행이 뛰어난 선비로서 각각 일가를 이루었는데, 약봉 김극일, 귀봉 김수일, 운암 김명일, 학봉 김성일, 남악 김복일이 다섯 아들이며 첫째 아들은 종택에서 살았고, 귀봉종택, 운암종택, 학봉종택, 남악종택 모두 현존하며 문화재로 지정을 받은 가옥이기에 이 다섯형제를 배출한 청계 선생의 자부심과 권위를 짐작하고도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가옥들 중 의성김씨종택을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이유는 가장 복잡한 구성과 큰 규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자형을 기본으로 하는 구성이 또다른 자형 건물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대문이 별도로 없는 담장을 지나면 사랑채와 강당이 연장되어진 외곽의 자형 건물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행랑채에 만들어진 문을 통해 안마당으로 진입하면 내부에 또다른 자형 건물이 갖추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내부의 안채 대청에도 특별한점이 있다. 보통의 경우는 기둥을 전면에 하나, 벽이 만들어지는 후면에 하나를 갖추는데, 이곳에서는 2개씩 쌍을 이루어 기둥이 세워져 있다. 과거에 작은 공간이었다가 처마가 덧붙여져서 기둥이 새로 생겼을 경우일 수도 있고, 초기부터 구조적으로 안정되도록 구성했던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대청 바닥에서 높이차를 두어 만든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는 하나의 대청 내에서도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나누어 앉고 위계를 형성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이제까지 경상북도 한옥의 기본적인 구성이라 할 수 있는 자형을 토대로 여러 한옥들이 다양하게 변해가는 것을 살펴보았다. 건물을 똑같이 만들더라도 누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다른 공간이 되기 때문에, 한옥은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해 보이기에 모두가 그저 비슷한 한옥이라고 생각한다면 몇몇 한옥을 답사하고 흥미를 잃어버리기 쉽지만, 각각의 한옥이 어떠한 삶을 담아냈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바뀌고 덧붙여졌는지를 찾아내보려 한다면 한옥을 살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옥이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변화하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관련링크]

경북 한옥의 다양한 형태 - 삶을 담아내는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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