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집에는 흐르는 것들과 집에 부착되어 작동하는 것들이 있다. 전기와 물이 대표적인 흐르는 것들이고, 집에 부착된 냉난방기와 각종 기계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어디 한곳이라도 제대로 흐르지 않거나 멈추면 바로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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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 기계를 작동하여 기능하는 집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집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 중 하나는 전기다. 전기가 제대로 작동해야 집이 집으로서 작동한다. 전기가 없으면 어두워질 뿐 아니라 냉난방이 작동하지 않아 공간에 거주하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고, 냉장고의 음식들은 다 상할 것이다. 최근에는 요리도 가스가 아니라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요리도 힘들어질 것이고, 세탁 등 가사 작업도 힘들어진다.
따라서 전기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안전하게 계획되고 설치되어야 한다.
전기로 밝히는 빛
집에는 다양한 형태의 조명을 설치한다. 조명은 공간의 분위기를 쉽게 연출하고 변화시킨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편리하고 건강한 조명의 선택과 계획이다.
조명의 종류는 크게 매입등, 직부등, 벽부등, 펜던트등, 간접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로 사용하는 천장에 부착하는 직부등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하나만 설치해도 방을 밝힐 수 있어 침실에 주로 쓰인다. 매입등은 천장이나 벽, 바닥의 마감재 안쪽에 매입하여 조명기구가 돌출되지 않도록 설치하는 등이다. 직부등과 같은 크기로 매입등을 만들어 설치할 수도 있지만, 주로 사용되는 매입등은 깔끔한 마감을 위해 사용되므로 크기가 작아 여러 개를 설치해야 한다. 펜던트등은 전선 등으로 조명기구를 매달아 설치하는 등이고, 벽부등은 벽에 부착하는 조명이다. 이 두 가지 종류는 조명기구가 완전히 드러나므로 디자인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포인트가 되고, 공간의 분위기 전체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조명이다. 간접등은 조명기구를 천장이나 벽, 가구 사이에 완전히 숨겨 반사되는 빛만으로 공간을 밝힌다. 광원이 보이지 않으므로 은은한 빛을 내고, 따뜻하고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공간의 조명을 계획할 때는 바탕이 되는 조명과 포인트가 되는 조명을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다. 매입등이나 작은 직부등으로 공간의 바탕을 만들어주고, 펜던트 등이나 벽부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다. 바탕이 되는 조명은 취향에 따라 결정하면 되지만, 너무 다양한 형태의 펜던트 등이나 벽부등을 한 공간에 설치하면 공간을 산만하게 만들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모든 등을 매입등으로 한다든가, 간접등만으로 최소한의 밝기를 만들고 스탠드로 공간을 밝히는 것도 가능하다. 조명을 계획하기 전에 다양한 사례를 찾아보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참고하여 계획하는 것이 좋다.
현관이나 계단, 침대 옆 등 스위치를 찾기 전에 공간이 밝혀져야 안전한 공간에는 센서등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주로 사용하는 센서등은 직부등이지만, 매입등도 있으니, 위치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면 된다.
이외에 설치하는 외부조명도 중요하다. 외부공간에 설치하는 조명은 필로티나 차양 하부 등 비가 들이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곳일지라도 반드시 방수가 되는 외부용 조명을 사용해야 하자가 없다. 집 바깥의 벽에 설치되는 조명은 건물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디자인도 매우 중요하지만, 외부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며 이동 동선에 따라 위치를 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마당에도 곳곳에 잔디등을 설치해주는 것이 공간 사용과 방범에도 유리하다.
조명의 종류와 위치도 중요하지만, 어떤 조명을 어떻게 나누어 어디에 스위치를 만들지도 매우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적절하게 계획되고 안전하게 설치되었을 때, 집의 조명이 완성된다.
전기로 작동하는 기계
지금의 집들은 냉난방, 주방기기, 환기장치까지 매우 다양한 기계들이 전기로 작동하여 기능한다.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지을 경우, 에어컨은 스탠드형과 벽걸이형 등 에어컨 종류에 따라 콘센트 위치를 계획해야 공간을 깔끔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선이 늘어지면 시각적으로만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안전에도 좋지 않다. 신축의 경우 에어컨 배관을 미리 매입 시공하여 집 안팎의 열 손실을 막고 청결과 방수를 확보하는 것이 좋고, 추후 설치할 경우라도 배관 구멍의 틈을 최대한 메꾸어줘야 한다. 실외로 연결되는 에어컨 배관은 물이 흘러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사가 확보되어야 하므로 배관을 천장 안에 넣어 보이지 않게 하고 싶다면 천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보일러는 난방뿐 아니라 온수 사용을 위해서도 작동되므로 계절에 관계없이 늘 필요하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보일러는 가스와 기름을 연료로 하지만, 당연히 전기로 작동한다. 흔히 하는 난방 방식인 온수난방은 바닥 아래 온수 파이프에 따뜻한 물을 흘려보내 난방하는 방식이다. 골조 바닥 위에 공극이 있는 기포콘크리트를 타설 한 뒤 온수 파이프를 달팽이관 모양으로 깔아 모르타르를 타설하고, 그 위에 바닥 마감재를 마감하는 방식이다. 하자 보수나 누수 탐지 등이 쉽지 않으므로, 꼼꼼한 시공과 배관이 매우 중요하다. 그 외에도 전기패널을 깔아 전기로 난방하는 방식도 있다. 얇고 건식 시공이 가능하며 비교적 보수와 유지관리도 쉬운 편이지만 부담스러운 전기 요금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나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많은 전기가 사용되는 곳은 주방이다. 냉장고는 24시간 쉼 없이 돌아야 하고, 요리를 위한 인덕션, 오븐, 전자레인지, 밥솥도 전기가 필요하며, 주방 전자제품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주방은 물이 함께 있는 공간이므로 가급적 멀티탭과 같은 연장선을 이용하기보다는 직접 벽의 콘센트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도 좋다. 그러므로 가전제품의 종류에 따라 대략 어떻게 나누어 둘 것인지를 고민하여 주방 곳곳에 다양한 높이에 콘센트를 설치하는 것이 편리한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외에도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최대한 미리 고민하여 곳곳에 그에 맞는 높이의 콘센트를 설치해두고, 다용도실이나 화장실, 외부 공간과 같이 방수가 필요한 곳에는 반드시 콘센트에 방수커버를 설치해줘야 한다.
또한 전기 공사는 반드시 믿을만한 업체에 맡기고, 배선도를 받아둬야 한다. 시공자마다 배선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배선도가 없이 후에 수리를 하게 될 경우 전선 하나를 찾기 위해 집안 곳곳의 벽을 뜯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살기 위한 기계 – 집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 말했다. 처음 그 말을 접했을 때는 한창 그럴듯한 공간의 미학에 빠져있을 학생 때라 그리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집을 지을수록, 자주 생각나는 말이다. 보기 좋고 이쁜 집도 좋지만, 무엇보다 집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현장에서 집 전체를 이리저리 연결하고 있는 배관들과 전선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해야 더 편리하고 안전하며 살기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우리는 집이라는 거대한 기계 안에서 살고 있다. 늘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들여다보는 것이 기계 이용자로서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