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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입에 오르던 2017년 추석의 길고 긴 연휴가 지났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긴 연휴를 그저 넘겨버리기에 아쉬워 가족여행을 계획했고, 스위스로 떠났다.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여행이라 설레는 것도 있었으나, 오랜만에 떠나는 유럽여행이기도 했기에 수준 높은 유럽 건축도 볼 생각 덕분에 더욱 설레었다. 가족들의 양해를 구하고 몇 가지 건축물의 답사를 여행 일정에 포함시켰고,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비중을 두었던 답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롱샹성당
답사지는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의 후반기 대표작인 '롱샹 성당'. 롱샹 성당은 프랑스 외곽의 롱샹이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성당이다. 위치상으로 파리보다 스위스의 바젤에서 더 가깝기 때문에 이번 스위스 여행을 통해 답사할 수 있게 되었다. 파리에 비해서는 가깝기는 하지만 바젤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이고, 대중교통으로는 더욱 접근이 힘든 곳이 바로 롱샹이다.
차를 렌트하여 여행을 시작했기에 다른 번거로움 없이 롱샹에 다다를 수 있었고, 오픈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아무도 없는 롱샹성당을 둘러볼 수 있었다.
주차장을 차를 세운 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티케팅을 하면 롱샹성당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데, 인포메이션 센터 너머로 언덕 위 롱샹성당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며,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롱샹성당 (위 사진)
오픈 시각까지 30분가량을 기다린 끝에 롱샹성당에 들어설 수 있었다.
외부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면 정상에 성당이 오롯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책으로만, 사진으로만 보던 모습 그대로였고, 답사 당시 비가 내린 덕에 더욱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합리성과 기능성에 기반을 둔 현대 건축의 기본 틀을 구축했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이지만 그의 후반기 작업들은 굉장히 조형적이다. 그 대표작이 바로 롱샹성당인데, 그만큼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조형물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사진으로 보던 그 모습보다 더욱 조형성이 강하게 느껴졌지만, 차분한 분위기 덕인지 불안하지 않고 편안한 느낌이 더 강했다.
비행기 날개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가벼운 지붕은 성당 전체가 이루는 조형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인 듯싶었다. 전체적인 비중으로 따지면 무겁게 느껴져야 하나 유연한 형태 덕분에 가볍게 느껴졌다.
대규모의 순례자를 받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외부 예배 공간 역시 외벽을 배경 삼아 구성하였는데, 인위적인 요소보다는 자연스럽게 건축물에 녹아든 느낌이 강하다.
배면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마치 몬드리안의 구성과 같이 자유롭게 창을 둔 입면과 매달린 계단을 볼 수 있었다. 계단의 단 처리와 간결한 구조체의 처리, 그리고 철골을 활용한 난간의 디테일 등이 지금의 기준으로 보아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건축물과 일체화된 첨탑의 뒷면에도 자유로운 창이 있고, 특유의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담는 홈통은 정말 비가 내린 덕에 정말 우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곳곳의 건축 요소들은 건물이라기보다는 조형물로 보였다.
건축물의 외벽의 창 요소는 내부로의 빛의 유입을 고려한 디자인들로 보였는데, 실제로 실내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바로 확인하였다.
실내
실내에서는 가장 유명한 장면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색으로 채색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이 사선으로 깎인 벽을 따라 은은하게 퍼져 유입되고 있었다. 외부까지 합치면 1M 가까이 되는 두께의 벽은 이와 같은 효과를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첨탑 내 공간도 은은한 빛이 떨어져 매우 환상적이었다.
실내의 공간은 오직 빛으로만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외벽의 두께를 늘리고 첨탑의 빛은 벽을 타고 한참을 흐른 뒤 드러내고, 창에는 비스듬한 루버를 두어 거르는 등 의도적으로 직접적인 빛은 자제하였음을 건축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외부로 나와 둘러본 롱샹 성당.
르 코르뷔지에 의 회화로 장식된 메인 출입구(위 사진)
곳곳에 세월의 흔적은 느껴지나 그 품격과 존재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멀리서 바라본 롱샹성당.
잘 가꿔진 풀밭 위에 놓인 롱샹성당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인 듯.
마무리
롱샹 성당을 가기 전의 마음은 보기 힘든 건축물인 만큼 조목조목 뜯어보고 와야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건축물을 접한 순간은 그런 다짐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건물보다는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랄까... 가장 크게 느껴진 점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그것이 엄청난 퀄리티이거나 고급스러워서가 아니라, 건축가가 마치 그림을 그려내듯이 건축물을 다룬 능수능란함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라의 후반기 작품인 만큼 그가 쌓은 경험치와 연륜이 담겨 있는 작품이 바로 롱샹 성당이다.
항상 건축답사 포스팅을 남길 때, [현대건축답사]라는 말머리를 달고 있는데,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코르뷔지에 의 작품을 포스팅하면서 진정으로 어울리는 말머리를 달게 된 기분이다.
추가 답사
첫 사진에 등장하는 인포메이션 센터와 사무실 영역은 현업 건축가인 렌조 피아노에 의해 설계되었다. 실제로 롱샹성당의 입장권을 끊으면 신축 건축물의 일부를 관람할 수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전체적인 건축물은 롱샹성당을 배려해 지하로 계획돼 있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노출 콘크리트와 철골, 유리로 구성된 간단한 건축물이나, 쓰인 디테일이 훌륭하다. 과거의 걸작 앞에 현대 건축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건축물이 놓여있는 매우 흥미로운 구도이다.
공개되는 예배당에는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가구가 놓여 있다.
철골로 만든 종탑도 건축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르코르뷔지에라는 거장의 건축물 앞에 자신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겠으나,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잘 지어진 건축물의 수준을 보면서 마냥 부러웠다.
해당 건축이야기 관련 ‘건축가’
해당 건축이야기 관련 ‘자재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