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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집에 대한 소고
작성일 : 2018.07.10 16:43

"산책하다 우연히 갤러리에 전시된 좋은 가구들을 보았다. 앉고, 눕고, 만지고, 매일 쓰는 이런 가구들이야말로 참 따스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건축은 조용하고 묵직하게 있으면 좋고.

 

참으로 배경이 되는 그런 집을 짓고,대부분 비워두되 따스한 것들로 약간 채우고, 계절마다 변화무쌍한 나무 몇 그루 두고, 이상하고 아름다운 내 사람들과 그저 아무렇지 않게 살면 그만이겠다. 나의 꿈이다."

 2년 전에 올린 짧은 글이다.

 

이 무렵, 또는 그보다 좀 더 오래 전부터 건축을 디자인할 때 '아무렇지 않은 것' 에 도달하고픈 마음이 커졌다그것은 내게 일종의 화두였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무엇이 나를 그 주제로 이끌었는지가 더욱 또렷해졌다. 그건 바로, "현재 우리의 환경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공정함을 위해 도입한 경쟁 제도는 그 취지가 무색하게도 한 장의 이미지로 건축을 판단케 하는 상황으로 이끌었고(당락은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더 컸다고 생각되지만), 자아도취적이고 강렬한 컷을 위한 계획은 실제로 건축물이 구현되면서 예산과 심의기관의 구미 등에 맞추어 거칠게 편집되곤 했다. 부동산 가치만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설계는 오직 면적이나 예산 등의 숫자에 맞추는 역할에 집중하였고, 숫자 이외의 가치는 시간과 비용에 쫓기어 건너뛰곤 했다. 그 와중에 설계판에서는 '잘나보이고자 하는', 또는 '남달라 보이고자 하는' 욕망에 기본에 충실하기보다는 특이한 형태만 양산하는 디자인을 지향하곤 했다. 큰 시스템과 큰 규모의 일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빠른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마치 산비둘기처럼, 마치 구름처럼,

마치 풀잎처럼 아무렇지 않은..

그런 집을 그린다.

 

그러나 한 가족이 살아갈 집에서는 가능하다.

 

백 개, 천 개, 만 개의 작은 아름다움이 모여 만드는 삶터. 그 아름다운 전체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우리네 집이고자 한다면그저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수수하다면. 앞으로 백 년을 그 자리에 있어도 세월의 두께가 쌓일수록 아름답다면.

 

그러기 위해서는 집 또한 마치 풀잎처럼, 마치 산비둘기처럼, 마치 구름처럼 아무렇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무렇지 않지만 분명하게 아름답기 위하여, 집은 또한 가장 그 자신다워야 한다. 그리고 그 집의 모든 구성 요소가 그 자신다워야 한다. 벽은 벽 답게, 지붕은 지붕 답게, 처마는 처마 답게, 창문은 창문 답게, 나무는 나무 답게, 벽돌은 벽돌 답게. 전체가 맞아떨어져 주변을 닮으면서도 저절로 고유한 제 모습을 갖춘 집.


그런 집을 그린다.

 

임보라 [건축디자인그룹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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