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기 위해서 집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집을 위해서 살기도 한다. 한 채의 집을 안정적으로 점유하기 위해, 평생 일하면서 죽을 때까지 매달 일정한 돈을 퍼부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일해야 한다. 집을 갖기 위해서. 집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을 멈추면 집은 무너진다. 집은 노동이다.
'기억의 상자'는 구 도청 앞 분수대의 지하 아케이드에 설치되어있다. 이곳은 1980년 광주민주항쟁을 기념하는 대표적인 장소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기억에 관한 급진적인 대비를 이루어 수직적인 긴장을 자아낸다. 하나는 공식적인 정치적 '기억'을 대변하는 데 비해 다른 하나는 다수의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들을 대변하는 다이내믹한 아카이브이기 때문이다. 이 설치는 공적인 것과 친밀한 것, 이 도시의 역사가 지닌 정적인 면과 동적인 면의 경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