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젊은 건축가
BUS Architecture 조성학, 박지현 건축가
글. 에이플래폼 한성주
사진. 에이플래폼 최대원
BUS라. 이름이 독특합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박지현 B.U.S 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이름이에요. 첫 번째는, 말 그대로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라는 의미입니다. 저희 클라이언트들도 많이 얘기하시는 부분인데, 건축가라고 하면 다가가기 어렵고 소통이 힘들다는 인상이 강해요. 그래서 저희는 젊고 소통의식이 열려있고 같이 고민할 수 있다는 의미의 접점으로 버스라는 친근한 단어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뜻은 `By Undefined Scale` 이라는 말의 약자로, 규정되지 않은 출발점이라는 뜻이에요. 저희는 건축을 기본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브랜딩이나 가구, 영상 등 디자인 팀들과 협업도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의 작업을 물리적인 구축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도달하는 과정도 디자인 하려는 규정되지 않은 실험 의지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사무실이 아늑하고 좋습니다.
박지현 저희가 한옥 같은 전통공간을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사무실을 옮길 때 한옥을 찾는 것이 목표였어요. 일하면서 틈틈이 부동산 돌아다니며 어렵게 찾았죠. 실제로 지금 여기서 거주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어디에서 근무하셨고, 어떻게 함께 모여 독립을 하게 되었나요?
박지현 저는 ‘매니페스토’라는 사무소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그 회사의 철학이 `From the spoon to the city`에요. 실제로 숟가락부터 도시까지 디자인을 해요. 학생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당시 건축회사들이 너무 고지식하고 조직적으로 보수적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꼭 건축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찾다가 매니페스토를 알게 되었고 그 곳에서 약 2년정도 일을 했죠. 엄청 고생도 했지만 정말 즐겁게 일했어요. 이후 제가 친구들과 모여 일을 하게 되었을 때는 그 분들도 많이 격려를 해주셨고, 지금도 같이 작업을 하는 것들이 있어요.
<박지현 건축가. BUS Architecture>
조성학 저는 이태원에 있는 ‘스튜디오 케이웍스’라는 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이 회사는 세 명의 건축가가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면서 각자의 회사를 하나씩 운영하는 곳이에요. 제 성향에 있어서, 일할 때 수평적인 관계에서 편하게 일하는 것이 엄청 중요했는데, 그런 점들을 볼 수 있었던 회사였어요. 저희가 일하고 있으면 세 분이 웃고 떠드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부럽더라고요. 거기서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친구들이랑 같이 일하면 저런 모습이겠구나`라는 청사진을 그리기도 했어요.
쉽지 않았을텐데. 시작을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예전에 같이 일했던 이병엽 건축가를 포함해서 우리 세명 모두 대학동기다 보니 정말 친해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부터 작업실도 같이 쓰고 공모전이나 공동작업을 많이 하면서 나중에 같이 독립하자는 의지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셋이 각자 회사를 다니던 때에 첫 프로젝트가 운 좋게도 이병엽 건축가를 통해서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주말에 다같이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계속 이렇게 하기에는 진전이 없을 것 같았고, 또 이 프로젝트가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독립을 하게 되었죠.
첫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것이 기억에 남나요?
조성학 처음으로 했던 것이 오솔집이라는 프로젝트였는데 지인의 소개로 시작했어요. 근데 저희는 아직 포트폴리오가 없었고 실력을 검증하지 못한 단계였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계약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남들과는 다른 발표를 준비한다던가, 모형을 만들기도 하고, 직접 땅에 가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원래 다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보다 더 열성적으로 했죠. 파주 글램핑 프로젝트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을 했어요. 건축주는 자기 집 뒷산에 캠핑장 컨셉의 카페를 만들고 싶어하셨어요. 이분은 저희 말고도 다른 건축가들도 여럿 찾아 다니셨는데 다들 숲을 밀어버리고 평지로 만들자는 둥 자기 꿈에 공감을 못해주셨대요.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저희에게 오셨고, 마음이 잘 맞아 저희와 일을 하게 되었죠. 나중에 들어보니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모습에 흔들렸다고 하시더라고요.
<파주 글램핑&카페 HARU, ⓒ노경>
젊은 건축사무소임에도 다양한 작업을 하며 국내외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었습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박지현 사실 저희 클라이언트들은 대부분 30대예요. 그 분들이 저희랑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저희가 소통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하고 있는 작업들을 밴드 같은 SNS를 통해서 건축주분들과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든요.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 클라이언트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꾸준히 대화하고, 또 그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 지금까지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 프로젝트를 끝내면 건축주와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는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 집의 시작부터 완공까지의 기록을 책자로 제공하고 있어요. 사실 도면은 건축주가 보기에는 재미없는 기호일 뿐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집의 이야기를 담긴 책자를 받으면 건축주분들이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조성학 초반에는 의뢰가 들어온 프로젝트들을 모두 저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들이는 시간이 엄청 많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저희도 조금씩 숙련이 되다 보니까 프로젝트 의뢰건마다 건축적 가능성이 구분되어 보이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래서 이제는 가능성이 보이는 프로젝트를 골라 선택과 집중을 하는 편이죠. 그러면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는 확률도 조금씩 높아지고, 양질의 프로젝트들도 점점 쌓이는 것 같아요
5월에 에이플래폼과 함께 진행하는 <집 짓는 이야기>는 어떤 행사인가요?
조성학 저희 클라이언트들의 연령대가 주로 30대고, 집 짓는 과정이 점점 변화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예전과 달리 이분들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뚜렷해요. 그리고 자기가 사는 곳에 대한 관심이 많고, 본인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익도 함께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있길 원하세요. 얼마 전에 완공했던 양평의 Brisa가 대표적인 예죠. 스테이크 레스토랑 겸 휴식을 위한 집으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분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진짜 이득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름을 ‘맺을 (계)’ ‘이로울 (이)’ ‘얻을 (득)’이라는 한자를 써서 <계이득 하우스>로 짓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본인의 삶을 고민하고 있고 그것을 또 성공해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동시에 우리가 이런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자 라는 취지에서 에이플래폼의 <집 짓는 이야기>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박지현 또 큰 기업들이 본인의 것들을 브랜딩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스몰 비지니스에서는 굉장히 치열한 일이에요. 특히 이런 지역기반의 비즈니스에서는요.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내가 이 가게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저희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함께 만들고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죠.
<좌: 효창동 첫 집 / 우: 파주 글램핑&카페, ⓒ노경>
<좌: 바위집 / 우: 오솔집, ⓒ노경>
B.U.S만의 건축철학 그리고 이상적으로 그리는 B.U.S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박지현 저희 작업들이 대부분 직관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저희의 초기 작업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오솔집은 팩맨이라는 컨셉으로 작업을 했고, 파주 글램핑장 같은 경우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라는 컨셉으로 진행했어요. 저희는 사실 국내 건축 분위기가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을 보면 젊은 건축가들이 굉장히 독특하고 재미있는 생각으로 도시의 공공적인 영역을 다루기도 하면서 좋은 건축을 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그 선을 넘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그런 분위기가 저희에게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는 젊은 건축가들의 그런 아이디어들이 충분히 깊이 있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도 그런 식으로 작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축물 자체가 결과물로서만 보이는 것 보다는 과정까지도 디자인 하는 것에 많이 집중을 해요. 사실 저희는 직원들이랑 다같이 사이트로 워크샵도 많이 가요. 워크샵 때 쓸려고 얼마 전에 텐트도 샀어요. 저번에 땅을 어떻게 경험할지 고민을 하다가 그 땅에서 자고 오자라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빼도 박도 못하게 아예 텐트를 사자 해서 이번 워크샵 이름을 빼박 텐트로 정했어요.
조성학 저희는 늘 정기적으로 서로에게 인터뷰를 해요. 서로에게 또는 회사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지로 만들고 인터뷰를 하는데 늘 철학부분에서 애매하게 끝나요. (웃음) 항상 왜 그럴까 생각을 하는데, 각자마다 색깔과 생각이 있고, 그걸 강압적으로 통일하자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무언가를 바꾸자’, `우리 철학을 지키자’라는 취지로 회사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함께 작업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그것의 연장선으로 같이 돈 벌면서 재미있게 살자는 의미에서 사무실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철학이 규정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건축과 더불어 진행하는 브랜딩 작업. HARU>
그렇다면 B.U.S는 0부터 10까지 중 어디쯤 왔다고 볼 수 있을까요?
박지현 10 입니다! 10인데 앞으로 30을 만들 거예요! 일단 저희가 이 일을 즐기는 것이 주된 목표였는데 이미 여기를 놀이터처럼 여기면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10에 도달했다고 생각해요. 또 이런 태도를 가지고 계이득 하우스나 앞으로 하려는 일들을 계속 해나가면 쭉 10이지 않을까요.
조성학 저도 10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 10이 어떤 10이냐는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을 빨간 10이라고 한다면 나중에는 다른 10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우리의 색깔이 조금씩 바뀌는 것일 뿐이지 그 완벽도는 계속 10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건축 이외에도 영상과 소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리고 추가로 더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지현 저희는 건축가들에게 있어 앞으로 이런 것들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이제 건축만 해서는 생존하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저희는 굉장히 젊잖아요. 저희 같은 젊은 건축가들은 기성세대들이 하지 못하는 것들을 좀더 민첩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또 그런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을 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분야들을 건축과 분리해서 생각하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일부러 이런 태도를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저희가 회사문화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최근에 직원들을 데리고 한 달에 한번씩 마을버스라는 행사를 하고 있어요. 건축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회사들로 답사를 가는 거예요. 첫 번째로는 배달의 민족 창립 디자이너를 만나서 그 회사 문화 이야기를 듣고, 지난번에는 쉐어 스토어(share store)로 유명한 어쩌다 가게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래서 올해의 주제는 마을버스로 정했어요. 다른 회사 가서 서로 문화교류도 하고, 그들의 디자인 방법론이나 회사 문화를 듣는 경험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같이 긍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조만간 에이플래폼 사무실에도 마을버스가 찾아가겠습니다.
조성학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를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비유애서가(BUS오피스) 2호점, 3호점도 고민하고 있고요. 건축 뿐만 아니라 이외의 활동을 통해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추구 하고 있어요.
향후 B.U.S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박지현 단기적인 계획을 말하자면, 저희가 남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저희에게 굉장히 특별한 프로젝트에요. 브랜드와 건축서비스를 같이 하고, 또 완성했을 때 후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요. 건축주분들이 엄청 독특하세요. 30대인데 남해에 귀촌해서 아이들과 살면서 본인들의 집을 주거공간 겸 스테이로 이용하려고 하세요. 저희는 이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여 좋은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어요. 올해의 목표는 브랜드와 건축을 함께하는 작업에 전문화된 회사로서 저희의 결과물들을 완성도 있게 한 단계 더 높이고 싶어요.
조성학 직원이 최대 8명까지 있는 회사가 되면 좋겠어요. 그 외의 장기적인 목표를 딱 정해놓지는 않았어요. 그걸 설정해버리면 그것만 쫓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저희는 중간에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걸 할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계획을 계속 세우려고 해요. 이렇게 단기적인 목표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B.U.S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박지현 저희는 이런 회사의 문화를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작은 회사일 때는 이런 문화를 오래 유지하기가 쉬운데 회사가 커질수록 그러기가 어렵잖아요. 저희가 마을버스로 찾아갔던 배달의 민족도 스타트업에서 1000명이 넘는 회사로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의 문화를 잘 유지하고 있잖아요. 저희는 그럴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저희도 이런 회사의 문화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함께 소통하고 다같이 모여서 디자인하고 한 달에 한번씩 마을버스하고. 이런 것들을 BUS의 문화로서 오랫동안 간직하고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요.
BUS Architecture
대표 : 박지현, 조성학
대표전화 : 02-725-9900
이메일 : jhpark@studio-bus.com
홈페이지 : www.bus-architecture.com/
무단전재 및 복사금지
ⓒ에이플래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