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실
우리가 거실로 쓰고 있는 공간은 본래는 이 집의 안방이었다. 집의 유일한 남향 방이고, 도로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어 응당 안방이 되는 것이 맞았으리라 싶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리도 이곳을 안방으로 하고 기존과 동일하게 거실공간을 사용하려 했다.
그런데 가지고 올 가구 중 하나였던, 한 2년 정도 쓴 소파의 사이즈가 커서 기존 거실 공간에 놓으면 현관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신발장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소파가 들어갈 다른 방을 열심히 찾아본 결과, 기존 안방 공간이 길이로나 깊이로나 소파가 들어가기에 알맞았다. 거기에 더해 이 방의 햇살이 가장 좋고 크기도 거실보다 커서, 이곳이 안방이 되어 밤에 잠만 자는 공간이 되는 것이 아쉬웠다.
과거에는 안방이 집의 다목적공간과 같이 가족 화합의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좌식생활을 하며 바닥 취침을 하다 보니, 낮에 이불을 개고 안방에서 밥도 먹고 가족회의도 하곤 했다. 그래서 가장 커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 안방은 침대만 있는 공간이 되었다. 옷장도 드레스룸으로 따로 옮겨가지 않았는가. 그러다 보니 온전히 빛이 좋은 공간을 안방으로 쓰는 것은 뭔가 억울해서 결국 이곳을 거실로 결정하게 되었다.
△ 안방으로 사용하던 기존 모습 / 거실 공사 모습
△ 거실 변경 전/후 모습
그리고 좀 재미있는 장난도 가능해졌다.
기존 집의 경우 현관 옆에 낮고 얕은 신발장이 목재로 제작되어 분전반 밑에 끼어 들어가 있었다. 어차피 이 신발장은 우리의 신발들을 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신발장을 아예 크게 새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분전반 밑 신발장을 떼어낼 수 있었고, 떼어낸 후 만들어진 오픈부를 막을까, 그대로 둘까 고민하였다. 우리가 내린 결정은 어차피 두꺼비를 덮은 장을 새로 짜야 하니까 자작나무로 열린 창을 만드는 것. 그렇게 현관에서 거실로 오픈된 뷰가 생겼다. 거실 자리에 있던 안방문도 떼니 ‘방’이었던 남쪽 공간이 시원한 응접실 같은 거실이 되었다.
이사 후 이 공간에서 TV를 보며 저녁 시간을 보내면 완전히 열린 공간이었던 아파트 거실과는 또 다른 위요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영화를 볼 때는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 좋고, 주말 아침에 거실에서 스트레칭 운동이라도 할 때면, 창을 열어도 이웃한 창이 없어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나 더욱 프라이빗한 공간이 되었다.
△ 자작나무로 만든 열린 창을 통해 본 거실
△ 거실에서 바라본 모습
디자인 및 디렉팅 : 갓고다
일상사진 : 최윤영
준공사진 : 이한울(나르실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