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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적 수필
작성일 : 2017.12.15 14:49

언젠가 부터는 글을 잘 쓰지 않고 있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텍스트가 아닌 도면과 이미지라는 다른 도구로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핑계가 될 거 같다. 특히나 건축이나 공간에 관한 생각을 하다보면 추상적인 생각이 구체화된 이미지로 연결되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글보다는 그림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편한 집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면, 공용공간과 프라이빗한 공간에 대해서 생각하고, 화장실의 위치에 대한 생각으로 옮겨진 후 화장실 안의 도기나 각종 부자재들의 크기나 손잡이 위치 등등 디테일이 끝없이 따라온다. 끝이 없는 일이고 하나라도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으면 완전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다 풀리면 굳이 이야기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또 든다.

 

 

이상한 아이러니다.

 

사고를 보여주기 위해 구현을 했지만, 구현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아마 그래서 많은 시각 디자인이나 소위 작품이라고 부르는 것들, 건축가의 말들(정확히 텍스트)이 불친절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실무를 오래하고 외국에 가서 다시 공부를 했다. 그때 가장 어려웠던 것이 글을 쓰는 것이었다. 설계의 주제나 배경을 역사와 정치적인 거시적인 관점에서부터 열어보고 논리, 논조에 맞춰 세심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전개하여 프로젝트를 설명한다는 것은 또 다른 설계다. 그냥 설계를 다시 하는 것이 훨씬 쉬워보였다.


하지만 일단 완성 된 글에는 또 다른 힘이 있었다. 사고가 그림이 된 것을 다시 텍스트로 만들어 놓으면 생각이 더 분명해졌고 촘촘하고 단단해져있었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이미지로 사고하는 방식과 사고를 글로 표현하는 방식은 서로 보완이 되는 중요한 방법이라 학생들도 같은 방법으로 지도하곤 한다.

 

 

거창하게 담론이라고 말할 것 까지 없는 작은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꺼리를 꺼내 놓는 것이 중요하다. 거창한 담론이나 대의명분을 꺼내놓거나 억억하는 부동산 얘기는 남의 얘기 같아서 와 닿지 않는다. 수필 같은 에피소드, 단상들 적어놓을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하나씩 쌓이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것이 적정건축적인 건축이야기의 시작.

 

 

[출처] 공간적 수필 |작성자 온당하게적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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