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H House
ODDO architects
베트남은 19세기 중반부터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아왔다. 그렇게 역사에 깊이 관여한 프랑스는 건축에도 그 영향을 남겼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튜브 하우스다. 베트남에서 얇고 높게 생긴 건물을 칭하는 튜브 하우스(Tube House)는 4층에서 7층까지 다양한 높이의 건물이 다닥다닥붙어있는 모습으로 하노이 구도심을 걷다보면 마주치게 된다.
이렇게 세장한 형태를 가지게 된 배경에는 베트남의 대가족 문화와 도시화를 통한 지가 상승, 재산세법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되어 있다. 특히 베트남의 재산세법에 따르면, 주택에 매기는 세금은 집의 전면 가로 폭에 비례하여 책정하게 되어있다. 즉, 가로의 폭이 넓은 건물일수록 내야 하는 세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건물의 가로 폭을 최대로 줄이고 대지 안으로 깊게, 그리고 높게 짓기 시작한 것이다. 튜브하우스로 인해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도시 문제들이 발생했다.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공공공간의 부족은 하노이를 삭막하고 정신없는 도시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건축사사무소 ODDO는 하노이의 보편적 주거양식이 된 튜브하우스에 현대적 라이프스타일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찾아내어, ‘2021년 하노이에서 어떻게 집을 지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VH house를 지었다.
△ 컨셉 다이어그램
하노이에 거주하는 가족은 이 정신없이 바쁜 도시에서 평화롭고 조화로운 공간을 원했다. 폭 4m, 깊이 16m의 얇고 긴 대지는 이전 주인의 텃밭으로 쓰였다고 한다. 건축가는 이러한 대지가 가지고 있던 축적된 시간을 디자인 요소로 확장하여 메마른 도심에서 어디서든 식물을 마주할 수 있는 주택을 설계하였다. 2개층 구성으로 내부 공간과 외부정원의 경계가 흐릿해진 집은 전통적인 튜브하우스에 가족의 현대적 삶의 방식을 건축 요소로 풀어낸 결과다.
넓지 않은 대지로 인해 실내는 작은 공간에서 가족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따라서 조경이 기능하는 시각적인 구분을 활용해 오픈스페이스를 용도에 맞게, 또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외부정원은 고밀의 도시에 부족한 공용공간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가족 만을 위한 편안한 휴식을 선사한다.
건물의 폭은 4.1m로 좁기에 건축가는 1층에 벽이나 파티션을 없애는 대신 오픈스페이스로 만들어 개방감과 더불어 가족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자 했다. 기능의 구분은 일반적인 벽 대신 식물을 배치하여 시각적으로 구분했다. 곳곳에 있는 식물 덕분에 가족은 집에 화사함을 더하는 녹색공간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2층에는 각각의 프로그램을 담아 세 개의 벽돌 박스를 만들어 얹었고, 박스 사이사이에는 유리천장을 설치해 인접건물로 둘러싸여 채광이 부족한 1층을 보완한다. 부족한 예산을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 지은 집은, 채광이나 환기 측면에서도 다른 튜브 하우스보다 유리하게 설계하여 가족의 주택 유지관리 비용을 최소화한다.
프로젝트 개요
프로젝트명 : VH House
위치 : Hanoi, Vietnam
연면적 : 121.5m²
건축가 : ODDO architects
사진 : Hoang Le Photography
완공 : 2018
ODDO architects
ODDO architects는 건축가 Marek Obtulovic과 Mai Lan Chi가 설립하여, 베트남과 체코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건축사무소다. 이들은 각각의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문화적 배경을 강화하고, 도시화된 주거환경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과 체코, 문화적, 역사적으로 많이 다른 두 나라의 프로젝트를 단일한 건축 언어로 풀기 보다는 지정학적, 기후와 문화적 맥락에 맞춰 설계하는 지역 건축의 스타일을 추구한다.
https://cargocollective.com/oddoarchitects
■ 세계의 건축가 시리즈
에이플래폼에서 전 세계에 걸쳐 활발히 활동하는 각국 건축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건축을 담아 여러분께 전달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저마다의 컨텍스트 안에서 건강한 도시건축을 만들어가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와는 또 다른 삶의 풍경을 이해하고, 건축의 문화적 다양성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모든 콘텐츠는 건축가로부터 직접 전달받아 게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