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green School
CAUKIN Studio
아프리카의 내륙에 위치한 작은 나라 잠비아. “죽음의 땅”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곳은 한때 평균수명이 33세에 불과할 정도로 질병과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다. 세계 기아 지수에 따르면 2016년 잠비아의 기아 지수는 100점 만점 중 39.0점으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절망 중에도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국제 자선단체 Mothers Of Africa는 2004년부터 총웨 지역 임산부의 건강과 지역 모자보건 증진에 힘써왔다. 그러다 곧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이 목표를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건축가 그룹 CAUKIN Studio와의 협업을 통해 지난 2019년 세 달간 잠비아 시골 마을 총웨에 위치한 Evergreen School 증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잠비아의 어린이들은 평균 14세까지 교육을 받는데, 그마저도 교육 시설 부족과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Evergreen School 역시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실이 부족하여 150명이 한 반에서 수업을 들으니, 수업 운영이나 커리큘럼 진행이 제대로 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이번 증축 프로젝트를 통해 교실 동과 교무실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양질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또 다른 목표는 잠비아의 높은 실업률을 고려하여 잠비아의 청년들을 인부로서 고용하고 향후 취업에 도움이 될 전문 기술을 교육하는 것이다.
건물은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프리카의 토착 건축을 적용했으며, 기존 건물을 고려하여 중정이 형성되도록 외부를 감싸는 형태로 배치했다. 교실 동은 교실을 오프셋 하여 매스를 분절하고 흥미로운 파사드를 만들어 냈다. 철골 트러스에 올린 슬레이트 지붕과 벽 사이 벌어져 있는 틈과 벽체 상단에 치장 쌓기를 통해 만든 구멍을 통해 자연 환기를 유도했다.
교실에는 수업에 적합한 조도를 확보하기 위해 창문을 넓게 계획했고, 하교 후 보안을 위해 잠금장치가 있는 셔터를 설치했다. 외부공간에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벤치는 교실 동 사이에 시각적 연결성을 만듦과 동시에 학생들의 휴식공간이자 방과 후 교실로써 쓰인다.
건축가들은 자선단체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먼저 사용했다. 9,000장의 지역 생산 벽돌, 4,000장의 콘크리트 벽돌과 50t의 시멘트가 소요되었다. (공사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또한 외부 조경요소는 공사 중 발생한 자투리 재료로 제작하여 폐기물을 최소화했다. 벽돌 파편은 바닥재로 사용하고 콘크리트 거푸집은 양생 후 문으로 재활용했다.
세 달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잠비아의 한 시골마을에는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학생들에게는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청년들에게는 경제적 독립을 위한 발판을 제공했다. 지금 심은 이 씨앗을 잘 가꿔 새로운 미래를 향한 초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프로젝트 개요
프로젝트명 : Evergreen School
위치 : Chongwe, Jambia
연면적 : 400m²
건축가 : CAUKIN Studio
사진 : Katie Edwards, Paul Crompton, CAUKIN Studio
완공 : 2019
CAUKIN Studio
△ Evergreen School 현장 공사 모습. ⓒ Paul Crompton
CAUKIN Studio는 다국적 건축사사무소다. 이름은 사무소 창립 멤버의 국적인 캐나다, 영국, 인도네시아(CANADA+ UNITED KINGDOM+INDONESIA)를 따서 만들었다.
이 건축사사무소가 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각각의 목표가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 목표는 물리적인 건물을 세우는 것이상으로 사회에 가시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젝트를 통해 그와 연관되어 있는 지역사회, 지역사회의 일원, 후원 기업과 비영리단체, 참가자 및 자신들까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더 나은 공간으로부터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건축사무소는 프로젝트 완료 이후 그 지역에 생겨나는 변화를 측정하고 보고한다. 예를 들어 잠비아에 Evergreen School 프로젝트에는 공사 인부 중 50% 이상이 잠비아 여성 인부였다. 이를 통해 잠비아 여성들에게 사회적 활동 기회를 부여하고 잠비아의 여권 신장과 취업난에 크게 도움이 된 것으로 확인된다. 오세아니아의 작은 섬나라 피지에서는 커뮤니티 홀 공사 후 마을 전통춤인 MEKE가 공간을 통해 되살아나기도 했다.
△ Evergreen School 현장 공사 모습. ⓒ Paul Crompton
△ Evergreen School 현장 공사 모습. ⓒ Katie Edwards
CAUKIN Studio는 2015년 창립한 이래로 전 세계에 25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500명 이상의 현지인들과 참가자들을 교육했다. CAUKIN Studio가 가지고 있는 통합 건축 교육 워크샵을 통해 일반인이나 건축 종사자들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공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최종 사용자의 건물 이해도를 높인다.
CAUKIN Studio는 전 세계의 다양한 비영리단체, 현지 지역 사회 협동 조합, 지방 당국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분야의 클라이언트와 일한 경험이 있다. 또한 이렇게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여러 대학 강의와 국제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공유하며 그 능력을 쌓고 있다.
https://www.caukinstudio.com/home/
■ 세계의 건축가 시리즈
에이플래폼에서 전 세계에 걸쳐 활발히 활동하는 각국 건축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건축을 담아 여러분께 전달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저마다의 컨텍스트 안에서 건강한 도시건축을 만들어가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와는 또 다른 삶의 풍경을 이해하고, 건축의 문화적 다양성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모든 콘텐츠는 건축가로부터 직접 전달받아 게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