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mented Bricklaying
Gramazio Kohler Research
컴퓨터를 활용한 건축기술은 형태를 설계함에 있어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하고,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일조하고 있다. 자하 하디드나 프랭크 게리가 보여준 자유롭고 유기적인 건축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기하학적인 건축형태는 프로그램의 발달과 함께 많은 건축가들이 도전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다음 단계에 들어서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시공자가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리스의 한 작은 도시에는 컴퓨터로 모델링 한 비정형 벽을 벽돌로 직접 쌓아 올린 양조장이 있다. 이곳 그리스 석공들이 양조장을 짓는데 걸린 시간은 3개월 남짓. 총 13,596개 벽돌을 이용해 지어진 휘몰아치는 벽돌 벽은 정말로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 올린 것이 맞다. 단지 이들은 한 가지 기술을 연마한 후 공사에 들어갔는데 바로 증강현실 시스템이다.
스위츠 취리히 연방 공대 소속의 Gramazio Kohler 연구소에서 개발한 동적 광학 유도 시스템 + 증강현실 기술은 컴퓨테이션 디자인과 사람의 손재주가 결합된 완전히 새로운 제작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디자인을 인식한 인공지능이 카메라와 디지털 포인터를 통해 석공에게 광학적으로 지시하며, 석공들은 모니터를 통해 직관적으로 사용할 모르타르의 양과 벽돌이 놓일 위치를 파악하게 된다. 이 공정을 통해 석공들은 모르타르 처리 기술과 전문성을 보존하고 활용하면서 정밀도 높은 시공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도 활발하게 연구 중인 이 시스템은 시각-관성 객체 추적 기능과 실시간 피드백을 이용해 증강현실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기울이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정밀도가 높아지고 사용 난이도가 줄어들게 된다면, 일반 시공업자들도 비정형 건축처럼 시공 난도가 높은 디자인을 손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키트르브 양조장은 에게 해가 내려다보이는 포도밭 언덕에 위치해 있다. 와인 공장 및 저장고로 쓰일 이 건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반투명 파라메트릭 디자인 벽은 찰랑이는 와인에 부서지는 빛에서 영감을 얻었다. 자연스러운 불규칙성을 도입하기 위해 펄린 노이즈 함수로 디자인된 벽돌 벽은 각 지점의 모르타르 높이까지 맞춤으로써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평범한 벽돌 벽이라면 쉽게 넘길 수 있는 모르타르가 이 건물에서는 외관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벽은 기능적으로도 각각의 벽돌 사이 틈으로 환기가 가능하고, 직사광선을 막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프로젝트 개요
프로젝트명 : Augmented Bricklaying
위치 : Pydna, Greece
연면적 : 235m²
건축가 : Gramazio Kohler Research
사진 : Gramazio Kohler Research
완공 : 2019
Gramazio Kohler Research
Gramazio Kohler Research는 2000년도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ETH Zurich)에 개소한 세계 최초의 건축 로봇 연구소다. 이들의 연구는 디지털 아키텍처 분야의 포문을 여는 것에서부터 지금까지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왔다.
연구소가 연구하는 범위는 산업용 로봇을 통한 맞춤 제작 건물에서 고급 건축물 설계까지 기존 분야와 더불어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고 있으며, 1:1 프로토타입 설치부터 로봇으로 제작하는 고층건물의 설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https://gramaziokohler.arch.ethz.ch/
■ 세계의 건축가 시리즈
에이플래폼에서 전 세계에 걸쳐 활발히 활동하는 각국 건축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건축을 담아 여러분께 전달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저마다의 컨텍스트 안에서 건강한 도시건축을 만들어가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와는 또 다른 삶의 풍경을 이해하고, 건축의 문화적 다양성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모든 콘텐츠는 건축가로부터 직접 전달받아 게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