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개포동 상가주택 신축공사

#12. 기존 건물 해체(철거)

안녕하세요.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입니다. 오늘은 개포동 상가주택의 철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건물을 짓고자 하는 필지에 아무것도 없으면 보통 '나대지'라고 부릅니다. 도심지에 이런 나대지는 흔치 않죠. 하다 못해 아스콘을 깔고 주차장으로라도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엔 고민 없이 아스콘만 걷어 내고 건물을 지으면 됩니다. 

하지만 역시 그런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몇 년간의 철거 사고들로 철거 기준이 굉장히 엄격해졌습니다. 철거 업체에서 요구하는 금액도 굉장히 높아졌고, 철거 감리 비용도 높아졌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철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좌: 2019년 7월 일어났던 잠원동 건물 외벽 붕괴 사고. 철거 과정에서 일어났다.
△ 우: 2021년 6월 일어났던 광주 학동 붕괴사고. 역시 철거 과정 도중에 일어났다.

해체신고  vs  해체허가 (심의)

해체의 절차에도 비교적 단순한 신고가 있고 그보다는 복잡한 허가가 있습니다. 허가 대상이 되면 의무적으로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심의는 각 지자체마다 다릅니다만, 1달에 2회 정도 열리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면 허가 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해체 신고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부 철거하고자 하는 건축물의 주요 구조부를 해체하지 않는 경우 

  여기서 '주요 구조부'란 내력벽, 바닥, 기둥, 보, 지붕틀 및 주계단을 말하는 것입니다.  

2) 전체 철거하고자 하는 건축물의 연면적이 500제곱미터 미만이면서 높이는 12미터 미만이고, 3개층 미만(지상과 지하 포함)인 경우

3) 관리지역, 농림지역 또는 자연환경보전지역에 있는 높이 12미터 미만의 건축물

해체 허가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체 신고대상이 아닌경우 

2) 일정 반경 내에 버스정류장, 도시철도 역사 출입구, 횡단보도 등이 있을 경우

3) 해당건축물의 외벽으로부터 건축물의 높이에 해당하는 범위 내에 일정 폭 이상의 도로가 있을 경우 

이야기가 약간 복잡하지만, 결국 주요구조부를 건드리지 않는 일부 철거 혹은 500제곱미터 3층 이하의 소규모 건물의 전체철거가 아니면 (거의 다) 허가대상이 되고요. 그러면 철거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자체마다 법규가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히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신고대상이지만 심의를 받아야 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저희 건물은 단층의 소규모 건물이었기 때문에 신고대상이었고, 비상주 감리로 진행하였습니다. 

해체공사와 해체감리 - 비용은?  

이제 해체공사를 하면 '해체감리'가 붙어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작은 건물을 지을 때는 '해체감리'라는 개념이 없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몇 번의 사고가 있은 후로 '해체감리'의 개념이 생겼고,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해체허가 대상 공사에는 상주감리가, 해체신고 대상 공사에는 비상주 감리가 붙어야 합니다. 이 해체감리도 건축사 자격증이 있는 건축사가 수행하게 되어 있고요. 아무 건축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해체감리 교육을 이수한 건축사만이 감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비상주 감리는 교육을 이수하지 않는 건축사도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상주감리는 구청에서 감리자를 지정하는 경우가 많고, 비상주 감리는 건축주가 직접 지정할 수 있지만 이것 역시 지자체마다 규정이 다르니 확인을 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사람이 붙어서 내 현장을 안전하게 꼼꼼히 관리해주는 것은 좋지만, 역시 문제는 비용입니다. 철거공사 비용만도 만만치 않은데, 여기에 감리비용까지 지출해야 하니 건축주 입장에서는 본 건물을 짓기도 전에 사전에 비용이 계속 나가게 되죠. 

최근 철거와 관련된 절차들이 늘어남에 따라 아무리 작은 건물의 철거 비용도 1500~2500만원 정도는 들어간다고 보셔야 합니다. 제가 진행한 이 건물 같은 경우도 정말 작은 단층의, 샌드위치 판넬 가건물인데도 그 정도 비용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철거 감리비도 내셔야 하는데요. 서두에 말씀드렸던 몇 번의 사고 이후 철거감리가 의무화되어, 감리비가 상당히 비쌉니다. 해체공사비에 일정 요율을 곱하거나, 공사 일수에 맞춰 인건비를 책정하기도 합니다.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 건축주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 되는데요. 아무리 작은 건물이라도 해체감리에 1000~2000만원 정도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저희 건물은 허가 대상이 아니고 신고 대상이라 비상주 해체감리로 이 정도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을 철거하고자 하는 경우엔 석면조사도 필요합니다. 이 일정규모라는 것이 아주 작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건물이 이 석면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죠. 일반건축물일 경우 연면적 50제곱미터 이상이면서 철거, 해체하려는 부분의 면적 합계가 50제곱미터 이상일 경우 / 주택의 경우 연면적의 합이 200제곱미터 이상이면서 철거, 해체하려는 부분의 면적 합계가 200제곱미터 이상일 경우엔 석면조사를 해야 합니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건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저 같은 경우 작은 주택에서 대략 50만원 정도의 비용이 책정되었습니다. 

해체공사 진행  

저희 건물 같은 경우는 아주 작은 규모의 단층 샌드위치 가건물 수준이었기 때문에 해체 공사 자체가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해체공사를 지켜보면 조마조마할 때가 많은데요. 특히 철거할 건물의 외부 벽이 바깥쪽으로 기울어지게 되면 정말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에, 세심한 공사가 정말 중요합니다. 중장비를 운전, 조종하시는 분의 숙련된 솜씨가 정말 중요합니다.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물도 지속적으로 뿌려줘야 합니다. 대형 트럭에 건축물 잔해를 실을 때도 전기줄 등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철거 전 가림막을 튼튼하게 둘러 친 모습입니다. 

해체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에 가림막을 최대한 튼튼하게 설치하고, 주변 상황을 최대한 많이 촬영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해체 과정에서 진동, 소음이 많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주변 담장, 축대 등이 갈라지거나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이 공사 전에 이미 그렇게 되있던 것인지 아니면 공사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를 따질 때 사진이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구청에서 보고서 형식으로 전후 비교하는 자료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철거를 위한 인허가 절차도 제법 기간이 소요되는 편입니다. 해체업체에서 처리해주시긴 했습니다만, 저희 현장 같은 경우도 이런 저런 보완 사항으로 인해 2주 가까이 걸린 것 같습니다. 이런 시간들도 충분히 감안하셔야 할 듯 합니다. 

해체공사 환료 확인증  

해체공사가 완료되면 세움터 행정 절차를 통해 건축물 해체공사 완료(완료) 확인증을 받습니다. 여기까지 행정절차를 완료해야 필지 안에 건물 등록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차후 인허가 진행에 차질이 없게 됩니다. 해체가 되었다고 그냥 인허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확인증 역시 빼놓지 않고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확인증을 받습니다. 참고로 이 확인증은 다른 프로젝트를 할 때 받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개포동 상가주택의 해체, 철거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기존 건물을 깔끔히 잘 철거해야 새 건물을 건실하게 세울 수 있겠죠. 철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세심하게 챙겨야 할 절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 내용에 대해서 궁금하신 내용이나 문의하고 싶으신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이나 메일로 말씀해주세요. 최대한 자세히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은 지반 보강에 대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