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y Rotunda
Gramazio Kohler Research
△ 프로젝트 시공 과정이 담긴 영상
이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먼 훗날 이야기 같던 3D프린터나 인공지능, 증강현실과 사물인터넷 등 이미 우리의 삶 곳곳에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기술들이 녹아들어 있다. 흔히 건축이 최신 기술을 접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들 하지만, 이제는 건축에도 4차 산업을 접목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 베른에 새로 지어진 맥주공장 한편에 지어진 SE Music Lab의 청음실은 조금 특별하다. 5m 높이, 지름 11m의 방음 구조물은 이동 가능한 로봇 팔이 원통형 점토벽돌 30,000개를 현장에서 50일간의 작업하여 지어졌다.
구조물의 벽 두께는 15cm로 일정하다. 흙벽이 이렇게 얇게, 그리고 5m의 높이를 일정한 두께로 구현해낼 수 있었던 것은 3d 모델링을 통해 정밀하게 벽의 형태와 시공방법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건축가들은 이 크기의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디자인을 찾았다. 유선형의 파도 모양으로 디자인된 벽은 좌굴현상을 막아주며 구조적으로 안정된 형태를 완성했다.
청음실의 디자인은 구조역학뿐만 아니라 건축 프로세스가 통합적으로 고려되어 설계되었다. 그리고 로봇팔의 작업 반경이나 현장 시공 여건, 사용하는 재료의 특성까지 고려되었다. 예를 들어 건조하며 수축하는 특성을 가진 점토를 안정적으로 시공하기 위해 30,000개의 벽돌을 쌓는 순서까지 모두 프로그래밍했다.
청음실을 계획한 건축가가 시공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로봇팔의 작업 시스템에 최적화된 재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들은 여러 가지 상황을 검토해 보았을 때, 굳기 전의 점토 벽돌을 직접 쌓아올리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들은 제조 공정에 필요한 유연성, 최고 압축 강도 및 최소 재료 수축 사이 균형을 찾기 위해 점토, 모래, 자갈과 물의 최적의 비율을 찾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점토는 직경 9cm, 높이 15cm의 원통 형태로 압출된다. 마르지 않은 상태로 공장에서 출고된 벽돌은 작업 현장으로 옮겨지고, 로봇 팔은 벽돌을 최종 위치에 올린 후 정확히 설계된 방향으로 손으로 눌러 압착한다. 마지막에 누르는 과정을 통해 점토끼리 견고하게 맞물리는 조적구조가 구현되는 것이다.
△ 프로젝트 시공 프로세스
이 프로젝트는 환경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점토 건축은 실내 기후를 조절하는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계 설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재실자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또한 건물 철거에 있어, 단일 재질로 이루어진 흙이기 때문에 어떠한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고 100% 재사용이 가능하다.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재료인 점토는 콘크리트, 벽돌의 등장에 밀려 그 자취를 서서히 감추게 되었다. 하지만 4차 산업을 맞아 고도화된 로봇기술과 현대화된 디지털 설계와 결합하여 재료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뛰어넘고, 가능했던 것 이상으로 복잡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프로젝트 개요
프로젝트명 : Clay Rotunda
위치 : Bern, Germany
연면적 : 95m²
건축가 : Gramazio Kohler Research
사진 : Gramazio Kohler Research
완공 : 2020
Gramazio Kohler Research
Gramazio Kohler Research는 2000년도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ETH Zurich)에 개소한 세계 최초의 건축 로봇 연구소다. 이들의 연구는 디지털 아키텍처 분야의 포문을 여는 것에서부터 지금까지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왔다.
연구소가 연구하는 범위는 산업용 로봇을 통한 맞춤 제작 건물에서 고급 건축물 설계까지 기존 분야와 더불어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고 있으며, 1:1 프로토타입 설치부터 로봇으로 제작하는 고층건물의 설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https://gramaziokohler.arch.ethz.ch/
■ 세계의 건축가 시리즈
에이플래폼에서 전 세계에 걸쳐 활발히 활동하는 각국 건축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건축을 담아 여러분께 전달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저마다의 컨텍스트 안에서 건강한 도시건축을 만들어가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와는 또 다른 삶의 풍경을 이해하고, 건축의 문화적 다양성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모든 콘텐츠는 건축가로부터 직접 전달받아 게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