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크게 공간, 형태 그리고 기능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좋은 건축은 이 요소들이 장소라는 배경에 정착되면서 비로소 완성된다. 하동 금오산에 위치할 케이블카 정류장의 건축설계는 이동수단이라는 기능적 건축을 넘어, 어떻게 하면 방문객에게 ‘그 장소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하동 금오산은 수려한 경관을 가진 남해에 바로 인접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지리산의 절경을 품고 있는 장소이다. 우리의 산과 바다를 이렇게 가깝고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도 드물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자연을 찾는 것은 단지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몸으로 느끼는 자연은 아름다움 이상의 깨우침을 언제나 우리에게 주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단독주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사는 꿈을 가져온 건축주는 집에 대해 바라는 점들이 비교적 소박했고, 명확했다. 방에 조그마한 텃밭이 붙어있길 원하는 어머니,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아내, 성인이 되어서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들이 필요한 두 자녀, 자녀들의 독립된 공간을 주면서도 가족간의 교류가 있는 공간을 원하는 건축주로 구성된 가족은 집안 모든 공간에 햇빛이 잘 들면서도 외부로부터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공간을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