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환기는 중요하다.
환기는 말 그대로 공기를 교환하는 것이다. 실내의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고, 바깥의 공기를 들이는 것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창문을 여는 것이 두려워지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환기는 중요하다.
인류는 개폐 가능한 창을 만들기 위해 몇 백 년, 몇 천 년을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환기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과거에는 건축물 자체가 기밀하지 않아 문을 닫아두어도 늘 공기의 흐름이 존재했다. 게다가 과거 체감 가능한 오염된 실내공기라는 것은 요리 냄새 정도였다. 이것에도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껴 17세기 유럽의 한 건축가는 부엌을 집 밖으로 빼자고 주장하기도 했고, 우리 주택에서의 부엌은 실제로 다른 실내 공간들과 통하지 않았다. 20세기 들어 환풍기가 발명되고서야 주방의 위치는 안정되었고, 지금도 요리 냄새의 처리는 환풍기에 꽤 의존한다.
하지만 현재 밝혀진 실내 공기의 오염원은 매우 다양하다. 각종 건축자재에 사용된 휘발성 유기화합물, 우리 호흡을 통해 나오는 이산화탄소, 각종 먼지들과 최근 천연재료에서 나오는 라돈과 같은 휘발성 물질들까지도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게다가 건축기술이 발달하고 단열이 점점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벽은 두꺼워졌고, 창과 문은 기밀해졌다. 도무지 공기가 통할 틈이 없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창을 열지 않으면 환기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세먼지 때문에 환기를 하지 않을 경우 실내 공기는 더욱 악화된다. 다른 오염이 없더라도 사람에겐 호흡을 위해 시간당 약 30㎥의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 공기청정기는 기계 주변의 공기만 정화할 뿐이고, 바깥공기가 아무리 좋지 않다 해도 오래 묵힌 실내공기가 그보다 나을 리 없다.
통풍도 중요하다.
우리가 체감하는 온도는 절대적인 온도뿐 아니라 습도, 공기 흐름의 속도(기류), 입고 있는 옷 등 여러 가지에 좌우된다. 환기가 안팎의 공기를 교환하는 것이라면, 통풍은 바람을 통하게 하는 것이다. 같은 행위에 의해 동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동일하게 볼 수도 있지만, 정확하게는 다르다.
환기가 공기를 교환하는 것이라면 통풍은 바람을 통하게 하는 것이다. 환기를 통해 실내의 오염도를 낮추고 신선한 바깥공기를 받아들인다면, 통풍을 통해서는 실내의 습도를 조절하고, 결로를 방지하며, 실내의 환경을 균질하게 만든다. 현재의 기밀 시공된 건축물은 내외부의 온도차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결로가 생기기 쉽고, 내부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결로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기도 쉬운데, 곰팡이 방지 벽지를 사용하고 억제제를 뿌려도 주기적인 환기와 통풍만큼 좋은 해법은 없다.
또한 꼭 창을 열지 않더라도 실내의 공기를 흐르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 역시 통풍이다. 집을 짓거나 고칠 때는 실내에서 공기가 어떤 흐름을 가질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바람이 통해야 숨 쉬는 건축물
통풍과 환기가 되어야 쾌적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잘 모르고 있지만, 지붕에도, 벽돌 벽에도 ‘벤트’라 하여 바람이 통하는 길을 만들어둔다. 특히 목조 건축물에는 반드시 바람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무리 방부처리를 한다 해도 장기간 온도와 기압차로 인한 결로가 발생하고 습기가 차게 되면 구조목과 구조 합판은 썩는다.
가끔 겉보기엔 멀쩡하고 분명 물이 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바람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다. 내외부의 온도차가 클 경우 결로가 생긴다. 특히 겨울에는 내부의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 천장을 데우고, 지붕을 데운다. 법적 기준을 따르자면 지붕의 단열 기준이 가장 높은데, 따뜻한 공기는 죄다 위로 올라와 있고, 단열재는 안팎을 막고 있고, 바깥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기 예사라면 결로는 당연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지붕의 벤트로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다면 지붕과 천장 사이에 생기는 결로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말 물이 새는 것처럼 천장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
목조 건축물이 아니더라도 모든 건축 재료는 물과 그리 좋은 관계가 아니다. 물은 재료를 썩게 하고, 녹슬게 하고,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균열을 만들기도 한다. 방수를 여러 겹으로 꼼꼼하게 하고, 단열을 완벽히 했다 하더라도 시공과정에서부터 바람이 적절히 통하게 만들어주고, 살아가면서도 최대한 자주 환기와 통풍에 신경 써야 오래도록 튼튼한 집에서 지낼 수 있다.
기계로 하는 환기
미세먼지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야기되면서, 기계 환기 장치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공조설비는 대규모 고층 빌딩이나 지하시설에만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우리가 1960년대부터 가정에서 늘 써오던 환풍기보다는 조금 복잡한 주거용 환기장치가 각광받고 있다.
환기장치를 단순히 말하면, 내부의 공기를 밖으로 빼내고, 외부의 공기를 안으로 들이는 것이다. 문제는 내부에서 냉난방을 할 경우 바깥의 공기와 온도차가 생기므로, 외부의 공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냉난방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를 개선한 것이 최근 주택과 아파트에서 설치되고 있는 열회수 환기장치다. 내부의 따뜻한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며 식히고, 차가운 외부 공기를 안으로 들여오며 데우는 열 교환 설비를 환기장치에 설치하여 열 손실을 줄인 것이다.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거를 수 있는 필터도 설치되어 있어 공기질의 걱정도 덜 수 있다. 비용도 많이 떨어지고 있으므로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설치 시 테스트를 통해 급배기량을 적정하게 설정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유지 보수를 해야 한다. 또한, 이 장치를 통해 충분히 환기와 습도조절이 가능하다 해도 직접 환기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하고, 가끔은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
바람이 통하는, 숨 쉬는 집
집을 짓거나 고칠 때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바람이 어떻게 통하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가능한 마주 보는 창들이나 개구부를 두어 바람이 통하게 하고, 주변의 지형을 고려하여 바람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좋다. 또한 따뜻한 공기도, 냄새도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으므로, 복층 이상의 집일 경우 위층의 창은 반드시 개폐가 가능한 창으로 두어야 집 안 전체의 환기가 가능하다.
집의 평면이 너무 뚱뚱하면 마주 창을 내어도 바람이 통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고, 작더라도 중정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정은 가족의 독립적인 실외활동을 보장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집 안 전체에 바람을 불어넣고 나쁜 공기를 빼내는 데 적격이다.
기계 환기 장치가 나날이 발전하고는 있지만 에어컨과 환기구를 통해 불어오는 바람이 전부라면 그 삶은 좋은 것일까. 바람이 통하는 집은 건물과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 삶을 약간은 더 풍요롭게 만들기도 한다. 비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꽃향기를 싣고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사는, 바람이 통하는 삶이 더 건강하고 아름답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