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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아사쿠사관광안내센터3
재미나요 │ 바깥나라
건축가 천경환
2019.07.04


계단으로 슬슬 내려옵니다. 


아래층 복도에 안내 책자를 놓는 작은 책상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찾아보니 건축가의 저서 ‘작은 건축’에서 언급되었던, 그가 예전에 제안했던 폴리고늄(폴리곤+알루미늄) 시스템입니다. 약한 건축, 작은 건축, 의성어 의태어 건축 등으로 일관되게 꾸준히 다듬어진 컨셉의 결과로 구멍 송송 난 지붕과도 닿아있는 이야기이지요. 명쾌하고 정교한 컨셉이 때로는 건물의 요소로, 때로는 건물 안 가구로 변주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공기조화 토출구를 바닥에 놓았는데, 재료는 연속적으로 맞추는 이런 장면은 언제 봐도 참 반갑습니다. 



계단실에 붙어있던 층 안내 표식인데,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숫자를 보면, 각진 셰리프를 살짝 붙여서 모던한 와중에 살짝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아무튼 계단실에 붙어있던 층 안내 표식 모양 그대로 개별 공간의 윤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공간을 ‘미러’ 반전을 하면 위의 표식 모양이 됩니다.) 이 경우는 작은 계단식 강당이었네요.



계단에는 붙어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센터 전체 시설 안내도와 해당 층의 위치와 윤곽을 드러내는 아이콘도 있고, 층수를 표현하는 글자도 있었고요. 



계단 참에는 진행 방향과 층수의 변화를 알려주는 표식도 있었는데, 글자와 방향을 알려주는 막대기(?)가 따로 놀지 않고 같은 스타일로 한 몸처럼 잘 조직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여기에서도 글자 획의 끝에 살짝 뾰족하게 솟아오른 셰리프가 건물의 맥락에 어울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쪽은 벽을 음각으로 파서 손 스침 겸 조명 상자를 만들었는데. 튀어나온 손 스침 보다는 공간(계단폭)을 조금이라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의 있게 연출하면, 이동을 위해 할 수 없이 만든, 얼른 지나가면 충분한 공간이 아닌, 그 이상의 느낌이 생기니, 계단 오르내리는 사람 입장에서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요.



그런데 배선이 훤히 드러나는 모습은 좀 의외였습니다. 



화장실은 극도로 모던해서 오히려 일본 특유의 미니멀한 전통과 이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기억해두었다가 스테인리스 판을 접어서 상판과 세면대를 일체로 만든다거나 거울을 수도꼭지 공간까지 꽉 채운다든지. 스테인리스 판의 접힌 모서리랑 거울의 위치를 맞추어 거울을 스테인리스랑 같은 톤으로 연출하는 방법으로 언젠가 써먹고 싶어집니다.  




2층까지 내려왔습니다. 아까 1층 로비에서 뚫린 천정 사이로 얼핏 보았던 공간이지요. 역시 바깥에서 암시되었던 지붕 윤곽 그대로의 공간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계단실에 붙어있던 안내판을 다시 보면,



1층과 2층 사이에 부분적으로 천정이 트여서 한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그림으로도 그대로 설명되고 있었습니다. 



한쪽 벽면은 입체 패턴을 만들어 놓았는데, 공기 조화 그릴이 패턴 안에 통합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그재그로 엇갈리며 배열되는 면 패턴인데, 지역적인, 전통적인 모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축가의 작업 성향을 비추어, 아마도 이 패턴 또한 어딘가에서 참조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반 층 정도 내려가면 크게 뚫린 창문 너머로 바깥 풍경이 펼쳐집니다. 입체적인 공간 얼개 덕분에 바깥을 향해 쏟아지는 듯한, 몰입되는 듯한 효과가 납니다. 



길 건너 센소지로 통하는 가미나리몽 언저리 거리 풍경이 가득 펼쳐집니다. 기다란 테이블이랑 의자가 넉넉하게 놓여있어서, 창가에 앉아서 창 너머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관광지답게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멍하니 앉아서 사람 구경하는 것도 제법 재미있는 일이지요. 편히 앉아서 쉴 수 있고 창문 너머 구경거리도 있는 좋은 자리인데, 사람이 없어서 좀 의아했었습니다. 설계하면서는 창 풍경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이 공간이 붐빌 것이라 기대했었을 텐데, 의도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죽어있었습니다. 



올려보았던 구멍을 통해서 내려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건물 속 전망대나 강의실 등에 가지 않더라도, 안내 데스크에서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1층 로비만 해도 사람이 제법 많았습니다.



구멍(보이드)를 끼고 내려가는 계단도 넉넉한데, 2층에 넉넉하고 편한 자리가 있음에도 올라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별생각 없이 거리를 거닐고 로비의 안내 데스크를 이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2층에 재미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넉넉한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든가 봅니다. 우리는 보통, 투명한 유리 안팎으로 시선이 훤하게 통할 것이라 막연히 짐작하기 쉬운데, 빛의 방향이나 안팎의 밝기 차이에 따라서 벽 못지않게 시선이 막혀서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리 자체에 색이 들어가 있거나, 이 건물처럼 창 바깥에 루버를 촘촘하게 세우기라도 한다면, 더더욱 그렇게 되겠지요. 창 너머에 어떤 공간이 있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읽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 여기인데요. 통유리로 막혀있지 않고 시원하게 뚫려있는 발코니로 연출되었더라면, 발코니에 앉아서 거리 구경, 사람 구경하는 사람들이 거리에서도 잘 보였겠지요. ‘저곳에 저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밖에서부터 잘 읽혔을 것이고,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저기에서 앉아서 기다리자’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저기에 올라가서 거리 구경을 해보자’는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지금보다는 한결 ‘활성’화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2층도 그렇고, 건물 전체도 그렇고요.


건축가 켄고구마는 단단하고 빈틈없고 완결된 건물이 아닌, 부드럽고 빈틈 많고 약한 건물을 지향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디자인 철학이 이 건물에서는 앞서 보았던 구멍 난 지붕이라든지, 듬성듬성 배열된 루버 등으로 표현되고 있고, 건물의 공간 구성도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다른 보통의 강한 건물들보다는 소통의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루버 너머의 유리는 완고하게 불투명해서, 건물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당장의 상황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그 점이 단적으로, 2층 공간의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재치 있고 장소와 성격에 잘 들어맞는 좋은 디자인의 건물인데, 와중에 굳이 찾아낸 아쉬움입니다.

건축가 천경환

손과 발로 풍경을 읽어내는 사람이고
읽어낸 풍경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그 기록들을 양분 삼아 디자인을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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