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이어 제주도의 건축물을 소개하고자 하는데, 이번 역시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다.
아무래도 안도 타다오의 한국에서의 작업들이 제주도에서 시작되었기에 그러한 듯 하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건축물은 제주도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섭지코지라는 지역의 '지니어스 로사이'와 '글라스 하우스'이다. 올인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제주도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인데, 이 곳에서 지니어스 로사이는 미술관, 글라스 하우스는 카페 및 레스토랑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니어스 로사이
지니어스 로사이라는 이름은 땅의 정령이라는 뜻인데, 뒤이은 사진과 내용을 보면 느낄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자연을 건축에 녹이려 한 건축가의 의도가 담긴 이름이 아닌가 생각한다. 건물의 입구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노출콘크리트의 날벽을 세워 구성하였다. 벽 너머를 가려 찢어진 틈을 지나야만 본 모습을 볼 수 있다.
입구를 들어서기 전 주변을 둘러보면 콘크리트벽에 현무암을 붙여놓은 정확히는 붙이다 만 듯한 벽이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지니어스 로사이에 사용된 벽체의 목업을 그대로 둔 것으로 보였다. 안도 타다오 역시 여느 건축가들과 마찬가지로 제주도의 자연적인 특징 중 현무암에 관심을 가졌고 그것을 건축 재료화 하는 것을 연구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입구를 지나면 첫 실내공간으로 매표소를 만날 수 있는데, 콘크리트와 유리 안도 타다오가 자주 사용하는 재료로 늘 하던 방법으로 구성해 놓았다.
매표소를 지나면 넓은 정원이 나오고 멀리 미술관의 입구가 보인다. 지니어스 로사이라는 이름이 이해되는 장면으로, 지면 위로는 건축물이 드러나지 않고 제주의 자연물인 현무암과 야생풀로 꾸며진 조경과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자연의 풍경이 주가 된다.
본격적인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만나게 되는 공간 역시 조경공간으로, 인공 폭포를 좌우로 둔 복도가 인상적이다.
물론 인위적으로 만든 수공간이긴 하나 좌우로 물이 떨어지고 그 소리를 듣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인공폭포 사이길을 지나 마주하는 벽에는 가로로 긴 개구부가 있는데, 그 개구부 사이로는 멀리 보이던 성산일출봉이 프레임에 잡힌다. 성산일출봉이라는 풍경을 잡아내기 위한 간단한 건축적 장치인데, 사진으로 담으니 매우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술관 공간은 지하에 구성돼 있다.
따라서 지하로 내려가기 위한 동선이 필요한데, 그 동선은 콘크리트 매스를 감아도는 경사진 회랑을 두어 처리하였다. 즉 아래와 같이 현무암벽과 콘크리트 사이벽을 감아돌아 내려가다보면 미술관 내부로 진입하는 입구를 만나게 되는 것인데, 급하지 않게 천천히 내려가며 진입하는 것이 여유로우면서도 편안했던 느낌으로 남아있다.
미술관 내부는 지하인 만큼 강한 빛은 제한돼 있고, 작품 역시 그에 어울리는 것들로 구성돼 있었다.
안도 타다오의 건물이 늘 그랬듯이 찢어진 듯한 콘크리트 벽 사이로 빛을 받는다.
(아래 사진)
지니어스 로사이는 안도 타다오가 나오시마에 설계한 지중미술관처럼 미술관 전체를 지하에 두었으나, 지중미술관에서와 같이 극적인 공간이 내부에는 없었던 점들이 아쉽다. 대신 주요 공간을 지하에 두고 주변 자연과 이질적이지 않게끔 외부공간, 조경공간을 구성한 점은 좋게 평가할 수 있겠다.
글라스 하우스
지니어스 로사이와 가까운 위치에 안도 타다오의 또다른 작풉인 글라스 하우스가 위치하고 있다. 이 건축물의 경우 카페 및 레스토랑을 위한 단일 건물로, 크게 두드러지는 건축물은 아니라 외관 사진과 간단한 설명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라스하우스는 지니어스 로사이보다는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고, 바다에 접해 있다. 또한 취하고 있는 건축적 자세는 지니어스 로사이와는 정반대이다. 입구에 날벽을 세워 막은 것은 지니어스 로사이와 유사하나, 본 건물 숨긴 지니어스 로사이와는 달리 오히려 들어올려 공중에 띄웠다.
들어 올려진 매스는 마치 팔 벌리듯 바다를 향해 V자를 그리고 있으며, 이름처럼 전체를 유리로 마감하여 조망을 극대화 하였다.
실제로 내부에서 뷰를 보지는 못했으나, 건물을 들어올린 필로티 하부에서 바라본 뷰만으로도 건물이 취하고 있는 조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기하학적인 형태와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라는 재료. 너무나도 안도 타다오스러운 건축물이다 보니, 호기심이 생기기보다는 단순하고 심심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만 위치하고 있는 곳이 제주도라는 것이 그 아쉬움을 모두 대신하고 있다.
지니어스 로사이, 글라스 하우스
두 건축물 모두 안도 타다오라는 건축계의 거장의 이름에 의한 것들이긴 하나, 사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물론 지니어스 로사이에서의 요소요소 특징적인 부분들이 좋게 받아들여지긴 했으나, 전체적인 건물들이 지닌 깊이?에 대한 의문이 든다. 과연 얼마나 고심 끝에 나온 설계인지는 관계자만이 알 수 있겠으나, 답사하고 둘러본 이의 입장에서는 그리 깊은 고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본 본토에서 느꼈던 안도 타다오의 건축의 힘이 느껴지는 건축을 국내에서 보고자 하는 것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땅에서는 우리 건축가들이 맘껏 실력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